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때 미관말직인 사정 벼슬에 고태정이란 숫기 좋은 양반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이 숫기 좋은 양반의 친구가 정여창 선생의 집 옆에 살았는데, 하루는
낮부터 마신 술이 과해 친구의 찾아 갔다가 친구집 문을 두드린다는게 그만 일두 선생의
대문에 통자를 넣고 말았다.
"이리 오너라. 언능 오너라."
"뉘신지요?"
이마빡이 반질거리는 청지기눔의 물음에 되려 고태정은 화를 벌컥 내며 호통이다.
"이눔아, 뉘긴 뉘여. 니눔 주인 친구지"
"근데 쥔 어른이 지금 진지 드시고 게신온디.."
"머라, 진지를 잡수신다고? 이눔아, 차라리 똥을 잡수신다고 해라. 친구가 먼길을 왔는데
그깟 밥술이 잘도 넘어 가더란 말이냐?"
하늘이 얕다고 길길이 뛰는 고태정의 포달에 놀란 주인이 허겁지겁 나오는데 고태정은
그만 시선이 얼어붙고 말았다.
친구가 아니라 머리가 허연 정여창이 였기 때문이다.
고태정이 즉시 엎드려 죄를 청하자 일두 선생은 흔연 웃으며 손을 잡아 이끈다.
"사람이 한번 어미배에서 나오면 누구나 형제이니 또한 친구가 아니겠는가?
내 오늘 호기로운 젊은 친구를 마났으니 어찌 한잔술의 즐거움이 없으리요."
그리곤 주안상을 재촉해 큰잔으로 연거푸 내리니 마침내 고태정은 술에 감겨 쓰러졌고
일두선생은 옆집의 고태정 친구를 불러 뒷일을 부탁했다.
해병대 행군로에서 헤맬대 절친의 포달을 듣지 못한 미안함에 괜히 일두 선생의 일화를
끄적여 보았다.
이제 못다한 길을 또 따라가 보자.
해병 행군길 싱글 개념도.
처음 마주치는 헬기장까지 왔더랬지.
지나온 길.
벌써 잎이 무성해져 좋은 조망은 기대할수 없게 되었다.
연초록 터널길.
위의 지도에는 377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용케 빵꾸 한번 안나고 잘 버텨주는 고물 잔거.
선답자들의 후기에 자주 보이는 돌무더기.
바로 권이리 마을 갈림길입니다.
위의 돌탑과 붙어 있으니 돌탑은 권이리 갈림길로 아소서.
13km 왔으니 앞으로 12km를 더 가야 됩니다.
싱글만,,,
그런데 조금 뒤에 나오겠지만 감재의 대나무터널을 절정고수인 막타오님은 20km 지점이라고
했는데 실제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읍니다.
그렇다면 편차가 무려 5km 정도가 생기는데 어느게 진짜인지...
아마 도상거리와 실거리의 차이인듯 혼자 짐작해 봅니다.
해병대 행군로가 적은 글이 삭아 없아 졌읍니다.
저리 보여도 길옆으로 구르면 까마득히 내려갑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갈림길인데 선답자들의 후기에 꼭 나오는 사진입니다.
연태분맥을 하는 산꾼들의 후기에도 빠지지 않읍니다.
하버링이 먼뜻인지 해병대 출신(645기라 합디다.)인 후배에게 물으니 자기도 잘 모르겠다네여.
인테넷 뒤지니 헬기 제자리 비행이라 카는데...
하버링 팻말쪽에서 찍은 사진임다.
아주 급하게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임도 수준으로 넓어져 월산 갈림길까지 신나는 다운이 이어집니다.
앞 뒤 잴거 없이 막 달리면 됩니다.
이렇게 널찍합니다.
드뎌 월산 삼거리입니다.
체력이 달리는 분은 여기서 탈출하면 좋읍니다.
월산 3.2km.
다운이니 금방 내려 가겠죠??
안가봐서 모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렇게 생겼읍니다.
감포쪽으로 고속도로(?)를 달림니다.
그리고 얼마안가 두번째 헬기장을 만납니다.
바로 여기.
정면 오른쪽 능선에서 포항시경계와 연태분맥 즉 해병대 행군로가 갈려 나갑니다.
막타오님이 저기서 포항시 경계로 들어서는 실수를 했다는..ㅋㅋ
헬기장에서 뒤돌아 본 능선.
