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식명칭은 뭘까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왜 만났을까요?"
"통일을 하려구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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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기도 용인 문정중학교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남북공동수업이 열려 학생들이 6.15공동선언과 통일을 주제로 퀴즈를 풀고 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7일 오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문정중학교 3학년 8반의 6.15공동수업 현장이다.
<민중의소리>는 이날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6돌을 맞아 남과 북이 동시에 진행하는 '공동수업' 현장을 미리 다녀왔다. 이번 수업은 6.15남측교육본부가 오는 12-17일 공동수업주간에 앞서 가진 시범수업이다.
이날 수업의 목표는 615공동선언의 내용을 알고 그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북쪽의 실상을 올바로 알고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 할 일들을 찾아보는 것.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은 교육본부와 현장의 교사들이 직접 준비했다.
아직은 낯선 공동수업 취재를 위해 많은 기자들이 모여들었고 교사와 학생, 학교 관계자들도 다소 긴장되고 들뜬 분위기 속에 수업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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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통일을 주제로한 퀴즈를 풀고 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몇 십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
영화도 나는 멜로, 너는 액션
난 피자, 너는 스위트
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게 있어. 김밥
김밥을 좋아하잖아. 언제나 김과 밥은 붙어 산다고
너무나 부러워했지" (가수 '자두'의 노래 <김밥>중에서)가수 '자두'의 노래 <김밥>에 애니메이션을 덧붙여 만든 영상 '김밥'은 반세기 이상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와 사상은 달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아나가다 보면 통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쉬가 연달아 터지자 학생들은 쑥쓰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박수를 치며 익숙하게 노래를 합창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반의 긴장은 사라지고, 즐겁고 흥분되는 '살아있는' 수업이었다. 취재기자들도 수업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고 교실을 누비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은 3학년 8반 학생 37명, 이날 수업지도는 이 학교에서 도덕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맹향윤(여) 선생님이 맡았고, 특별히 일일교사로 배우
권해효씨가 나섰다.
현재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 홍보대사로도 활동중인 권씨는 북녘땅을 방문했던 소감 등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며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이 수업이 여러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멋진 꿈을 그리는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6.15공동선언을 주제로 만들어진 동영상을 보고난 뒤 학생들의 소감을 잠깐 들어보자.
"
남남북녀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북한 여자아이들은 너무 이쁘고 나중에 만나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남과 북 주민들이 마음놓고 오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문화적 차이가 더 생기기 전에 하루 빨리 통일을 이뤘으면 좋겠어요"
"교육문제나 국방문제 등을 해결한 다음에 통일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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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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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수업에 일일교사로 참석한 배우 권해효씨는 "오늘 이 수업이 여러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멋진 꿈을 그리는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2000년 6.15공동선언의 가장 큰 이유였던 '통일' 그렇다면 통일은 왜 해야하는 것일까? 배우 권해효씨가 던진 질문에 학생들은 다소 난감한 표정들을 짓는다. 그러다 권씨가 만났던 북녘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조금씩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우리가 보다 우리답게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금강산, 평양,
묘향산 등을 방문하면서 많은 북녘 동포들을 만났던 권해효씨는 "우리가 통일을 이야기 하지만 정말 통일에 대해 절실한 마음이 있나 되돌아 보게 된다"면서 "지난 60년동안 떨어져 살며 통일에 대해 잊고 지냈던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권씨는 "남쪽 배우시라고 들었는데 선생님은 통일을 위해 어떤 영화를 찍으셨나요?"라고 묻는 북쪽 학생의 질문에 난처했던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남쪽에 사는 우리는 어떨까요,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어떤 대학에 갈까를 고민하느라 통일에 대한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자, 우리도 이제 준비를 하자는 겁니다. 북쪽 학생들에 대해 알아가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도 솔직히 알아보고"
"(권해효씨가) 다시 북을 방문한다면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 맞이하겠다"고 말했다는 설미라는 이름의 북쪽 여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권씨는 "그 어떤 통일을 위한 사업이나 말들보다 설미양의 말처럼 가슴 절절한 말이 없었다"고 전하며 "통일의 과정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 끝은 사탕처럼 즐겁고 달콤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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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3학년 8반의 자칭 '얼짱'이자 방송계 진출이 꿈이라는 장별양과 권해효씨가 진행한 통일골든벨은 조별 퀴즈 대항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 다음 문제!! 북쪽의 군대를 인민군이라고 하고 인민군에는 안경 낀 군인이 없다. 맞으면 ○ 틀리면 ×"
"북쪽 학생들은 시험을 주관식으로만 본다"
'통일골든벨' 시간에는 학생들 눈빛이 더욱 초롱초롱해졌고 교사, 학생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업에 빠져들었다. 이날 5교시 수업은 다음 수업종이 울릴 때까지 이어졌다.
퀴즈는 금강산,
한라산, 한반도, 서울, 평양, 평화통일 등 6개 조로 나눠 진행됐다.
수업을 끝마치며 '김밥'을 부르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더욱 우렁찼고 학생들의 표정은 환하게 피어났다. 입에는 통일사탕을 하나씩 물고.
이날 수업을 진행한 맹향윤 선생님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줘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수업을 계기로 학생들이 조금 더 통일에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너무 좋았어요. 통일과 북한에 대해 좀 더 알게됐어요"
이 학교 3학년 8반 이은희양은 "북한에 대해 오늘 권해효씨를 통해 북한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북에 꼭 한번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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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같은 반 곽선미양은 "처음엔 많이 긴장했었는데, 수업을 통해 북에 대해 더 잘 알게됐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같은 민족인데도 태어나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북한에 너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이번 남북공동수업, 특히 남측에서의 수업은 많은 기대와 관심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공동수업은 6.15공동선언을 교육부문에서 실천하기 위해 이달 12일 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을 남북공동교육주간으로 설정하고 남과 북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작년(2005.6.13~18)에 처음 시작되어 남측교사 2만여명과 100만여명의 학생이 참여한 바 있다.
6.15 남측교육본부는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북측과 동시에 전국의 학교에서 6.15를 주제로 공동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15일 광주지역에서는 이 기간중 광주를 방문한 북측 교육계 관계자들이 수업을 참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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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첫댓글 "몇 십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영화도 나는 멜로, 너는 액션/난 피자, 너는 스위트/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게 있어. 김밥/김밥을 좋아하잖아. 언제나 김과 밥은 붙어 산다고/너무나 부러워했지" '자두'의 노래 <김밥>이 이렇게 깊은 뜻을 담고 있을 줄이야.....^^ 맑고 밝은 학생들의 표정은 바로 우리의 희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