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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인제 매봉산 칠절봉 환종주 산행기
【 1 】향로봉산맥 매봉산을 오르며
해마다 10월이면 가을 단풍 어김없이 찾아 오지만, 올해는 그 빛깔 너무 선연(鮮姸)해 처음 본 듯 곱게만 보인다. 단풍 물든
시월의 가을 산자락이 아름답다. 멀리서 바라보면 만산홍엽으로 곱게 물들어 더욱 아름답고, 가까이 다가가 그 모습 살피면
투명한 듯한 그 맑고 고운 색깔이 더욱 사랑스럽다. 이제 곧 서풍 불어와 낙엽되어 떠날 순간을 앞에 두고도 스스로 농록(濃
綠)의 무거운 빛깔을 씻어 내는 그 품새 앞에서는 비록 미물에 불과하다해도 그들에게서 고결한 품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연초록으로 피던 봄날엔 봄햇살에 방싯거리다 여름의 장일(長日)에는 염천(炎天)의 햇살조차 서로 다투고,그 무성턴 잎새들
이 다시 떠날 때를 앞두고는 영욕의 푸름을 거두어 간다. 비록 낙엽(落葉)은 되어도 풍엽(楓葉)으로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
으니 더더욱 사랑스럽다.
2014. 10. 19. 북설악의 매봉산과 칠절봉 연등을 간다. 절정기의 단풍을 놓칠세라 설악산 가는 길은 풍락객을 실은 차량들로
국도는 새벽부터 만원이다. 파아란 하늘이 내려 앉은 홍천강에 흰구름 따라 내려서 피고, 홍엽만산이 내려 핀 소양강은 굽이
마다 가을 수채화가 아름다우니 그 누가 주말을 맞아 찾지 않으리-. 그러나 추일락(秋日樂)을 그리며 들뜬 마음으로 지나가
는 소양강변 44. 46번 국도는 모두의 바램과는 달리 짧지 않는 인내를 요구한다. 인제 원통을 지나 한계터널을 지나니 그제
야 북설악의 46번 찻길이 시원 스러워 진다. 아침 열시 반, 인제 북면 연화동계곡 입구의 용대자연휴양림 높다란 간판이 마
중을 나와 반긴다. 매봉산과 칠절봉이 빚은 아름다운 연화동 긴 계곡을 따라 굽이마다의 둔덕에 똬리를 튼 용대자연휴양림
의 야영지와 산장들이 그림 같은데, 아침 햇살에 더욱 선명히 피는 붉은 단풍은 갈길 바쁜 유산자의 눈길을 애써 잡는다.
매봉산 칠절봉 산행은 첫 산행길이다. 인제군 북면 연화동계곡에서 시작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환종주 산행이다. 인제 매봉
산은 백두대간 칠절봉에서 분기하여 남쪽으로 분기한 단맥(일명 향로봉 산맥)의 주산이고, 그 5km 북쪽에 있는 칠절봉은
북설악 신선봉에 이은 금강산 일만 이천봉 중의 제2봉이다. 높이가 1,172m에 이르는 천봉(天峰)이다. 연화동계곡은 매봉산
과 칠절봉이 서로 마주하면서 품은 계곡이다. 휴양림 제4 야영장 위의 제2등산로를 들머리로 하여 매봉산 산행을 시작한다.
설악산권 대부부분의 산들이 악산인 것과 달리 이곳은 전형적인 육산이고, 높이 700m의 산죽 능선을 지나니 산자락의 교
목숲은 어느새 파스텔 톤 갈색 짙다. 이마의 땀을 가시는 소소한 바람결에 남은 잎새들이 우수수 진다.
바스락 대는 갈잎을 밟으며 1,271m의 매봉산 산정에 올라선다. 연화동 입구에서 2.5 km의 계곡을 걷고, 산행 들머리에서
3km의 능선 오르기를 2시간 30분 만이다. 매봉산, 명산은 아니어도 천의 고봉이건 만 표지석 대신 철제 이정목이 서쪽을
향해 서서 유산자를 맞는다. 백두대간 칠절봉에서 갈래쳐 와 이곳에 방점을 찍고, 서쪽으로 잠시 내려 1,180봉을 솟구치고
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서서 거칠봉을 세우고 인북천으로 뻗어가는 지맥은 짧지만 향로봉산맥의 기상을 엿보기에 부족함
없다. 조망대가 없는 산정을 뒤돌아 바로 아래 헬기장에 내려서서 바삐 설악 연봉을 담고는 칠절봉을 향해 걸음을 제촉한
다.
