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해외건설 수주활동이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올 여름 이후 해외 대형플랜트 공사가 본격화되면 전문인력이 크게 모자라 공사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플랜트 엔지니어링과 시공 전문가 및 관리직 경험자들에 대한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부실한 인적 인프라 탓에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다가올 ‘인력대란’을 걱정하고 있다.
11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12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원유집하시설공사를 따낸 SK건설을 비롯해 GS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상당수 업체들은 해외플랜트 전문인력이 크게 모자랄 것에 대비,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섰거나 다른 인력조달 방안을 찾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SK건설은 △정유·유화플랜트 엔지니어링 △플랜트 시공 △자재·구매 △안전관리 △품질관리 △재무·법무·현장관리 등 6개 부문에 걸쳐 3년 이상의 경력이나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각각 수십명씩 채용키로 하고 지난달부터 상시채용 체제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최근 쿠웨이트에서 12억달러 규모의 플랜트공사를 따낸 데 이어 같은 지역에서 추가로 5억달러 이상의 계약체결을 앞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해외현장에 대한 인력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플랜트 프로젝트의 설계업무를 수행할 엔지니어가 많이 모자라지만 해외사업의 경우 지원·관리인력도 대거 파견해야 할 입장이어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며 “채용인원은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세 자릿수 규모에 달하고 연말까지 수시 채용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건설 만큼 다급하지는 않지만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해외플랜트 인력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GS건설은 지난해 활발한 해외수주 성적을 거둔 데 이어 지난 4월 대우건설과 함께 카타르에서 6억6천만달러 규모의 콘덴세이트 처리공장 공사를 수주했고 삼성물산도 지난해말까지 초대형 플랜트·건축공사를 수주해 역시 전문인력 조달이 시급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플랜트설계 및 시공부문에서 각각 3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기술자를 수십명씩 채용키로 하고 연중 채용신청서를 접수하고 있으며 삼성물산도 최근 플랜트본부에서만 10여명의 경력직을 채용한 데 이어 꾸준히 채용공고를 내고있는 모습이다.
GS건설 해외플랜트기획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신규수주한 플랜트 현장이 대부분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공사가 본격화되면 파견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국내에는 설계·시공능력을 갖춘 기술자들이 한정돼있어 하반기 이후 인력난이 매우 심각한 양상을 띨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경우는 최근 4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에탄회수처리시설공사와 7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발전소공사를 수주한 데다 이란 등에서 추가로 대형공사 수주가 예상되고 있어 역시 중동지역의 인력수급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행히 지난달 사우스파 4·5단계공사가 준공됐고 리비아에서 완공예정인 사업도 있어 이들 현장인력을 다른 신규현장으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플랜트시장의 활황이 계속되면 하반기중 어느 시점에 가서는 분명히 인력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은 최근 신규수주 물량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현재 영업활동을 펴고있는 대형프로젝트를 2∼3건만 추가로 수주하면 역시 인력대책이 시급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근무에 비해 해외파견의 경우는 업체별로 최소 50%에서 100% 가량 많은 급여를 지급하지만 가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임직원들이 파견근무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인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해외현장 기피현상도 업계의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건설업체간 ‘인재 모시기’ 경쟁이 빚어질 것에 대비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노골적인 스카우트 활동이 감지되지 않지만 하반기 이후 착공현장이 늘어나면 인력조달 경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임직원들의 자부심이 큰 만큼 다른 회사로 대거 빠져나가는 사태는 없겠지만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플랜트 인력대란에 대비해 제3국 기술자 도입과 국내업체간 인력풀 운용을 적극 검토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삼성물산이나 대림산업, SK건설 등 상당수 업체들은 해외사업을 위한 엔지니어링 작업에 인도 등 제3국 출신의 우수기술자를 채용, 국내에서 활용하고 있고 일부 업체들은 유휴인력을 서로 빌려주는 형태의 상호 파견근무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기획실장은 “지난 4월 이후 계약이 집중되면서 상반기중 해외건설 수주고가 6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고 오는 8∼9월쯤에는 대형현장이 잇따라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라며 “관련업체들은 경력직 채용을 상설화하고 외환위기 이후 퇴직 임직원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지만 이 정도 방법으로는 인력난 해소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제3국 전문인력을 한시적으로 수입해 해외현장에 대한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길 수 있도록 비자발급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해외건설 인력풀을 구성하고 체계적으로 양성·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기능공의 경우 현지 인력시장을 통해 한시적 조달이 가능하지만 설계·시공 기술자와 관리직 인력은 수급조절이 매우 어려운 형편”이라며 “업체별로 전문인력을 대거 채용해 현장에 투입한 뒤 준공과 함께 구조조정에 나서기보다는 인력풀을 활용해 제때 기술자를 조달하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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