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사람에게도 고향은 있다. 서울 사는 아이도 고향은 있다. 고향은 어릴 때 걸어가는 거리만큼 짙어진다. 같은 길도 걸을수록 정감이 쌓이고 추억이 된다. 그렇게 고향이 되는 것이다. 愛鄕心애향심은 많이 걸어다니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愛國心애국심은 애향심의 확대된 이름일 뿐이다. 애향심이 없으면 애국심도 없다. 발로 디딘 내 고향의 흔적과 땀이 없으면 애국심은 헛된 정열일 뿐이다.
애국심이 강하기로는 아마도 이스라엘과 일본이 최고일 것이다. 둘 다 어릴 때부터 소풍을 걸어서 다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한 달에 한번씩 소풍을 나간다고 한다. 차를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걸어서 학교 가까운 곳부터 두루 다니는 것이다. 어릴 때는 가까운 곳으로 다니다 다리에 힘이 붙을수록 멀리 나가는 것이다. 어디 가겠는가? 멀리 명승지를 갈 수 없기에 동네의 역사와 지리를 동네 어른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도시락과 음료수만 들고 간다고 한다. 교사 역시 걸어서 함께 다녀오는 것이다. 師弟同行사제동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척박한 사막 환경일지라도 어릴 때 걸어서 다니면 보고 느낀 것이 온몸에 저장되어 추억이 되기에 장성해서도 추억이 되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여러 차례 있었던 중동 전쟁에서 외국에 유학 중이었던 이스라엘 청년들이 귀국하여 총을 들고 싸운 것은 다름 아닌 어릴 적 힘들게 소풍을 다닌 덕분이라 생각한다. 일본도 그러하다. 일본의 초등학교 체제는 너무나 유명한데, 그 핵심에 바로 사제동행의 소풍이라 생각한다. 그냥 선생님 따라 힘들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궂은 날씨에도 걸어다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처럼 지방의 인구감소도 덜한 것이다. 어릴 때 쏘다녔던 시골 풍경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머리 속에 어릴 적 풍경이 가득하기에 어디에 살든 고향으로 회귀하고 싶은 갈망은 더욱 커진다.
내 아버지는 1931년생으로 어릴 때 온전히 일제 학교를 경험하셨다. 할아버지께서 히로시마에서 장사를 하셔서 일본 본토에서 일본 학교를 다니시다 중학생 때 조선으로 건너오셨다고 한다. 근데 아버지께서 기억하시는 사건이 소풍과 관련되어 이채롭다. 그 당시에도 일본은 한 달에 한 번 소풍을 했다고 하는데, 벤또에 물통만 들고 선생님을 따라 나섰다고 한다. 근데 80년이 지나 아흔에 가까운 아버지께서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신다. 그만큼 어릴 때 교육이 중요한데, 일본은 소풍을 통해 건강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우리도 일제시대 이렇게 했건만 편한게 좋다고 타협하다 지금과 같은 지경에 이른 것이다. 버스 타고 부웅~ 돈으로 현장학습하고, 금강산도 식후경은 여전하다. 이런 마당에 사고라도 있으면 큰 일 나기에 교사들도 힘든 건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하지 않으면 가정과 사회에서라도 해야 한다. 학교 밖에서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아니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오늘 미세먼지가 적다. 얘들과 나갈거다. 학교의 누구도 원치 않지만, 얘들만 괜찮다면 나갈거다. 작년엔 원치않는 학부모가 계셔서 데리고 나가지 못했다. 애석한 일이다. 고덕동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다. 고향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동네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그동안 살았던 곳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내 고향 진해, 서울에 올라와 처음 살았던 관악구 신림동, 성남시 분당,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고덕동. 앞으로 살 곳도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환경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살고 있는 사람의 관심의 방향과 노력 여부에 달려있다. 산책, 얼마나 좋은가? 그냥 걸으면 된다. 좋은 계절 봄을 맞이하는 좋은 방법은 동네 산책이다. 꽃이 만발한 공원도 좋고, 동네를 돌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숨어 있는 길고양이들도, 지나가는 새들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가족의 행복이 있다면 아마도 그 속에 가족 함께 손잡고 동네 한바퀴 산책하는 시간에 깃들 것이다. 그 속에서 오가는 대화가 얼마나 즐거울까? 우리반 얘들은 데리고 나가도 배고프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다리 아프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대가 오른다.
1. 지도 보면서 갈 곳 정하기
2. 007 작전 - 비밀 엄수
3. 다녀와서 글짓기
첫댓글 산책가는길에 아이들과 마주칠수 있는 경험을 해보고싶네요. 오늘은 정말 나가기 좋은 날입니다^^
고래힐로 무사히 다녀와 글짓기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