"주식시장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지표가 없을까?"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최근처럼 시장 전망이 어려운 국면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이 더욱 절실해진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은 수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특정 지표만으로 증시 방향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힌트를 제공해 주는 지표들은 존재한다. 원자재 가격과 원화값, 거래대금, 상승종목비율 등이다.
이들 지표를 볼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증시란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구리값과 주가는 비례
= 산업활동에 쓰이는 각종 원자재 가격은 향후 증시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경기가 되살아나고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 기본적인 재료로 사용되는 원자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가 본격적으로 악화되면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국제 원유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원자재가 `구리`다. 구리는 대부분의 산업 제품에 사용되는 원자재다.
가공하기 쉽고 전류가 통한다는 특성을 떠올리면 구리의 다양한 활용도를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한국과 대만 등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국가들의 주가와 상관관계가 높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구리 가격과 코스피 사이의 상관계수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두 변수 간의 상관계수는 0.89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관계수는 -1~1로 표시되며 1에 가까워질수록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9일 구리 가격은 t당 4459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한 달간 20%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역시 25%가량 상승했다.
◆ 원화 강세는 주가에 호재
= 원화값이 요동쳤던 올해 1분기에 코스피는 원화가치와 비슷하게 움직였다.
원화값이 하락(환율 상승)하면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언뜻 생각하기엔 원화값이 하락하면 해외시장에서 수출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수익성이 좋아져 주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실은 반대였던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원화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그만큼 국내 경제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돼 증시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장기적으로 보면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던 때에 주가 역시 강세였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면 원화값 강세는 증시에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10일 코스피(1336.04)가 작년 10월 15일 이후 6개월 만에 원화값(달러당 1333원)보다 높아지면서 염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원화값 강세가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경수 토러스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대부분 기업이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인 수준에서 제품 가격 등을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원화값이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서는 수준이 아니라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원화 대비 엔화값이 주가에 더 설득력이 높다는 설명도 한다.
일례로 1990년대 이후 통화별 원화값과 코스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엔화 대비 원화값이 코스피와 가장 비슷하게 움직였다. 즉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관계인 제품이 많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주가에도 호재라는 식이다.
다만 엔화 대비 원화값은 주의할 점이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약세에 의해서도 엔화 대비 원화값이 하락할 때엔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높아진 거래대금 영향은
=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9일(12조945억원)과 10일(12조1601억원) 이틀 연속 12조원을 넘어섰다.
거래대금은 지난해 일평균 6조4318억원에서 올해 들어 3월까지 일평균 6조2714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6조원대에서 맴돌았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의 여진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던 것. 그러나 3월 이후 투자심리 회복과 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거래대금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거래대금이 과열 수준으로 여겨질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을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2005년 이후 거래대금이 12조원이 넘어섰던 것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치닫던 2007년 6월과 10월의 세 번뿐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장에서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12조원을 넘어서는 거래대금은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거래대금이 많다는 것은 주식을 매수하려는 세력이 풍부하다는 것으로 향후 추가 상승의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거래대금 증가는 외국인 매수 영향이 컸으며 개인들까지 매수에 가세한다면 거래대금 증가와 함께 지수 상승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평했다.
◆ 상승종목비율은 과열 국면
=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증시 과열 신호를 보내는 지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증시 과열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가 `등락주선(ADL)`과 `상승종목비율(ADR)`이다. 등락주선은 단순히 일정 기간의 상승 종목 수에서 하락 종목 수를 빼서 계산한다. 하지만 상승장에서는 당연히 상승 종목 수가 많아 ADL도 높아지고 하락장에서는 하락 종목 수가 많아 ADL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등락주선의 단점을 보완하는 지표가 ADR다. ADR는 일정 기간의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치다.
이 값을 오랫동안 관찰하면 특정 국가 증시의 과열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즉 100%를 넘으면 상승한 종목이 하락한 종목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함성식 대신증권 투자정보부장은 "일반적으로 코스피 ADR가 125%를 상회하면 과열 국면, 75% 미만일 경우 바닥 국면"이라고 말했다.
3월 말부터 120%를 넘기 시작한 코스피 ADR는 지난 10일 177.4%를 기록해 기술적으로는 `과열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적 지표가 장세 판단의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다.
함성식 부장은 "기술적 지표가 언제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수준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