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과연 진실한 것인가. 과연 그렇다면 현실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기이하고, 이상한 일들이 우연적으로 발생한 것일 뿐일까. 여기에 반기를 들고, 그러한 모종의 사건들의 배후에는 늘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다. 이것이 음모 이론의 핵심이다.
이 음모이론에는 다양한 논리들이 산재해 있다. 그 대표 격인, 1947년 추락사건에서는 UFO잔해와 외계인 시체 4구를 군부대에서 급히 수거했다는 설이 있다. 또한, 그 목격자를 감금하고, 수거한 것은 미국 비밀 군사지역51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피라미드나 잉카유적, 남미의 나스카 지상도 또한 외계인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바다. 또, 음모이론은 유명인사의 죽음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J.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죽음은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극우 보수파와 같은 특정 세력이 배후에서 암살 조종을 했던 것이고, 다이애나 전 영국 황태자비도 단순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그녀를 못마땅해한 영국 왕실의 사주라고 음모설은 말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존 레넌, 커트 코베인등의 죽음 또한 모두 음모이론의 희생양에 불과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안기부가 북한과 '북풍'을 놓고 거래했고 미국 월가의 투기성 자본과 재벌, 정치인, 관료, 언론이 공모하여 한국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설도 있다. 미국 CIA의 마약거래설, 73년 칠레의 쿠데타는 미국 닉슨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30년 뒤 미국 CIA의 한 비밀문서가 보도되기도 해 음모이론이 허무맹랑한 가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물론, 음모이론 전체가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실의 석연치 않은 점을 일목요연이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아니라고 부연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영화 는 이러한 음모 이론의 대표 격인 영화로서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영화에는 ,,등이 있다. 에서의 외계인의 지구화 음모,에서의 비밀조직과 지구 멸망 음모를 지닌 외계 생물과의 싸움,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의 급진적인 개혁안에 반감을 가진 최고 권력층의 대통령 암살 음모가 스토리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음모이론의 배후 자를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음모 안에서 이익에 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추리해 내면 되는 것이다. 거대한 세력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이 되는 경우는 좀 드문 편이다. 보통 개인은 집단에 비해 그 힘이 미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원 제:Conspiracy theory(컨스피러시)
감 독:Richard Donner
각 본:Brian Helgland
캐스트:Mel Gibson, Julia Roberts, Patrick Stewart, Cylk Cozart
(Jerry Fletcher) (Alice Sutton) (Dr.Jonas) (Agent Lowry)
이제 영화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제리 플레처는 현실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를 언제나 괴롭히고 있다. 그런 그의 아파트엔 그의 심리를 반영하듯, 참으로 기이한 냉장고가 있다. 물병, 주스병을 비롯한 마실 것,먹는 모든 것이 자물쇠가 있는 통에 있다. 그가 통을 열기 위해서 통마다 각각 다른 비밀번호를 외어야 하는 수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결벽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그는 정신적인 불안감에 늘 사로잡혀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이러한 그가 유일하게 낙을 삼는 게 두 가지 있다. 바로, 그가 사모하는 법무성 소속 여변호사 엘리스 수튼과 신문과 잡지의 기사들을 추리해서 음모이론을 타블로이드판 신문으로 제작하는 일이다. 그는 택시운전을 하는 시간외에는 엘리스의 일거일동을 훔쳐보거나, 신문을 제작하는 일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아니면 택시운전을 하면서 그의 손님들에게 자신의 음모이론을 분주히 얘기한다. 수돗물에 화학약품이 섞여 있다든지, 로켓발사와 지진의 상관
관계를 제시하며 대통령이 암살을 예고한다. 그러나 손님들 중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오히려 시답지 못한 사람이 라고 그를 비웃는다. 물론, 그가 사모하는 엘리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제리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납치를 당해 고문을 겪은 뒤에 필사적으로 그녀를 찾을 때,
그녀는 비로소 현실에 드리워진 거짓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전직 CIA 요원이었던 요나스 박사가 울트라 엠케이라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 엠케이 프로젝트는 인간을 세뇌시켜 살인병기로 만드는 계획인데, 그 병기 중의 하나가 제리였던 것이다. 이 점에서 인간 개조 모티브를 사용한 스탠리 큐브릭이 걸작 <클락웍 오렌지> 와 에드리안 라인의 <야곱의 사다리>에서 보여지는 방식을 이 영화도 무리 없이 전개해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허점은 여기서부터 나타난다. 거대한 음모 세력이라고 가정했던 영화 초반의 설정은 온데 간데 없고, 사악한 한 개인의 음모로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미스터리가 연유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사악한 개인을 제거함으로써 쉽게 결말이 나버린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주인공이 적에게 발각되어 쉽게 발각되는 상황이 너무 여러 번 연출되어 몇 번이나 초점을 옮겨 산만하게 구성하고, 마지막 장면의 설정이 너무 비약적인 나머지, 설득력을 잃은 점 등등이 이 영화의 허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오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세간의 이목을 받은 것은 내용 자체에 관객들이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기 때문이다. 시대를 넘어서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 내재된 음모이론의 실체를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왔다. 이 작품은 이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에 그러한 부정의에 대항하려는 자세를 남게끔하여,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려는 게으른 태도에 따끔한 충고를 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재음미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