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독서일지 (12)
(24.05.04~05.25)
월든(Walden), 하루 종일 아침 같은 활력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으며
-12일차(24.05.15)
1
-우리 삶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이 책 제2장, <내가 살았던 곳과 거기에서 산 이유> 중에서)
1850년 무렵 처음 운행되었던 기차-시인 ‘소로’가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던 미국의 ‘월든’ 호수 부근으로 지나간-의 속도는 시속 50킬로미터였다.
(지금 현대 한국의 도심지 내부를 운행하는 택시의 정격속도와 같은데, 택시 운전기사들은 제한 속도를 더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도시와 도시를 횡단하는 고속철도는 더욱 빠르다.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망의 전달 속도는 어떤가. 그럼에도 지금 세대는 그 속도가 더욱 빠르기를 요구하고 있다.)
속도가 빨라지며 시인 ‘소로’가 살던 시대는 더욱 복잡해지는 문명으로 인해 생활 자체가 간소화되길 간절히 바란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생활하자
(이 책 제2장, <내가 살았던 곳과 거기에서 산 이유> 중에서)
그러면서 간소하되 한층 높은 목적의식을 지닌 생활을 하자고 제의한다. 왜냐하면 ‘개코원숭이(미개)’와 ‘인간(문명)’의 삶 중 무엇을 선택할 지에 대해 시인은 이즈음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실험적으로 ‘월든’으로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 속에서 한동안 살아보았던 것이다.
2
-영원이란 시간 속에는 참되고 숭고한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모든 시간과 장소와 기회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신(神)도 지금 이 순간 영광의 정점에 있다. 따라서 모든 시대를 통틀어 지금이 가장 신성(神聖)하다.
(이 책 제2장, <내가 살았던 곳과 거기에서 산 이유> 중에서)
아침 시간을 시인은 가장 소중히 여긴다. 하루는 아침의 시간만 있는 것처럼 여겨야 한다고, 아침의 활력으로 하루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3
-신상(神像)의 찬란한 모습이 드러난 후, 그를 감싸고 있던 베일에는 먼저 한 점 묻지 않았는데,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로 개선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니다.
(이 책 제3장, <독서> 중에서)
‘그 베일을 걷어 올린 사람은 철학자 안에 있는 나 자신이고, 지금 그 모습을 회상하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철학자다’라며 시인 ‘소로’는 중세 이후 ‘신(神)’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전환하며 사실상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는 끝났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더 이상 개선할 시간이라는 개념은 인간에서 사라지고, 대신 그 대상이 세상으로 옮겨졌다고 여겨진다. 기차가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는 빠른 세상으로 변모했다고 탄식하며 여러모로 생각을 야기하는 복잡한 곳이 되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4
-나는 책을 통해 앉아서 정신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는 이점을 얻었고, 심원한 교리라는 술을 마심으로써 한 잔의 술에 취했을 때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미르 카마르 웃딘 마스트’ 18세기 인도 시인, 제3장 <독서>에서)
‘소로’는 통나무집을 짓고 나서 간간히 주변에 개간한 텃밭에서 잠시잠깐 일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통나무집 안에서 독서하는 일로 소일했다.
특히, ‘고전(古典)’을 탐독하며 칭송했는데, 인간의 가장 고귀한 사상을 기록한 책이라며 기원전 그리스의 유명한 신전인 ‘델포이’나 ‘도도나’도 밝히지 못한, 가장 최근의 질문에 대한 ‘해답’이 있는 곳이라고 갈파했다.
인류의 유수한 ‘고전’에서 그 답을 찾아내자며 1850년 당시, 지금으로 치면 과학의 걸음마 단계에서 벌써 간파했던 혜안을 미래사회를 향해 도도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는, 현대 인류문명이 처한 각종 종말론적 위기에 대해 지금 한 번쯤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