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는 올해도 중학 교육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교육부과 일선 시도 교육청이 연계학기를 도입, 제도 확대를 예고했기 때문. 특히 ‘학교 수업이 살아났다’는 교육 당국, ‘아이 공부를 방해한다’는 학부모들의 시각 차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시범 도입 이래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제도 운영 현황과 성과, 해결 과제를 짚어보며 내실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 교육부 공교육진흥과·경기도교육청·충청남도교육청·참교육학부모회
이제는 연계학기 확대…갈 길 바쁜 자유학기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의 올해 예산 편성에는 중학생의 제안이 반영될 전망이다. 지역 복지관에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 교실을 마련하거나 공부 교실을 개설하자는 제안을 긍정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어린 학생들의 기특한 제안은 사실 수업의 결과다. 광주 하남중 김용옥 교사가 1학년 사회 과목의 지방자치제도 단원을 재구성한 수업 결과를 정리해 구청 주민 참여 예산 공모전에 제출한 것.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이 수업은 교육부가 뽑은 지난해 자유학기제 우수 사례 중 하나다.
지난해 전국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전면 도입한 교육부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연계학기 연구·시범 학교 확대 운영을 통해 다시 한 번 발돋움할 방침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에서 2학년 1학기 중 한 학기는 지필고사를 보지 않고 학생 참여형 수업과 다양한 진로 체험을 하도록 한 제도다.
2013년 42개의 연구 학교로 출발해 지난해 전면 도입까지 시행 규모를 늘렸다면, 올해 범위를 확장한다. 400개 이상의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 연구·시범 학교를 운영, 자유학기제의 수업과 활동·평가를 한 학기 이상 이어갈 예정이다.
일부 교육청은 교육부보다 한발 앞서 제도를 확대 중이다. 강원·서울·충남은 자유학기 전후 한 학기 이상의 연계학기를 더해 운영 중이며,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모든 중학교에 1학년 1∼2학기 교육과정을 자유학기와 연계학기로 편성하는 자유학년제를 시행한다.
공교육 정상화 발판 vs 교육의 질 미흡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이 자유학기제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림 1>에서 나타난 수업과 평가의 변화, 학생 중심 수업, 학교 구성원 간 관계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타 학기에도 확산하기 위함이다.
특히 강원, 충남 같은 지방 교육청은 지역 교육 정상화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충청남도 교육청 임광섭 장학사는 “자유학기제는 침체한 지역사회 교육을 재생하는 교육과정이다. 체험·진로교육은 물론 교과 수업까지 지역사회와 결합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중학교를 넘어 초등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대비한 수업·평가 변화, 고등학교 역시 자유학기제의 진로 탐색을 본격화할 수 있는 교육과정 마련 등으로 확산해 지방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마중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학부모의 마음을 불편하다. 학업 역량 저하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학교·교사의 편차가 커 학교·지역 간 격차를 확대한다는 지적부터 학습 누수에 따른 학업 역량 저하 우려로 사교육만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제도는 좋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정서가 학부모 사이에 팽배하다.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교육 정책. 현 상황에서는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변화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제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은 정책 지속 여부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정책을 적극 확대 중이며, 대입 수시 확대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맥이 같아 쉽게 손 놓기 어렵다고. 오히려 사교육 업계의 과도한 불안 마케팅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제도 확대 걸맞은 콘텐츠·인식 개선 필요
정책을 지속하려면 찬반 논란을 떨치는 것이 과제. 주목할 점은 학부모들이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것. 학교 현장의 미비한 준비와 점수 평가 중심의 고입·대입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자유학기제를 수용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미즈내일>이 794호에서 진행한 학부모 설문조사에서도 자유학기제 불만족 이유로 ‘제도 취지에 걸맞은 콘텐츠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참교육학부모회 이민애 경기지부장은 “자유학기제 이후 교실 수업에서 토론·발표가 활성화되고 있다. 문제는 진로·체험처가 협소하다는 점이다. 특정시기에 몰려 장소 확보는 물론 아이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활동이 이뤄지기 어렵다. 제도 확대가 오히려 진로·체험을 일회성 유희에 그치게 하는 셈이다. 전면 시행에 걸맞은 다양한 체험처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학부모의 가치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부장은 “학부모들이 경험해보지 않은 교육과정이다 보니 시험 점수처럼 직관적으로 지표화되지 않는 ‘평가’를 신뢰하지 못한다. 대입과 교육과정의 변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자유학기제는 옳은 방향이다. 학부모의 인지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교육부는 우수 사례를 발굴하는 한편, 정기적인 교육 연수와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육 콘서트 등을 통해 수업의 질 향상과 콘텐츠 개발, 소통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교육부 예혜란 공교육진흥과장은 “제도 운용에 있어 학교·지역 간 수업 수준 차는 줄이되 특성은 살리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발굴·개발하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효과를 키우고 문제점은 개선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교육 당국과 학부모의 바람처럼 자유학기제가 공교육 정상화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