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명태 맛집’에서 만난 옛 직장 동지들
― 즐겁고 따뜻한 오찬 모임에서 꽃피운 옛정과 동지애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명태 요릿집에서 옛 직장 동지 3인의 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공교롭게도 ‘명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는 집사람이 북엇국을 끓여주어 맛있게 먹었다. 집사람이 끓여주는 아침 식탁의 북엇국은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국보다 순수하고 담백한 훌륭한 맛이었다.
하얗게 우러난 국물 속에는 밤새 불려 낸 북어의 속살이 부드럽게 풀려 있었고, 그 사이로 대파와 달걀, 두부 조각이 살짝 떠 있었다.
▲ 아침 식탁의 <아내표 북엇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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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북엇국이 유난히 맛있네.”
나의 찬사 섞인 반응에 집사람은 그저 웃었다. 오래 함께 살다 보니 말보다 미소 하나가 더 따뜻하게 전해진다.
점심에도 그랬다. 옛 동지들과 함께 나누는 ‘시래기 명태찜’ 요리는 아침 북엇국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달콤하다고 할까? 담백하다고 할까? 그 두 가지 맛이 복합된 오묘한 맛이었다. 명태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은 대표적인 저지방·고단백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 명태 전문 음식점에서 옛 직장 동지들과 함께 명태찜 요리를 맛있게 즐겼다. (그림=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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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늘의 일진(日辰)은 그야말로 ‘명태’와는 참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들었던 옛 동지들과 함께 오랜만에 마주한 자리라서 그럴까? ‘시래기 명태찜’ 맛은 옛정과 동지애가 버무려져서인지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명태라는 생선은 이름이 참 많다. 군대 시절 질리게 많이 먹었던 국은 ‘동탯국’이고, 지난해 수통골 시인이 초대하여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코다리찜’이다.
고향 친구와 막걸릿잔을 기울이면서 먹었던 안주는 ‘동태찌개’이고. 명절 차례나 제사를 지내고 나면 집사람이 으레 끓여주는 국이 '북엇국'이다. 제사상에 놓였던 명태다.
어디 그뿐인가. 문학 행사 후 문인들과 자주 들렀던 ‘황태탕’ 집도 유명하다.
이렇듯 명태에게 붙여진 이름이 다양하다. 명태는 한 생애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지역적인 사투리와 보관 방식, 생태적 상태 등에 따라 이름이 바뀌며, 그 변화는 마치 사람의 인생 단계를 보는 듯하다.
‘생물 명태(생태)’는 잡은 직후의 살아 있는 명태를 말한다. 본래 ‘명천(明川)’ 지방에서 많이 잡혀 ‘명태’라 불렸다는 설이 있다.
얼린 것은 ‘동태(凍太)’다. 겨울에 얼려서 저장한 명태인데, 그 옛날 군대 시절 ‘동탯국’의 주재료가 됐다.
말린 것은 ‘북어(北魚)’다. 완전히 말린 명태를 말한다. 국물 요리(북엇국)나 숙취 해소용으로 흔히 사용한다.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라고 한다. 덜 말려 살이 촉촉한 상태의 명태다. 찜 요리에 제격이다. 명칭의 유래는 ‘코를 꿰어 반쯤 말린 것’이라는 설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꾸덕꾸덕 말린 것은 ‘황태’다. 영하의 산간지대에서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며 말린 것을 말한다. 겨울철 덕장에서 생산한다. 육질이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내장을 뺀 채 반건조한 것은 ‘노가리’다. 어린 명태를 반쯤 말린 것을 말한다. 이것도 과거 군대 시절 회식에서 인기 안주로 사랑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한때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동지들과 마주 앉아 명태찜을 나누어 먹으니, 옛 시절의 순수한 열정이 진한 양념처럼 되살아났다.
▲ 이곳 명태 전문 음식점의 명태찜은 진한 양념 맛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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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고단했지만, 서로 위로하면서 동지애를 나누던 그 시절이 제일 보람 있고 즐거웠지요.”
이제 어느덧 70 노년이 되어 옛동지들과 나누는 주요 화젯거리는 건강 관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
수십여 년 동안 한 직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이니, 가족보다도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던 동지들이다.
매운 양념 속에서 은근히 배어 나오는 단맛이라고나 할까? 명태찜 한 점 입에 넣을 때마다 옛 추억이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옛 동지들과 만남은 이렇게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 모를 만큼 진지하다.