【 2 】백두대간 칠절봉, 금강산 제2봉을 오르며
인제와 속초를 잇는 56번 국도가 넘는 미시령의 남쪽 황철봉은 설악산의 한 봉우리이고, 그 북쪽 신선봉은 오늘날 설악산
국립공원 북설악의 한 봉우리다.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의 화암사(華巖寺)는 8세기에 창건한 신라의 천년 고찰인데, 이 화
암사의 일주문에는 금강산화암사(金剛山華巖寺)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절 뒤의 산은 신선봉, 바로 이 화암사의 진산(鎭山)
이다. 그러고 보니 북설악 신선봉은 금강산이 맞는다. 금강산 일만 이천봉은 거의 모두가 휴전선 이북 북한 땅에 있지만,
그 중 5개 봉은 남한에 있다. 바로 북설악의 신선봉과 진부령 북쪽의 백두대간과 겹치는 향로봉 산맥에 있는 칠절봉 동굴
봉 향로봉 삼봉이 그들이다. 일찌기 신선봉은 여러차례 다녀왔지만 진부령 북쪽의 4개 봉은 미쳐 오르지 못했었다. 마음만
먹으면 오를 수 있는 신선봉과 달리 칠절봉을 비롯한 그 북쪽의 산(봉)들은 휴전선에 가까운 군사보호구역이라 갈 수가 없
다. 진부령 남쪽 마산봉에 오를 때와 인제 양양 대암산에 오를 때에는 멀리 바라보면서 오르고 싶어 했던 금강산 제 2.3,4.
5봉들을, 오늘은 그 중 제2봉인 칠절봉을 간다.
매봉산을 뒤돌아 내려서 칠절봉에 이르는 5km의 향로봉산맥은 해발 1,000여 미터의 높은 고도이지만 전형적인 육산에 완
사지(緩斜地) 능선으로 이루어져 푸근하기 이를데 없고, 아름드리 활엽 교목숲 우거진 능선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세
속 일상의 일들을 절로 잊게 해준다. 일엽낙(一葉落)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안다는 일엽지추(一葉之秋)의 고사도 있듯이
소소(蕭蕭)한 갈바람에 우수수 낙엽이 지고 몇 남은 마지막 잎새를 보면, 시나브로 겨울이 가까이 오고 있음도 느낄 수가
있다. "바람은 손이 없어도 나무를 흔든다(풍무수요목/風無手搖木)"는 시구(詩句)에, "구름은 일어 앉은 중(스님)의 옷깃
적신다(운습좌선의/ 雲濕坐禪衣)"는 여구(麗句)를 지어 낸 시인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칠절봉으로 가는 길이 신
선의 길이다.
오랫동안 그리던 백두대간 칠절봉(七節峰)에 오른다. 비슷한 높이의 매봉산과 달리 커다란 자연석 정상 표지석이 반겨 준
다.1,172m의 천봉에 눈에 익은 백두대간(白頭大幹) 네 글자가 반갑다.마침 지난 주말에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의 백두대
간 남한 구간 일천 팔백 오십 여 리(里)의 종주를 마쳤던 참인데, 그러고 보니 다시 진부령 북쪽 대간을 찾은 셈이다. 심호
흡을 하면서 일망무제의 사위를 살펴본다. 백두대간은 북쪽으로 동굴봉을 지나 향로봉과 삼봉을 비껴서서 고성재를 향해
달려가고 북한 쪽 금강산은 연무 속 아슴푸레 눈앞에 펼쳐진다. 동쪽으로 진부령을 내려선 대간은 마산봉 신선봉을 지나
설악 대청봉을 비껴서서는 서북능선으로 달려가고, 방금 지나 왔던 매봉산은 조금 전과 달리 검은 실루엣으로 무게 잡고
남쪽에서 근엄하다. 서쪽에는 역광 속에 멀리 대암산이 보일 듯 말 듯 희미하지만, 거침없는 사방의 가 없는 망경이 가슴
시리게 한다. 오랫동안 그려오던 곳에 올라 사방의 풍경을 완상하며 감상에 에 젖다보니, 어느 시인의 시 한 수가 생각난
다. "산중에 무었이 있는가 (산중하소유/ 山中何所有), 산 위에 흰 구름 있네 (영상다백운/ 嶺上多白雲). 다만 홀로 즐길
지언정 (지가자이열/ 只可自怡悅), 임에게 보내드릴 수 없네( 불감지증군/不堪持贈君)" 라는 산 중 절창시를 음미해 본다.
혼자서 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풍경이다. 바람 세찬 칠절봉에서 외로히 늦게 핀 한 포기의 까실 쑥부쟁이를 본다. 늦게 피
어 시들기 직전의 쑥부쟁이는 바람결에 몸을 맡긴채 북쪽을 향해 미향(微香)을 피워내고 섰다. 칠절봉의 향기다.
2014. 10. 19. 칠절봉에서 바라본 매봉산
2012, 09, 22. 마산봉에서 바라본 칠절봉과 향로봉
▼ 인제군 북면 연화동 용대자연휴양림 입구 매표소 / 46번 국도변 안보잔시관 옆에 있다.
