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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S 파리 컬렉션 현장에서 에디터가 직접 취재한 따끈따끈한 소식 |
컬렉션이 시작되기 30분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자와 VIP로 쇼장 앞은 분주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수지 멘키스, <보그 USA> 편집장 애너 윈투어, 스타일리스트 안나 피아지, 아트 디렉터 겸 사진작가 마이클 로버트 등 패션계 거물급 인사도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기다림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들이 착용한 의상과 핸드백 역시 관심거리가 되는 가운데, 2009 S/S 시즌의 승자가 될 브랜드는 어디일지 취재 열기가 뜨겁다. 이번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는 소니아 리키엘의 40주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20주년, 이바나 오마지쉬의 마지막 세린느 컬렉션 등 특별한 화젯거리와 이벤트가 유독 많았다. 9일간 계속된 파리 컬렉션 현장에서 입수한 최신 트렌드와 에피소드, 지금부터 공개한다.
Futuristic Mood 실현 가능하고 우아한 미래
컬렉션의 의상이 갈수록 웨어러블해진다지만, 역시 패션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든든한 무대는 그 어떤 곳도 아닌 파리다. 이번 시즌 미래주의적 감성은 ‘모던’과 ‘심플’로 정의된다.
그동안 ‘퓨처리즘’ 트렌드를 등에 업고 선보인 다양한 룩은 화려하지만 SF 영화처럼 과장된 것이 사실. 실제 옷을 구입하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듯 보다 정제된 디자인과 컬러를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 선두에 선 발렌시아가의 니콜라 게스키에르는 패셔너블한 우주인을 무대 위로 내보냈다. 컬렉션 테마가 '매트와 샤인'이라고 밝힌 그는 자신이 개발하고 연구한 소재가 컬러풀한 조명에 의해 어떻게 표현되는지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빛을 반사하는 광택 소재와 빛을 흡수하는 매트한 소재의 조화, 비대칭적 커팅, 다리와 손까지 감싼 라텍스 의상은 니콜라가 추구한 미래주의적 미학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우주복 형태를 띤 조퍼스 팬츠와 모터사이클 룩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스타일닷컴의 패션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 역시 팬츠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밝혔고, 아트 디렉터 마이클 로버트는 그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발렌시아가에 비하면 칼 라거펠트의 룩은 훨씬 웨어러블하고 현대적이었다. 테일러드 재킷과 펜슬 스커트의 미니멀한 옷차림에 페이턴트 소재의 장갑과 뷔스티에, 좌우 비대칭인 벨트를 더해 힘을 주었고 반짝이는 소재와 저지를 활용해 퓨처리즘에 한발 더 다가갔다.
Japanese Style 오리엔탈의 회귀
국가나 도시는 패션 디자이너에게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2008 S/S 시즌 인도로 떠난 그들은 F/W 시즌에는 동유럽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2009 S/S 시즌에 영감을 불어넣은 곳은 어디일까? 이브 생 로랑이 현대적인 기모노풍 옷을 입은 모델을 런웨이로 내보내자 새로운 영감의 장소가 어디인지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모던한 오리엔탈풍 의상을 원한 스테파노 필라티는 담백하면서도 진보된 재퍼니즈 터치를 가미했는데, 우아하면서 실용적으로 보였다. 근사한 하이 웨이스트 룩이 눈에 띈 루이 비통의 벨트 또한 기모노에 연출하는 오비 형태를 띤다. 파리 컬렉션에서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는 두 브랜드의 선택이 그러하다면 내년 봄, 이들이 뿜어낼 막강한 영향력이 짐작되지 않는가? ‘원더랜드의 엘리스’를 주제로 로맨틱한 정원을 담아낸 겐조의 룩에서도 재퍼니즈 스타일이 숨어 있었는데, 일본 꽃에서 영감을 받은 사랑스러운 플라워 프린트가 그것이다. 커스텀 내셔널 역시 오리가미 기법을 사용한 미니 드레스를 제안하며 재퍼니즈 스타일에 힘을 불어넣었으며, 세린느에서도 오리엔탈풍의 프린트를 선보였다.