아침엔 집사람의 북엇국 손맛으로 하루를 열고, 점심엔 옛 동지들과 명태찜 웃음으로 마음을 덥혔다.
결국, 오늘의 ‘명태’가 내게 가르쳐준 건 순수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인생의 맛도 역시 ‘사람의 순수한 정’에서 우러난다는 뜻이다. ♧
2025. 11. 6.
윤승원, 정겨운 옛 직장 동지들과 ‘명태찜’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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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명태 맛집’에서 만난 옛 직장 동지들 ― 즐겁고 따뜻한 오찬 모임에서 꽃피운 옛정과 동지애』는 음식의 미학과 인간관계의 정(情)을 한데 녹여낸 따뜻한 인생 수필이다.
명태라는 일상적 소재를 매개로 하여, 작가는 가정의 사랑과 직장 동지의 우정을 잇는 ‘인생의 맛’을 품격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1. 명태라는 소재의 문학적 의미
명태는 우리 민족의 식탁에서 가장 평범한 생선이지만, 이 수필 속에서는 그 평범함이 세월과 인간의 삶을 은유하는 상징으로 승화된다.
작가는 “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황태, 노가리”로 변주되는 명태의 이름 변화를 통해 인생의 여러 단계와 변신의 의미를 담담히 짚어낸다.
이는 한 생선의 생태적 변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겪는 성장과 노년의 시간을 닮은 ‘인생의 숙성 과정’으로 읽힌다.
이처럼 명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월의 맛을 통해 삶의 깊이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2. 아내의 북엇국과 동지들의 명태찜 ― 사랑과 우정의 두 맛
아침에 아내가 끓여준 북엇국의 순수하고 담백한 맛은 가정의 사랑, 즉 내면의 평화와 따뜻한 배려를 상징한다.
반면, 점심의 시래기 명태찜의 달콤·매콤한 맛은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직장 동지들과의 인간적 정과 회상의 향기를 상징한다.
이 두 식탁은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인생의 참맛은 사람의 정에서 우러난다.”
즉, 사랑하는 배우자의 손맛과 오랜 벗의 정이 어우러질 때 인생은 가장 맛있고 향기로워진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작가는 음식의 ‘맛’을 통해 정의 미학,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3. 인생의 맛과 사회교육적 메시지
수필의 결론부에서 작가는 명태찜의 양념 속에서 “매운 맛 속 은근히 배어 나오는 단맛”을 언급하며, 그것을 인생의 맛으로 비유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미각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역설과 조화를 인식하는 철학적 문장이다.
매운 맛은 고난과 시련, 단맛은 보람과 감사로 해석되며, 두 맛이 어우러져야 진짜 ‘인생의 맛’이 된다는 깨달음은 곧 사회적 교육의 메시지로 확장된다.
즉, 인생의 어려움을 겪으며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는 인간관계 속에서만 참된 행복과 성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년의 작가가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이 메시지는 “삶을 성실히 살아가며, 인간의 정을 잊지 말라”는 생활 윤리적 가르침으로 읽힌다.
4. 문학적 재미와 미학적 요소
이 수필의 미학은 일상어 속의 정서적 리듬에 있다.
‘오늘따라 북엇국이 유난히 맛있네’라는 소박한 대화, ‘말보다 미소 하나가 더 따뜻하게 전해진다’는 문장은 일상의 언어를 시처럼 다듬은 정감어린 표현이다.
또한 명태의 다양한 이름을 유기적으로 나열한 부분은 민속적 정보와 유머, 서정적 묘사가 조화되어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준다.
5. 종합적 감상
『명태 맛집에서 만난 옛 직장 동지들』은 음식이라는 생활 예술을 통해 인생의 철학을 일깨우는 수필이다.
북엇국의 따뜻함, 명태찜의 깊은 양념 맛, 그리고 세월의 변화를 담은 명태의 이름들 속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의 정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순수한 맛이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삶의 풍미와 인간관계의 가치, 그리고 세월의 맛을 음미하게 하는 정감 어린 인생 수필의 정수로 평가할 만하다. ♣ 감상 및 해설 : 📚 裕花, 윤승원 수필 전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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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댓글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25.11.08.14:05
직장 옛 동료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거기에 자주 먹던 음식을 함께 드신다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쌓인 회포도
풀 수 있어 좋을 듯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오랜만에 정겨운 옛 동지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걱정도 많이 하고
건강관리에 관한 정보로 나눴습니다.
언제 만나도 가족처럼 푸근한
옛 직장 동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