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월요일...
오후 여섯 시가 넘어서 집을 출발.
포장도로 40마일, 비포장도로 9마일을 달려 지난 주일에 잠시 들렀던 Rocky Ridge Tent Meeting이 열리는 곳을 향했다.
언덕 위, 바위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에 설치된 대형 천막.
한쪽엔 강단이 설치되어 있고 예배 준비가 다 되었지만 전원 공급 문제로 잠시 지연되다 7시 40분께 시작된 집회.
이런 집회에는 의례 초청가수(?)가 있게 마련.
주최자 당사자도 찬양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지만 역시 주최자의 임무가 있는 듯.
오륙십은 되어보이는 초청가수께서는 전자기타를 어깨에 걸메고 찬양을 부르는데 무슨 찬양이든 컨츄리풍으로 각색을 해서 부른다.
역시 이들의 음악 취향이 어떤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
그 다음엔 두세 명의 현지 참가자들이 나와서 찬양을 부르는데 이땐 꼭 거의 장황하다시피한 간증도 덧붙이게 마련.
누군가 찬양을 부를 땐 탬버린을 자기 마음대로 쳐대는 할머니도 계시지만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다 한 집회의 부분이니까...
사회자가 나를 불러낸다.
인사를 하든지, 찬양을 부르든지, 아니면 간단, 혹은 장황한 설교를 하더라도 다 용납되는 경우다.
나와 현재의 사역, 그리고 장기사역 계획을 설명하고 아내와 함께 전자기타를 빌려 치면서 찬양 두 곡을 부르고 들어왔다.
전체 참가자가 20여 명 정도였으니 우리의 참여는 분명히 그들 눈에 띠었을 것이며 어느 정도 기억에도 남을 것이다.
집회 주최자가 형제 목사인데 형님 목사님은 날 처음 봤을 때 아파치족 원주민인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인사 같은 설교, 설교 같은 간증... 등의 순서 후에 드디어 아홉 시가 한참 지나서 뒤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변죽을 하던 주강사께서 나와서 말씀을 증거한다.
영어로 하고 나바호언어로 하고...
그래서 점점 길어지는 것인지...
그래도 밤은 깊어가니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하긴 모처럼 오신 분들에게 짧은 설교를 들려드리고 얼른 보내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 싶다.
밤은 깊어가고... 지대가 제법 높은 이곳 광야의 밤기온...
혹시나 긴팔 상의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못한 건 아니었는데 집 나설 때의 기온이 훗훗하여 깜빡하고 그냥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위가 내려앉고...
잠시 화장실에 가기 위하여 밖에 나와보니 오히려 바람이 부는 바깥이 조금 덜 춥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냉랭한 기운이 옷깃을 파고 든다.
아마도 천막 안에는 낮에도 햇볕을 쬐지 못해 바깥 땅보다 더 냉랭한 기운을 내뿜는 듯 싶다.
어쩐지...
이 분들은 반팔로 버티는 분이 둬 분 계시지만 방석에 담요에 겉옷에 준비가 만반이다.
열 시 반이 훌쩍 넘어서 드디어 집회는 끝나고...
집회장소 옆에 설치해놓은 작은 천막들로 자리를 옮겨서 집회 주관 목사님의 따님들이 준비해놓은 음식 세 가지와 음료수로 식사를 하는데...
몸은 추위에 덜덜 떨리고..
그래도 그냥 바로 나올 순 없어서, 저녁을 잔뜩 먹고 참석하기도 했으니 아주 조금씩 입맛만 다시는 수준으로 먹고 자리를 떠 휘황한 반달이 사위를 밝혀주는 광야를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오니 밤 열두 시가 넘는다.
이 집회는 토요일까지 계속되는데 아침 여덟 시에는 기도회와 성경공부가 있고 어느 날엔가는 저녁 다섯 시 경에 저녁식사까지 제공한단다.
주로 연세드신 할머니들 중심으로 모이고 그분들을 위한 집회라고 할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눈에 뜨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 보기에 영락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타치고 찬양하고 간증도 하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 이것이 소위 말해서 동네 성도들의 잔치인 셈이다.
보호구역 안에서는 이런 천막 모임이 제법 자주 벌어지는데 경우에 따라서 교회가 연합, 혹은 단독으로 주최하는 경우도 있지만 (목사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집회를 주최하는 경우도 있는 거 같고 가족이나 교인들이 힘을 합해 일을 진행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작년 연말에 한인 선교사들이 주최하는 음악예배를 계획했다가 형편상 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와 유사하지만 나름의 특징을 가지있는 집회를 기획하여 현지인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벅지, 엉덩이, 명치 아래 배와 등까지 마치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진짜 맞았으면 이렇게 견디지도 못하겠지만) 우리우리하다.
아마도 왕복 18마일 비포장도로를 25-40마일로 달리면서 경험했던 진동요법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까스로 올리는 사진 한 장... 인삿말 하는 중에 주최자 레너드 목사님이 통역을 해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