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주 :
필자가 과거 일선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국정홍보처에서 운영하는《국정브리핑》사이트에『靑村隨筆』이란 제목으로 수년 간 수필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이 때 쓴 수필 중에서 일선 치안 현장에서 영일(寧日)없이 고단하게 직무 수행하는 경찰 동료들이 ‘건강관리’에 양식이 될 만한 글이라면서 따뜻한 관심을 준 글이 있어 여기 다시 소개합니다. 오래된 글이지만 필자도 다시금 읽어보면서 성찰하게 됩니다. 글 자료를 제공해 주신 저희 장형은 돌아가셨지만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형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새해 아침에 얻은 귀한 가르침
- 좋은 글귀 직접 먹 갈아서 써보면 어떨까?
윤승원 수필문학인
새해가 되면 대소가(大小家)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교육자이자 향토 사학자인 칠순의 장형(長兄: 尹佶遠, 관성동호회장, 충북향토사연구회 이사 역임, 옥천장학회 운영)은 경찰 직업을 가진 동생을 만나면 으레 무슨 책자라도 한두 권씩 마련해 두었다가 정성껏 봉투에 넣어주신다.
책이 아니라도 인쇄물이나 신문·잡지에 난 글들을 알뜰히 모아 두셨다가 이 동생에게 꼭 전해 주시기도 한다.
내 직장이 정서적으로 다소 거친 환경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동생이 이런 저런 형식의 글도 틈틈이 쓰고, 독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해서 이런 책들을 챙겨 주시는지 모른다.
형님이 주신 책자를 펼치면 나는 맨 먼저 형님이 집필한 옥고를 읽고 나서, 그 밖의 글들도 틈틈이 눈여겨본다. 형님이 주시는 책자 속에는 의외로 내가 관심 가질만한 유익한 글들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두 권의 책을 받아 왔는데, 그 하나는 형님이 소속한 전직 교장 선생님들의 친목 모임인 ‘삼락회(三樂會)’에서 펴낸 <회보>이고, 또 한 권은 형님이 고문으로 있는 지역 향토사 연구회에서 펴낸 <역사 자료집>이다.
그런데 전직 교장선생님들이 펴낸 ‘삼락회’지에서 뜻밖에 재미있는 글귀를 발견하고 눈을 쉽사리 떼기 어려웠다.
나는 이 글을 음미하면서 새해를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趙敏植 선생님(충북삼락회 부회장)이 쓰신 <아름답게 사는 길 333…>(‘忠北三樂’ 제15호 66쪽)이란 제목의 글이다.
좋은 글은 집안에 스크랩을 해 놓고 혼자서 틈틈이 음미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연초(年初)이고 하니,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의미에서 직접 먹을 갈아 습자(習字)를 해보는 것도 가슴으로 익히는데 도움이 될 듯싶다.
● 아름답게 사는 길 333…
[즐겁게 사는 길(心)]
3善(奉仕) : 慈善, 積善, 最善(나누고 섬기고 최선을 다하자)
3低(謙遜) : 低頭, 低肩, 低腰(굽히고 낮추어 겸손하자)
3淸(淸高) : 淸淨, 淸雅, 淸儉(맑고 깨끗하고 검소하자)
3和(平和) : 心和, 人和, 家和(자신과 가정 이웃에 평화를)
3少(便安) : 少慾, 少憤, 少憂(탐하지 말고 성내지 않고 걱정말자)
3恩(感謝) : 知恩, 謝恩, 報恩(늘 감사하고 은혜에 보답하자)
3寬(容恕) : 寬容, 寬大, 寬恕(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용서하자)
3氣(신바람) : 德氣, 活氣, 潤氣(덕을 닦고 넓고 크게 신바람나자)
3愛(사랑) : 愛他, 愛隣, 愛國(이웃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자)
[건강하게 사는 길(身)]
3多(多動) : 多事, 多忙, 多藝(바쁘게 살며 취미는 다양하게)
3學(學不厭) : 好學, 勉學, 獨學(늘 배우고 공부하자)
3樂(즐김) : 樂山, 樂水, 樂此(자연을 즐기고 즐겁게 일하자)
3步(조깅) : 活步, 速步, 土步(하루 만보 이상 걷자)
3守(節制) : 守分, 守節, 守身(스스로 안전과 건강을 지키자)
3快(快適) : 快食, 快眠, 快笑(잘 먹고 잘 자고 웃으며 살자)
3食(小食) : 小食, 混食, 粗食(담백한 음식으로 소식하자)
3有(有望) : 有情, 有備, 有望(늘 준비하고 희망을 갖자)
3禁(禁煙) : 禁煙, 禁酒, 禁色(담배 술 여자를 삼가자)
‘늘 배우고 공부한다’는 말이 이 글 속에도 들어 있듯이, 여기 열거한 ‘3字’만 제대로 익히고 음미하면서 살아도 따로 수양(修養)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한자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은 전직 교장 선생님의 케케묵은 ‘한자 나열’이라고 도외시할지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음미해 보면, 잘 알면서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인생 덕목과 삶의 지침서가 이 3字 속에 다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름지기 수신(修身)이란 좋은 말을 벽에 붙여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단히 성찰하고 익혀, 하나라도 내 것으로 해야 할 일이다. 좋은 글을 읽게 해 주신 조민식 충북삼락회 부회장님과 새해 아침에 이런 귀한 글을 만나게 해주신 장형께도 감사드린다.
- 2004.01.19《국정브리핑》
첫댓글 귀찮을 일인데 난을 옮겨 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주 좋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