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아 장편소설 『마담 타로』 (책과 나무, 2021)을 읽고
웹소설과 넷플릭스 드라마 작가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강현 작가의 장편 추리소설이다. “타로 카드를 통한 추적 스릴러”가 플롯이다. “타로 카드로 이 연쇄살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제가 달려 있다. 필력 좋은 작가의 책이라서 톡톡 튀는 대사와 문장들이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잡고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도록 끌고 간다. 이야기 사이사이 타로가 펼쳐지고 그림과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서 타로에 대해 배우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 ‘나’는 타로 마스터다. 타로점을 봐주며 상담도 해주고, 사건도 해결하는 전직 경찰이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혐으로 감옥에 있다. 끝까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느 날, 가출한 동생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여자가 엄마의 죽음과 똑같은 수법으로 죽었다. ‘나’는 여동생이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찰 일을 그만두고 동생을 찾아 나선다. 추적 끝에 유흥업소의 텐프로인 것으로 추정된다. 텐프로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인 타로 마스터가 되어 동생 가까이로 다가간다.
동생을 찾기 위한 추적 끝에 실마리를 쥐고 있는 ‘카밀라’를 알게 되고 그의 조건들을 들어주며 연속되는 살인 사건들을 해결한다. 타로점을 봐주기도 하며 ‘카밀라’에게 동생의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이 전직 경찰이고, 주인공의 전남편이 현직 경찰이기에 수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혼한 남편은 여전히 ‘나’를 걱정하고 지켜주려고 한다. 함께 살던 집도 그대로 둔 채 책이 끝나도록 완전히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
‘나’의 주변에서 살인 사건이 계속된다. 후배 경찰 ‘성훈’에게 많은 수사 정보를 도움받는데 ‘성훈’이 결혼하려던 여성이 텐프로였다는 것을 알고 살인을 저지르며 주변 여성들까지 살인한다. 살인 사건의 끄트머리에 범인이 ‘나’를 따르던 친절한 ‘성훈’으로 밝혀져 충격적이었다. 또한, 동생에 대한 정보를 줄 것 같던 ‘카밀라’는 ‘나’의 동생이 성형수술을 하고 신분도 바꾸고 살고 있었다는 것. 언니가 자신을 찾으면 더 깊은 곳으로 숨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타로 카드를 배워 보니 신비한 점술이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심리학이기도 했다.”(「마법사」에서) 타로를 배우기를 마친 주인공의 말이다. 타로의 단순한 그림만을 해석하는 것이다. 타로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확한 질문을 떠올리고 카드를 뽑아야 한다. 타로 마술사는 상대의 표정과 말을 관찰하면서 카드의 그림을 해석하는 사람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절대 눈시울이 붉어져서가 아니다. 서울 하늘에서 이렇게 별이 잘 보이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눈물이 흘렀다. 동생 때문에, 내 처지 때문에 우는 건 아니다. 오늘따라 별도 빛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별」에서) 동생이 또다시 잠적한 후, 답답한 마음을 적었다. 빛나기 위해 애쓰는 별처럼 주인공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고단함을 별에 이입하여 적고 있다.살아남기 위해 우주를 향하여
― 임태운 장편소설 『화이트블러드』(시공사, 2020)를 읽고
2007년 『이터널 마일』로 한국전자출판협회 제2회 디지털 작가상을 수상하며 “SF 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타이틀로 혜성처럼 나타나 여러 권의 소설책을 출간했으며, 『한국 창작 SF의 거의 모든 것』이라는 SF에 대한 책까지 출간하며, SF 계를 평정한 유명 SF 작가이자, 웹 소설가인 임태운의 작가의 『화이트블러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21세기가 황혼기에 접어들던 무렵, 인류의 우편함에 달갑지 않은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지구로부터 발부된 퇴출 통지서였다. 인류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이래 그 어떤 맹수에게도 왕좌를 내준 적이 정작 그들에게 체크메이트를 선선한 주인공은 이빨도, 발톱도 없는 존재였다.
특수 광견병 Z19. 모든 대륙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창궐한 초거대 역병이었다. 전 지구적 방역은 실패로 돌아갔고 치료제 개발 역시 성과가 없었다. 속도가 문제였다. 전염되는 속도가 대비책을 만드는 속도를 가볍게 앞지를 정도로 빨랐다. 살아남은 자들은 죽지 않는 자들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자신을 격리했으나 그로 인해 조금씩 고사해 갔다.
