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잇다
임 미 옥(2016년~2017년 사무국장)
우리 푸른솔문인협회가 타 문학회와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문의면소재지를 거점으로 각종 문화 활동을 하는 거다. 교수님께선 문학인들 가슴에 꿈나무를 심어주는 일을 넘어 농촌지역주민을 깨우러 우리들을 데리고 문의로 들어가셨다. 도시문학인들과 농촌주민들이 만나 상생하는 접목문화를 창출한다는 비전을 보신 것이다. 교수님께선 문의향교지기를 자청하셔서 일을 하고 계시다. 문인들이 향교문턱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기 위해 그 방법을 택하신 것이다. 교수님은 향교지기를 8년 간 하시면서 잔디를 가꾸고, 유림과 협조하여 건물을 보수했다. 그리고 봄가을 석전제를 비롯하여, 초하루보름 향을 피우고, 성현들에게 올릴 제물을 준비한다. 문인들이 들어가면서 오백 년 넘게 닫힌 향교대문을 활짝 열어 개방을 하자 향교에 사람들이 드나들게 됐다.
나는 2016년~2017년까지 푸른솔문인협회 사무국장을 맡았다. 2008년부터 문학회분위기를 익혀가며 선배님들을 도와 나름 활동을 해왔지만 막상 사무국장을 맡고 보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교수님과 선배님들이 땀 흘려 닦아놓은 향교활성화활동을 발전시켜가며 그 꿈을 잘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슴에 돌덩이를 얹고 사는 기분이었다. 우선 풀어야할 과제는 여러 이유로 꼬여있는 유림들과 소통이었다. 하여 조순희 회장님을 모시고 현도면에 있는 유림전교님 집으로 찾아가 대화를 하면서 그간 여러 가지 얽혔던 오해와 문제들을 조금씩 풀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단체든 행사를 하려면 경비가 필요하다. 우리회원들은 버드나무문화행사가 있을 때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성심을 다하여 후원금을 모아 행사를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전임회장님과 사무국장께서 신청서를 낸 것이 채택되어 2016년도에는 문화재청에서 1,1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여 2016년 버드나무문화행사에는 청소년백일장에 참여한 학생들과 호드기불기대회, 아동웅변동화구연대회 수상자들에게 상금을 넉넉히 줄 수 있었다. 그해에는 동화구연웅변대회에 28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는 바람에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했다.
교수님은 문인들과 향교 뒷산에 매화나무를 심으셨다. 푸른솔문인협회는 2016년도 매화가 필 무렵 ‘제1회 매화축제’를 열었다. 그런데 4월에 있을 버드나무문화행사와 간격을 두고 날을 잡다보니 날씨가 쌀쌀하여 당일 매화가 피지 않는 에피소드를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해부터 활짝 피어날 매화꽃을 상상하며 유림 회관에서 ‘매·화·축·제·’란 시제로 사행시를 지어 시상식을 하며 감흥의 시간을 가졌다. 매화축제는 버드나무문화축제, 향교의 밤, 송강문학 축제와 함께 4대 행사로 자리 잡았다.
2017년도에는 청주시지원금이 1,360만원으로 인상되어 버드나무문화행사를 더욱 알차게 하기 위해 임원진들은 힘을 모아 노력했다. 우리는 청남지역인 문의, 현도, 가덕, 세 개 면단위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청소년백일장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동화웅변구연대회에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우리는 앉아서 학생들을 기다리지 않았다. 일일이 학교와 유아원을 방문하여 교장님과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행사 취지를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더러는 고맙다며 반겨주고, 더러는 업무만 해도 벅찬데 일을 만드는 우리가 마뜩찮은지 박대했다. 선생님들의 태도에 따라 결과는 학교마다 확연히 나뉘어 나타났다. 심사를 해보니 적극 협조한 학교에서 수상자가 몰려나온다는 거다. 좋은 지도자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학생들 글 쓰는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 되어 가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 근무평점과 관련되는 교육청후원을 받아야 적극협조가 된다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올해도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누가 봉황을 보았는가? 벽오동이 아니면 앉지 않는다는 봉황을 본이 누군가. 벽오동을 심고 봉황 즉, 임금이 찾아와 주길 기다리며 벼슬자리를 꿈꾼다는 옛 선비들 이야기다. 문학을 하면서 개인의 발전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한다면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타인을 위해 문화 활동을 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문의로 들어간 것은 봉황을 기다리자 함도 아니요, 칭찬을 듣자함도 아니다. 문학의 길을 걸으면서 순수를 향해 치닫는 열정이, 매화나무처럼 뿌리내리고 터가 굳어져 함께 행복한 것이 꿈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간다. 강물처럼 지나간다. 본디 세상일이란 것이 생성과 소멸의 법칙 반복이듯 언젠가는 우리들도 문의향교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세속의 소리들은 변하고 인사도 변하나, 산천은 변하지 않고 부동인지라 사람을 안심시킨다.’ 라고 말한 옛 시인의 말처럼 자연은, 매화나무는, 사람들보다는 오래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하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2016년, 2017년, 두해 동안 푸른솔문인협회 사무국장을 하면서 느꼈다. 교수님의 지나친 수고와 문인들의 수고가 있음에도 지역민들이 문학인으로 변화하기엔 요원하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심은 청소년 꿈나무들은 어른들과는 다를 것 이라고 확신한다. 버드나무문화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앞으로 훌륭한 문인들이 되어 우리의 꿈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훗날 사람들이 매화나무 그늘을 걸으며 말하면 좋겠다. 한시절 지역민들에게 문학의 꿈을 심어주겠다고 들어와 회오리바람처럼 휩쓸고 지나간 푸른솔문인협회 사람들이 있었노라고 기억해 주면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