▼ 연화동계곡 풍경 /
산행코스 / 용대휴양림매표소-연화동계곡-제4야영장-매봉산제2등산로-매봉산-칠절봉-칠섭로-연화동계곡-안보잔시관
◀ 국립용대자연휴양림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연화동의 46번 국도변의 용대자연휴양림은 백두대간 칠절봉과 향로봉산맥의 매봉산 사이에
형성된 크고 작은 여러 골짜기의 맑은 곡수가 흐르는 연화동계곡에 있다. 여름의 녹음, 가을 단풍, 그리고 겨울철
설경이 특히 아름답고 1급수에 서식하는 열목어를 비롯 각종 야생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연화동계곡 풍경 - 1
▼연화동계곡 풍경 - 2
▼ 제4야영장 위의 매봉산 제2등산로 입구 풍경 /
▼ 매봉산 제2등산로 해발 700m지점엔 벌써 낙엽이 우수수 진다.
▼ 매봉산 제2등산로의 산죽밭과 붉게 물든 진달래
▼ 매봉산 정상 헬기장 아래의 칠절봉 갈림길 삼거리 풍경
▼ 매봉산 정상과 헬기장
▼ 높이 1,271m 매봉산 산정 - 1
◀ 매봉산 (每峰山) ▶
백두대간 칠절봉에서 남쪽으로 분기하여 인제군 북천과 인북천의 분수령을 이루며 거칠봉 말고개 명당산 봉
화봉을 거쳐 칠성고개로 이어지는 약 30km에 이르는 단맥(短脈 ; 이 단맥을 두고 향로봉산맥이라 고도 한다.)
의 주산(主山)으로, 칠절봉 남쪽 5km지점 높이 1,271m에 이르는 산이다. 인제군 서화면과 북면 경계에 있다.
▼ 높이 1,271m 매봉산 산정 - 2
▼ 높이 1,271m 매봉산 산정 - 3
▼ 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산 - 1
▼ 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산 - 2
▼ 매봉산에서 칠절봉으로 가는 5km 구간의 능선 풍경 - 1
▼ 매봉산에서 칠절봉으로 가는 5km 구간의 능선 풍경 - 2 / 칠절봉에 가까이 가면 입산통제구역이다.
▼ 매봉산에서 칠절봉으로 가는 5km 구간의 능선 풍경 - 3
▼ 칠절봉 아래 참호 위에서 바라본 대암산(좌)과 서화면
◀ 白頭大幹 七節峰 ▶
▼ 백두대간 칠절봉 (높이 1,172.2m) 정상 표지석 - 1
◀ 칠절봉 ▶
영동과 영서지방을 경계하는 백두대간 진부령(陳富嶺) 서쪽에 있는 높이 1172m의 천봉(天峰)으로 신선봉
동굴봉 삼봉 향로봉과 함께 금강산(金剛山) 1만 2천 봉 중 남한에 있는 5개 봉 중 하나이다. 영서 서화면 동
개마을에서 일곱 굽이를 돌아 있다하여 칠절봉(七節峰)이라 했다고 전해지고, 한편은 그 옛날 진부령을 통
해 영동과 영서를 넘나들던 사람들이 산적이 많은 이곳을 향해 7번의 절을 하며 무사통과를 빌었다는 전설에
서 비롯된 이름이라 전해지기도 한다. 향로봉과 더불어, 백두산과 지리산에 이르는 1625km의 백두대간 중
간 허리에 해당하는 곳, 휴전선에 가까이 접해 있다.
▼ 백두대간 칠절봉 (높이 1,172.2m) 정상 표지석 - 2
▼ 칠절봉에서 바라본 북한 쪽 금강산
▼ 칠절봉에서 북쪽을 향해 바라본 동굴봉 향로봉과 백두대간 / 향로봉 죄측으로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고성재
▼ 칠절봉 동사면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군 보급로인 "향로로(香爐路)"
▼ 칠절봉에서 바라본 소똥령 쪽과 간성읍
▼ 칠절봉에서 동쪽 북설악을 향해 바라본 풍경
▼ 칠절봉에서 남동쪽 설악산을 향해 바라본 풍경
▼ 칠절봉에서 남쪽을 향해 바라본 풍경 / 발아래 칠절봉 헬기장과 멀리 지나온 매봉산
▼ 칠절봉에서 바라본 대암산
▼ 대암산에서 바라본 칠절봉
▼ 칠절봉 등산 기념
▼ 향로봉 갈림길 칠섭로에서 바라본 칠절봉
◁ 백두대간 중심 향로봉 방문을 환영합니다 ▷
▼ 칠섭로 칠절봉과 향로봉 갈림길에 있는 위의 안내판과는 달리 이곳은 사전 허가 없이는 갈 수 없다.
▼ 칠절봉과 진부령 중간지점의 이름없는 8부능선으로의 하산길 계곡풍경
▼ 연화동계곡의 폭포
▼ 연화동계곡의 단풍
▼ 진달래 붉은 단풍과 생강나무 노랑색 단풍
▼인제군 북면 연화동 46번 국도변의 연화교와 "연화동안보잔시관" 풍경
▼ 안보전시관 앞 연화교 아래 연화천 석양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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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을을충분히 느끼지도못했는데...벌써 초겨울분위기가나네요...참으로 무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