헬기장 오른편으로 신나게 달려 갑니다.
잠깐 주의!!
헬기장에서 신나게 내려오면 갑자기 길이 꼬불꼬불 급경사로 변해 아래로 떨어집니다.
바보 라이더는 여기서 한참 고민을 했는데 왜냐하면 오른편으로 능선이 갈려 나가기에
그쪽이 아닌가 했읍니다.
그러나 꼬불꼬불 아래로 떨어진 길은 감재로 이어진 정등로이니 염려 마시고 따르시라.
권이리 저수지로 떨어지는 감재.
여기서 야트막한 오르막으로 직진합니다.
그 유명한 감재의 대나무숲.
예전 사진에는 여길 잔거를 타고 통과했던데 실제로는 끌바해야 합니다.
바닥에 대나무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 라이딩에 호의적이지는 않읍니다.
그림은 이렇지만 실제는 대나무지대인 감재를 지나면 604헬기장까지 거의 죽기 살기로
끌바를 해야 합니다.
갠적으로 전체 구간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입니다.
그런데 선답자들의 어느 후기에도 여기가 힘들다는 글이 없어 별로인줄 알았다가 아주
된통으로 죽을 곡경을 치루었읍니다.
산사태 지역.
여길 오면 다 올라온 겁니다. 휴우, 진짜 힘듭디다.
막타오님이 오류리로 알바한 문제의 604헬기장.
헬기장 건너편으로 포항시경계가 갈려 나갑니다.
604헬기장에서 바라 본 지나온 길과 포항의 산군들.
길이 좋아 신나게 단힐 합니다.
고생끝 행복 시작인줄 착각 하기 좋읍니다.
그러나 그러나....
여기 봉우리에서 급경사 끌바로 내려 갑니다.
물론 고수들은 타고 내려가겠지만 바보들은 몸을 생각하는게 좋읍니다.
외읍리 삼거리.
내려온 방향, 즉 역방향으로 찍은 사진인데 사진상 왼편이 외읍리로 빠지는 길입니다.
진행 방향으로 본다면 오른편으로 빠지는 길이 외읍리로 이어지겠죠.
갈림길에서 직진 해야 합니다.
추락주의 팻말이 말해주듯 떨어지면 골로 갑니다.
그런데 저 좁은 길을 사발이(사륜바이크) 들이 헤집고 다녔더군요.
거참..
바람이 좋아 한참을 쉬었던 곳입니다.
여길 지나면 산사면을 돌아 길이 S자로 빙글 돌아 갑니다.
잔자갈과 마사토가 길을 덮고 있어 슬립에 신경 써야 합니다.
여기서도 무조건 넓은 길을 따라 갑니다.
의심스러우면 넓은길!!
잔자갈이 가득한 길이 끝나면 비단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곤 단힐 하다가 오른편으로 90도 꺽어 집니다.
아래 그림입니다.
보이시죠?
이 그림도 선답자의 후기에 많이 나옵니다.
여길 지나면 사면을 돌아 왼편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갑니다.
끝이 보입니다.
여길 오면 다 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비인지 먼지는 모르나 폼 나는 묘지를 지납니다.
갈림길에서 큰길 따라 내려 갑니다.
노동리 기두마을입니다.
건너편 소나무 조림지로 내려 왔읍니다.
개념도가 읽어 준 싱글 종착지 입니다.
아마 관음사로 짐작됩니다.
물 좀 얻을려 했더니 너무 조용해 포기하고 돌아 나왔읍니다.
아무래도 인상이 소두둑인지라..
농로를 신나게 달려 갑니다.
기두마을의 초당곡지 입니다.
노동리 마을앞 대로.
노동리에서 감포를 거쳐 다시 오천읍으로 복귀하는 로드 라이딩은 달아 오른 햇살에
필사적이 된다.
싱글에서 힘을 소진한 탓에 오천읍까지 30km 남짓한 길을 무려 두시간이 걸려 힘겹게
돌아간다.
동해안의 그 아름답던 풍광 사진이 한장 없는걸 보면 엔간히 힘이 들었나부다.
그러나 며칠이면 또 다시 해병대 행군로의 그 아름답고도 힘들었던 길이 그리워지리라.
아마 내년 봄이면 만리성 비알에서 욕을 퍼붓고 있겠지.
"닝길 조또, 씨부럴.."
2015년 5월 13일. 난테 진맹익 청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