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막내가 귀해진 증권업계
부장님이 생수통 갈아요.
올 10대 증권사 대졸 공채 300명 미만 예상, 입사 '바늘구멍'.
젊은이들 금융회사 취업기회 상실은 사회적 불평등.
IFA제도 등을 통해 스스로 금융을 경험하는 노력필요.
(관련내용)(연합뉴스 2016.03.13)여의도 증권가 취업시장에 꽃샘추위 못지않은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올해 10대 증권사들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규모가 300명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젊은 피 수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여파로 증권업계에선 20대 막내 사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가 됐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5개 대형 증권사가 올해 대졸 신입 공채에서 예년 수준으로 뽑더라도 전체 채용 규모는 250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가 13일 자산규모 10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상대로 올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실시 검토' 수준을 밝힌 증권사는 5곳에 불과했다.
현재 자산 규모 1위인 NH투자증권이 올 하반기에야 20 30명의 공채를 검토 중이다. 2013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은 인력이 크게 늘어 최근 3년간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년간 하반기에만 대졸 신입 공채를 한 삼성증권은 올해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이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기존인력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금융회사의 신규채용은 사실상 올스톱 되고 있습니다. 향후로도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제도권 금융을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길이 차단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금융산업을 ‘자본주의 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꽃을 심고 물주고 수확하고 다시 심는 역할을 독점적으로 하는 배타적 그룹이 비밀스럽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있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단지 꽃을 구경할 뿐입니다. 그런데 공짜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자)을 평생 동안 내고 구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금융시스템을 지배하는 배타적 세력들은 대단한 '특혜성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 비밀스런 영역에 경험없는 젊은이들이 접근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젊은이들의 금융회사 취업이 바늘구멍이란 사실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에서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사다리가 치워지고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그동안 '흙수저들'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었던 정통적인 길은 사법고시를 통한 길과 의사가 되는 길 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분상승에 더해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은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처럼 제도권 금융회사에 입사해 다양한 섹터경험을 하고 스스로 비밀스런 영역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광주 송정리 시골출신으로 가진 것 없었던 박현주 회장도 대학 때부터 금융시장에 대한 포부를 갖고 있었으며,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다양한 금융경험을 쌓고 이것이 밑바탕이 되어 결국 '미래에셋'이란 금융그룹을 구축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다가설 수 있는 엘리베이터이기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이런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일입니다.
그러면 금융을 배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향후 우리나라에서 금융을 배울 수 있는 유력한 방법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의 ‘도제식 금융시스템’이 부상할 전망입니다. ‘도제식 금융시스템’이란 마에스트로(전문가) 밑에서 제자 및 파트너로 10년이고 20년이고 하나부터 열까지를 사사받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가족(집안)에서 가족(집안)으로 이어지는 비밀스런 ‘도제식 금융시스템’이 몇 백 년씩이나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집안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로스차일드가’입니다. ‘로스차일드가’는 집안의 금융노하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지어 결혼도 가문 내에서만 배우자를 선택합니다.
종합해보면 자본주의는 돈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금융회사는 자본주의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는 좁은 문 이었으나 그 문이 닫히고 있습니다. 이 배타적 지배계급에 손님으로 초대받기는 어려우니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그 길을 혼자서는 갈 수 없으며, ‘금융멘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금융산업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은 제도권 금융회사의 취업문이 닫혔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훌륭한 ‘금융멘토’를 찾아 ‘도제식 금융시스템’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한가지 열린 문은 올 상반기 도입되는 IFA(독립투자자문업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2016.3.16 글. 이길영/전 한국경제TV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