Dark 어두운 색조와 어두운 패션계
내년 봄 의상으로 화사한 파스텔 톤이나 강렬한 비비드 컬러를 기대했다. 하지만 파리 컬렉션은 에디터의 기대를 보기 좋게 저버렸다. 경기가 좋지 않은 어두운 패션계를 반영한 것인지, 미니멀리즘의 연장 때문인지 모노톤 의상이 주를 이룬 가운데 마치 F/W 컬렉션을 보는 듯 블랙이나 그레이, 브라운, 카키 등 어두운 색조가 팔레트를 채웠다.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는 ‘블랙의 미래는 어떠한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듯 거의 모든 의상을 블랙으로 메웠고, 지방시나 겐조, 니나 리찌, 미우 미우 역시 블랙 또는 칙칙한 가을 색조가 대부분이었다.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2008년 매출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패션 하우스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새로움 대신 ‘팔릴 만한’ 차분한 옷에 집중한 듯 보였다. 그 대표적 증거가 여성들이 늘 관심을 두는 테일러드 재킷. 로에베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아크리스, 이브 생 로랑, 루이 비통, 지방시, 니나 리찌 등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테일러드 재킷을 선보였는데 스타일은 조금씩 달랐지만 어깨를 강조하거나 완벽한 테일러칼라를 보여주는 등 방법은 비슷했다.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능력 있는 파워 우먼의 모습을 부각시키려 한 의도가 엿보였다. Diverse Views 자연과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9일 동안 97개의 쇼가 열린 파리 패션 위크. 스타일닷컴이나 WWD 등은 루이 비통, 에르메스, 미우미우, 알렉산더 맥퀸을 2009 S/S 시즌 눈여겨볼 만한 브랜드로 선정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연과 문화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느껴졌다는 것.
‘자연’이나 ‘환경’ 하면 그린 컬러나 플라워 프린트를 내세우던 과거와 달리, 디자이너의 보다 깊은 통찰력을 느낀 시즌이었다. 프로그램 노트에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떠올렸다”고 밝힌 알렉산더 맥퀸이 그 대표적인 예. 환경주의에 깊은 관심을 가진 그는 “환경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며 꽃과 새, 나무의 나이테 패턴으로 룩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문화를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과 필터로 한 번 걸러낸 듯한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풀이는 의상의 패턴과 소재, 컬러를 다양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에르메스의 장 폴 고티에는 ‘사막’과 ‘카우걸’의 존재를 고급스럽고 시크한 이미지로 풀어냈다. 모래와 선인장으로 가득 채운 런웨이도 세련되긴 마찬가지였다. 카우보이모자와 프린지 장식이 살랑거리는 의상과 신발, 크로커다일 클러치백을 매치한 모델들은 럭셔리한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패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로마, 그리스의 고대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미우 미우는 레이디 룩을 거칠고 그런지한 스타일로 표현했다. ‘정제되지 않은 원시성’이라는 테마로 컬렉션을 이끌어간 미우치아는 낙서한 듯한 프린트, 낡고 해진 듯한 디테일을 통해 변화와 반전을 꾀했으며, 모던하고 스포티한 지난 시즌과 달리 과거로 회귀를 꿈꾸는 듯했다. 루이 비통의 쇼를 보면서 마크 제이콥스의 머릿속이 꽤나 복잡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칸 또는 아시안 무드가 엿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분방한 파리지엔 스타일을 염두에 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 다문화를 믹스한, 그러면서도 매우 조화로운 루이 비통 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액세서리와 함께 강렬한 컬러가 등장했다. 다양한 소재의 믹스 매치와 와이드 팬츠,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백, 아프리카 스타일의 큼지막한 기하학적 귀고리와 목걸이, 어깨를 강조한 핀스트라이프 재킷 등은 관능적이면서도 쾌활했다. 앞에서 거론한 명품 패션 하우스가 과연 매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지 의문이지만, 경기 불황으로 인해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패션계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해석과 시선을 통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길 바란다.
episode
1 파리 패션 위크의 마지막 파티를 장식한 브랜드는 바로 펜디. 디타 본 티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이번 파티는 블랙&골드로 전체를 꾸민 ‘Le Miliardaire’에서 열렸다. 소피아 코폴라, 카일리 미노그, 델피나 펜디 등 스페셜 게스트가 참석해 파리의 밤을 더욱 화려하게 빛냈다.
2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계 인사와 할리우드 스타, 디자이너와 친분 있는 셀러브러티로 가득 차는 프런트 로. 샤넬과 세린느 컬렉션에서는 탤런트 박시연이 클라우디아 시퍼, 엠마 왓슨 등 화려한 스타들과 함께 프런트 로에 있어 반가웠다. 싱가포르 패션 잡지가 그 자리에서 표지 모델을 제안했다는 후문.
3 세린느에서 마지막 쇼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룩을 보여주었고, 칵테일파티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내년 F/W 컬렉션부터는 전 끌로에 디자이너 피비 필로가 맡는다.
