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숨겨져있던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이다. 우선 나의 영화를 감상한 후 드는 생각은, 다큐멘터리인데도 불구하고 참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전에 본 <호크니>는 마치 미술관 전시회 마지막 즈음에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상영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다소 지루하고, 아니 솔직히 재미없었는데, 이번 영화는 정말 집중해서 재미있게 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 첫 번째로는, 비비안 마이어를 발견한 '존 말루프'와 마치 함께 그녀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가는 것 같은 형식이어서 재미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사건 수사물 영화, 아니면 탐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는 것이다. 수많은 작품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밝히지 않았다는 점, 그녀 스스로 주변 사람에게 실제 이름을 알려주지도 않았으며, 스스로를 '스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는 점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녀가 정말 스파이는 아닐까? 대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비비안 마이어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하나같이 특이하다고 했다. 특이한 패션, 특이한 걸음거리, 특이한 억양 등 많은 부분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성격일 것이다. 영화를 보며 그녀에 대한 다양한 일화들을 듣다보면 참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사람인 것 같다. 세상에 자신을 밝히기를 싫어하면서도, 신문을 매일같이 읽고 광적으로 모을만큼 세상에 대해 관심이 많고 꾸준히 관찰한다. 그리고 그 세상을 매 순간 사진을 촬영하며 기록한다. 그리고 그런 세상, 인간에 대해 애정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다. 인간, 사회를 혐오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그 아이들과 정말 친구처럼, 부모처럼 돌보기도 하면서 참 잔혹하게 폭력을 쓰기도 한다. 함께 지낸 사람들도 그녀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도 한다. 또 그녀의 사진 중에서도 비참한 사회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지만, 그만큼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진들도 있다. 이렇게 말하니 작가를 이해하기 참 어렵고 거리가 먼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왜인지 이런 모순적인 모습이 내게 더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도 살면서 늘 같은 모습으로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녀가 생후에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그녀의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린 '존 말루프'는 사실 그렇게 사진을 보는 안목이 좋지 않다는 비평도 있다. 실제로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고 팔려고 인터넷에 올렸다가, 예상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기때문에 지금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마음가짐과 철학으로 사진을 촬영하였는 지, 그리고 사진에 대해 공부를 한 것인지, 정말 타고난 감각과 센스인 것인지도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작품은 현대의 사람들이 봐도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왜 사람들이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에 열광하는 지, 그 작품을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가 왜 그 작품들을 세상에 밝히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따라오는 의문이었다. 사실은 그녀도 자신이 꽤 훌륭한 사진작가임을 자각하고 있었으며, 작품을 인쇄하고 밝히려고 시도했었음이 영화에서 밝혀졌는데, 그 부분을 보고 안타깝기도 했다. 결코 유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이 더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가 세상을 작품에 담는 시선은 그녀가 그런 삶을 살았기에 갖게된 것이 아닐까? 등등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비비안 마이어는 그런 삶을 살아왔고,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결코 그런 작품들이 하루아침에, 타고나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끊임없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관찰, 그리고 기록. 이것이 내가 가장 본받아야 할 점인 것 같다. 비비안 마이어 작가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 영화였다. 매우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