인류는 원래 자원 고갈과 이상기후를 돌파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우주 이민 계획을 무리하게 앞당겼다. 그동안 물색해 온 행성 중 지구의 환경과 가장 유사한 BL9163번 행성을 ‘카난 Canaan’이라 명명하고 그곳으로 떠나기 위한 방주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것이다.”(「번견의 이빨」 중에서(15P)
광견병으로 인해 지구는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인류는 우주를 향해 방주를 만들어 탈출한다. 냉동 수면 상태로 1차로 4만 4천 명을 태우고 출발한 ‘게르솜’. 2차로 출발하려는 엘리에셀은 방주에 타지 못한 세력들에 의해 공격당해 출발하지 못한다. 급하게 만든 소형 엘리에셀이 출발한다.
엘리에셀에는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백혈인간 시술받은 전사들이 탔다. 백혈인간은 붉은 피를 빼내고 흰 피를 주입해서 몸에는 분홍 피가 흐른다. 몸속에 캡슐을 주입해 전투력과 생명력이 향상되는데 캡슐이 수명은 아무도 모른다. AI가 운행을 안내하고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공격과 방어 등의 행동을 조절하고, 알려주기도 한다.
엘리에셀 일행은 우주를 운행하던 중 최종 목적 행성 ‘카난’을 향해 40년 전에 출발한 ‘게르솜’을 만난다. ‘게르솜’은 운행하지 않고 멈춰 있는 상태다. ‘게르솜’에는 수면 장치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을 두고 수면 상태의 사람들을 깨워서 기계를 정비하고 다시 재우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깨어있는 동안에 고기를 찾게 된다. ‘카난’에서 살아가기 위해 동물들도 데려가게 되는데 ‘농장‘의 돼지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사람들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비행파와 수면파로 나눠서 목숨 걸고 싸우는 도중 양쪽으로 나눠서 구조선을 기다리는 상황에 봉착한다.
우주선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를 죽이려고 하지만, 원망은 사랑의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게르솜’은 오염되어 폐기하도록 한다. 엘리에셀에 탑승하면 이도는 오염 가능성 때문에 AI의 ‘즉사 조치’가 내려진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는 이도를 살리기 위해 냉동 캡슐에서 잠들게 한다.
주인공 이도는 무방비상태의 좀비 구역인 7구역에서 살아남은 전사다. 조력자 ‘카디야’는 이도에 의해 생명을 구한 여전사. 이도는 동료 이외의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 한 사람 ‘보테로’가 있다. 그 역시 이도에 의해 구해진 사람이다. 세 사람은 싸우면서 위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잠복기의 끝」에서 (300P)
“까마득히 오랜 시간 행성의 생태계에 숨어 위험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그 별의 지배권을 가진 생명체가 우주 진출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하여 무중력의 우주 공간을 오랫동안 여행할 기술을 손에 넣었을 때......,”, “그 행성에 널리 퍼져 있을 지배적인 종의 육체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병해 숙주로 삼은 다음 별을 탈출하라는 압력을 주는 거죠. 이 우주가 엔트로피의 극에 달해 소멸할 때까지 문명과 문명을 여행하는 진정한 우주의 지배자라고 생각됩니다. 사상 최악의 적을 우린 우주 한복판에서 마주친 것입니다.”라고 이 책의 핵심적인 이야기를 적었다.
살아남기 위해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섰는데 정작 진정한 적은 인류의 생명체 자체에서 잠복하여 기생하며 또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며 살아나간다는 것이다. 인류는 그 기생충이 숙주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 밝혀지며 주인공도 나도 허무하게 주저앉는다.
이야기가 끝날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것들이 밝혀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를 끈다. 작가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다정한 문체로 서술되어서 따뜻함을 남기는 책이었다. 문체와 문장들이 유려한 책이어서, 밑줄 긋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더욱 좋았다.
이도의 화려한 칼솜씨와 카디야의 사격술, 보테로의 망치를 다루는 기술 등 화려한 무공이 함께해서 한 편의 무협지를 보는 것 같은 같다. 책으로 출간되기도 전 이미 영화 제작 계약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어떻게 영화로 풀어질지 궁금하다. 영화 화이트블러드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