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형의 숙원이었던 일중 하나가
개울과 밭 주위의 풀이 우거진 곳들을 몽땅 베어 나르는 일이었는데
형이 마침 그일을 할 수 있게 되어 한 이틀 분주하더니
우거질대로 우거져있는 개울가부터 시작하여
새로만든 밭들도 치고
밭주위의 풀들을 몽땅 베어 넘겼더군요.
다른 일도 많았지만 개울가에 베어논 아까운 풀들이
혹시 비가 많이 오면 떠내려 가버리기 때문에
풀부터 파쇄기로 썰어서 거름을 만들기로 했지요.
형이 열심히 풀을 져나르고 있는
아랫밭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다가
밭둑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푸르스름한 윤기나는 검은빛을 띄고 있는 벌같은 것이
자기 몸의 몇배는 되는 큰 거미를 질질 끌고 다니다가
제가 나타나자 저의 발소리에 놀랐는지 저를 교란시키기 위함인지
갑자기 주위를 맴맴돌다가 더듬이도 손질하고
날개도 다듬고 안절부절 하더니
저의 움직임이 조용해지자 다시 거미에게 슬금슬금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다가가면서도 한참 망설이는 것을 보아
조심스러운 건지 쫀쫀한 건지를 잘 모르겠더군요.
그러더니 거미를 한번 꽉 물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천천히 준비하는데
갑자기 그대로 30 cm 정도의 거리를 한번에 대쉬하더니
렌즈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잠시 기세가 꺾인 틈을 타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다시 달려가더군요.
거미는 그전부터 이미 벌에게 마취가 된 상태였는지
전혀 움직임이 없이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벌의 그 조그만 몸집으로 어찌 그런 힘을 낼 수 있는지 참 경이로울 정도 였습니다.
곤충들처럼 발이 여섯개이면 그런 힘이 날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무협지나 괴담에 가끔씩 나오는 삼두육비의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언제 집을 만들어 놨는지 밤톨만한 구멍으로 거미를 끌고 들어가려 하더군요.
마치 신혼부부같기도 하고... 보쌈의 현장 같기도하고...
거미가 워낙 커서 그런지 마지막 순간을 피하려는 거미의 갑작스러운 몸부림이었는지
집 입구에 다리가 걸리자 잠시 뭉기적뭉기적 거리며
조금씩 거미가 빨려들들어가더니
결국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 벌에 대해서 찾아 보았더니
이름은 왕무늬 대모벌이었고
거미를 주 먹이로 하여 새끼의 먹이로 삼는다고 하더군요.
그냥 대모벌과는 달리 배쪽에 주황색 띠가 있었습니다.
보통 한방이면 거미가 바로 마취가 된다고 하더군요.
파브르 곤충기에서 얼핏 보았던것 같은데
때로는 거미와 더불어 치열한 신경전과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더군요.
그러나 결국 승리는 대모벌이 차지한다고 한듯 합니다.
풀천지 밭에는 유난히 땅거미가 많고
또 점점 많아지는 것 같으니
잘하면 종종 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야생의 세계는 늘 생명의 활기가 넘치는듯 했습니다.
사냥을 하는 동물들의 공통점은 물고다니길 좋아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기를 좋아하는 저희 엄마가 고기를 뜯으실때는 더욱더 활기가 넘치시나 봅니다...^^
한때 신나게 먹고 난후 독초라는 판별을 받아 약간 놀랐었던
삿갓나물 꽃위에 큰 잠자리가 앉아있네요.
꽤 큰것으로 보아 왕잠자리인것 같기도 하고, 장수잠자리같기도 하네요.
어디를 다쳤는지 날개짓만 하고 푸득거리기를 반복하더니
결국은 날질 못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삿갓나물 꽃이 일부러 심어 놓은듯 지천으로 피었는데
지금은 별로 없는걸로 보아
사진을 찍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던 저를 골탕먹이려는듯...^^
화단에 나눠 심어놓은 금잔화가 피기 시작했으니
얼마 안있으면 화단에서 금잔에다 술을 따라마셔야 겠네요...^^
흘리는 술은 꽃과 나눠마시면서요.
지난 선거철, 완두콩밭을 매고 있는데
어깨와 겨드랑이로 무언가를 두른 아주머니가 오셔서는
학생이냐는둥, 선거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꽃씨라며 한봉지를 주시더니
형에 대해서 물어보시고는 한봉지를 더 주시더군요.