4 이번 파리행에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그의 쇼를 직접 본 일. 칼 라거펠트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브랜드이기에 한국 프레스에게 주어지는 티켓이 여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쇼를 관람한 패션 에디터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쯤, 국내 론칭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JumpSuit 트렌드 룩으로 떠오르다
최근 할리우드 스타들이 점프수트를 근사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매기 질렌할은 영화 <다크 나이트> 시사회장에서 등이 깊게 파인 스텔라 매카트니의 점프수트를 입고 나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브룩 실즈는 토니 어워드에서 프렌자 슐러의 시퀸 점프수트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2008 S/S 시즌부터 점프수트가 자주 눈에 띄긴 했지만 워낙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이라 쉽게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2009 S/S 컬렉션에서는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손댔을 정도로 막강한 지지를 받았다. 레오나드는 고유의 독창적인 프린트로, 칼 라거펠트는 슬림하고 모던한 실루엣으로, 스텔라 매카트니는 테일러칼라가 돋보이는 룩으로, 이브 생 로랑은 컬러풀한 시퀸 소재로 완성하는 등 점프수트를 브랜드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디자인으로 각각 제안했다. 실루엣이 훌륭할 것, 프린트가 아름다울 것, 소재의 퀄리티가 좋을 것. 이 세 가지 중 최소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입었을 때 충분히 스타일리시해 보이니, 다가오는 봄에는 점프수트 하나 마련해볼 것! 단,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신발 매치. 작업복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 스니커즈보다 하이힐을 선택하라.
SEE-THROUGH 우아한 노출
신체를 감추고 드러내는 숨바꼭질을 멈추지 않은 여성 패션. 파리의 디자이너는 2009년 ‘드러낼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다. 노출하지 않고도 노출한 듯한 효과를 줄 것! 바로 시스루 룩이다. 오간자나 샤, 시폰같이 살이 비치는 소재를 대거 등장시켜 우아하게 노출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샤넬에서는 모던한 스타일의 오간자 블라우스와 함께 롱 드레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생기 넘치는 20대 여성을 염두에 둔 듯한 디올의 의상도 마찬가지. 짧든 길든 스커트는 대부분 쇼츠가 그대로 비치는 오간자 소재였다. 아크리스에서는 어깨부터 가슴까지 이어지는 부분이 투명하게 비치는 원피스를 선보였는데, 마치 튜브톱 드레스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노린 듯했다. 이 밖에도 소니아 리키엘, 세린느, 칼 라거펠트, 겐조, 이세이 미야케, 바네사 브루노 등 대부분의 쇼에서 시스루 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커트의 밑단이나 소매 또는 재킷 안의 이너웨어로 착용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평소 갈고닦은 몸매를 은근히 뽐낼 수 있도록 돕는 ‘정직한’ 시스루 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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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리에서 직접 만난 레오나드의 의상은 생각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웠다. 독창적인 핸드 프린트 기술, 매혹적인 플라워 프린트, 부드럽고 가벼운 실크 소재를 제외하고도 사랑스러운 컬러와 트렌디한 디자인은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내년 1월부터는 LG패션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는다.
2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은 20주년 기념 패션쇼로 풀었다. 20년간 40회의 쇼를 통해 보여준 것을 총정리하고자 한 마르지엘라는 행위 예술을 방불케 한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쇼를 전개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국내 패션 잡지 기자들은 가장 인상적인 쇼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꼽았다.
3 파리 교외에서 열린 소니아 리키엘 40주년 기념 파티와 컬렉션. 소니아 리키엘이 딸 나탈리 리키엘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 참석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장 폴 고티에, 크리스챤 라크르와 등 30인의 디자이너가 소니아 리키엘에게 헌정한 30피스의 룩 !
4 엠마누엘 웅가로의 의상은 참석자들의 로맨스를 자극했다. 화가인 그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여자 친구에게 썼던 연애편지의 서체를 다양한 의상위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자신의 고향인 콜롬비아 해변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색채와 매혹적인 러플,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쇼를 보여주었다.
5 이브 생 로랑의 리씨re-see 타임에서 눈물 모양을 거꾸로 새긴 테일러드 재킷을 만났다. 지난 6월 사망한 패션계의 거장 이브 생 로랑을 추모하는 룩으로 ‘우리가 흘린 눈물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단추 대신 달린 옷핀에도 눈물 세 방울을 상징하는 검정 돌 세 개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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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입으면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