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편지
창가데브는 즈나나데브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습니다. 그 편지는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백지 한 장이었습니다.
즈나나데브는 나이가 더 어렸고, 그래서 창가데브는 편지를 ‘프지아…’와 같은 존경하는 말투로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또한 ‘치론지비…’와 같은 축복을 비는 말로 시작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즈나나데브가 지혜에서는 더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편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창가데브는 빈(코라) 백지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 편지는 처음에 니브릿티나트의 손에 들어갔고, 그는 그것을 읽고 즈나나데브에게 넘겼습니다. 즈나나데브 역시 그것을 읽고 묵타바이에게 주었습니다.
묵타바이는 그것을 읽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창가데브는 아주 큰 인물이 되었어. 그런데 그는 아직도 텅 비어 있군(코라).”
니브릿티나트는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읽어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창가데브는 결백하다(코라). 그는 순수하고 흠이 없어 가르침을 받을 만해.”
그래서 그는 즈나나데브에게 그 편지에 답장을 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즈나나데브는 65온비스(마라티어 시구들)로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는 아직도 ‘창가데브의 65행’으로 알려지고 있지요. 그 편지에 얽힌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기록된 것은 읽기가 쉽지만 기록되지 않은 것은 읽기가 아주 어려운 법이지요. 우리는 아직도 그 편지의 분명한 목적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산야사 수행자는 속이 비어 있는(코라) 갈대, 혹은 비어 있는 백지처럼 보이지만, 그는 무량한 행위로 충만해 있는 것입니다. - <천상의 노래>비노바 바베
멩이 생각 : 비었다는 것. 빔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빔을 읽을 수 있다는 것. 빔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 글을 보는 게 아니라 백지를 볼 수 있다는 것. 꽉 찬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