엄마한테 말씀을 드렸더니
" 가족이 네명이라 했으면 네봉지를 받았을텐데. 이런 바보. " 하셨습니다...^^
그꽃이 백일홍이었습니다.
화무십일홍이라는데, 백일홍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산밭에서 옮겨심은 석잠풀이 훌륭하게 번졌습니다.
한 뿌리 심은 것에서 씨가 떨어지더니
주위가 온통 석잠풀만 자라서 풀도 별로 안나더군요...^^
여전히 신비한 보라색에다가
립서비스를 연상케하는 유혹적인 모습이
조그만 꽃이라 더욱 빛이나는듯 했습니다.
보통 말을 잘하면서 심보가 고약한 사람에게
' 입속엔 꿀이들었고 뱃속엔 칼이들었다 ' 고 하는데
석잠풀은 ' 입속엔 꿀이 들었고 뱃속엔 약이들었다 ' 고 해야 맞을듯 싶네요.
저번에 쓴 글에서 소개한 약성들...
조금 아파야 할것 같네요...^^
밭 끝머리 물기가 많은 곳에 심어놓은 우엉이
대형 우엉이 되더니
급기야는 이렇게 사람키를 넘길정도로 키가 커서는
밤송이같은 씨앗을 잔뜩 열었습니다.
보통 가시가 있는것은 몸에 좋다는 법칙을 이용하면
이렇게도 큰 부드러운 가시가 빽빽히 나있으니
별 무리없이 몸에 좋겠군요...^^
어제는 초복이었는데
복 값을 하느라 그런것인지 장마 답지 않게
엄~청나게 맑은 날씨와 뜨거운 기후 속에
열심히 거름일을 했습니다.
낮에 혼자 마신 물이 페트병 한병은 마셨는데도
워낙 땀이 많이 나서
소변이 시원스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마을아저씨들께서는 하루 일을 쉬시며
성황당에 마련된 나무 그늘에 모여 고기를 굽고 술판을 벌이시더군요.
저희가 맥주를 한잔 마실동안
아빠도 오후쯤 잠시 다녀오셨고요.
다시 돌아오신 아빠와 거름일을 계속하는데
급기야는 그곳에서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아는 삼촌의 괴성이 들리며
원답흘 ~ 원답흘 ~ 악빠의 청추~운~~ 하는 노랫가락 이 들리더군요...^^
저녁에는 우리도 일을 마치고
저번에 미리 잡아두었던 뼛속까지 검은 오골계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푸욱 삶아 초복 치레를 복분자주와 곁들여 하였지만요...^^
자두 작업과 거름일 등으로
계속 정신이 없다가 모처럼 산골찻집에
조그마한 얘기들을 풀고 갑니다...^^
첫댓글 재홍아~~^^ 멋있다야 글재주가 보통이 아니네 기대해도 되겠지요??? 찻집분위기 금상첨화라오
기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별로 없네요...^^ 이미향님께서도 좋은 마음들 산골찻집에 내려놓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고기를 좋아하는 저희 엄마가 고기를 뜯으실때는 더욱더 활기가 넘치시나 봅니다...^^ 풀천지 안주인의 모습을 잠시 연상해 보며 미소지어 봅니다 고기 뜯는 아줌마소녀라......
ㅎㅎㅎ 엄마께서는 야채를 더좋아한다고 힘없이 우기시지만... 어쩔수 없는 현실이랍니다...^^ 반갑게 뵈올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여름은 눈도 풍요롭고 입도 행복하고 마음도 가득하고 따라서 일도 많고 그러네요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랍니다. 빼빼하게 말라서인지 겨울보담 여름이 좋더라구요. 특히 힘들게 일한 후 시원하기 이를데 없는 풀천지 개울물로 샤워하는 기쁨이 최고입니다...^^ 산골찻집에 반갑게 들리신 사루비아님께 시원한 풀바람차를 꽃잎띄워 드릴께요...
도시에서는 가장 덥고 짜증 나는 계절이 산골 찻집에서는 가장 축복받은 계절이 되었네요. 여유 있으면 저도 차한잔..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요... 로마노님께 드릴 미소차를 끓여내는 지금도 이곳은 쌀쌀하기만 하네요...^^ 대구는 덥기로 유명하다던데,, 오늘 하루는 어떠셨는지요 ~ ? ^^ 아마 대구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을 이기자면 쑥이나 익모초 같은 쓴 나물을 많이 먹어야 될것입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해마다 쓰디쓴 익모초 즙을 꼭 내어먹었다 합니다. 저희는 쑥효소를 대신 먹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