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김관식
작은 일에도
펄쩍펄쩍
속 좁다
말하지만
바르게 살아왔다
뱃속까지
투명하게 살아왔다
김관식 동시집 『숨바꼭질하는 바다』, 《도서출판고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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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사는 작은 어류들은 잡아서 젓갈을 담아 양념으로 쓰거나 다른 어류들의 먹이 등으로 사용을 한다. 속이 좁은 사람을 두고"밴댕이소갈닦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작은 마음을 지녔음을 일컫는 어류 중 하나다. 김관식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 "숨바꼭질하는 바다"는 바다에 대한 각종 어류 등에 대한 해양생태 동시집이다. 밴댕이라는 동시도 '밴댕이소갈닦지'에 대한 반박의 동시라 할 수 있다. 밴댕이가 속이 좁은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인은 밴댕이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이 살아간다는 비유법을 썼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밴댕이 속이 작기 때문에 작은 것이 아니라 속이 훤이 보이고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살면서 살아가는 모습, 방법, 행동, 등을 표현하는 데 식물이나, 동물, 또는 어류 등에 비유를 하여 사람을 표현한 예가 많다. 요즘은 세상을 보는 눈도 다르고, 듣는 귀도 달라지고 있다. 옛날처럼 입과 귀로만 듣고 전하던 시대에는 예시된 동물이나 식물, 어류 등을 비유하여 이야기할 때 적절한 표현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형광등이니, 신호등이니 현대문명에 대한 예를 들어 사람의 행동을 지적을 한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입은 재앙을 여는 문이고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혀는 자신을 베는 칼이다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라는 말처럼 다른 어떤 말로도 비유될 수 없는 말을 만들어 낸다면 그 표현이 새로운 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시라는 것은 이렇게 과거의 속담이나, 격언 등에 대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다시 비추어 보는 그런 모습도 좋은 방법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동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