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수수깡이 부러지는 소리, 슥슥 색칠하는 소리, 사각사각 색지를 오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도서관의 정적을 깨는 아이들의 웅성웅성 떠들고 웃는 소리도 이어 들려옵니다. 소란스러움이 새어나오는 정독도서관 ‘지혜의 숲’ 교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일주일 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재미있는 일 있었는지 ‘이야기’ 해줄래요?
수업 시작 전, 백선희 강사와 아이들이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 아이들이 모이자 정독도서관 ‘지혜의 숲’ 교실이 한층 소란스러워집니다. 백선희 강사가 일주일 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그동안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를 묻자, 친구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선생님을 향해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달팽이 키웠어요! 달팽이가 계란껍질도 먹고요~ 박물관에서 받았어요~”
“물고기도 키웠어요! 10마리나 돼요. 지금 구피 수컷들이 너무 많아요!”
“일요일에 할머니 생신이었어요. 할머니 집에 닌텐도 놓고 왔어요”
“달팽이를 선생님보다 훨씬 잘 키우네”, “와, 물고기 정말 많구나”, “큰일났네~ 닌텐도 어떡하니” 등 백선희 강사의 말에 아이들은 더 신이 났습니다. 마치 추임새를 넣는 고수와 소리를 하는 사람처럼, 백선희 강사와 아이들은 한층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수업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문학 놀이 시작해요! 오늘은 ‘집’에 대해 생각해 볼 거예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집’을 설명하는 아이들의 글과 그림
오늘의 주제는 ‘세상에 하나뿐인 집’.
‘편안하고 소중한 집’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쇠똥과 흙을 섞어서 만드는 아프리카 토고(Togo)의 집, 말과 양을 키우는 초원 한 가운데 몽골 집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습니다. 세계의 모든 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집들을 보며, 아이들은 강사의 작고 사소한 질문에도 미모사처럼 적극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저요! 저요!’ 서로 질세라 열성적으로 손을 들면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요. 소라껍데기 모양처럼 생긴 집을 본 아이들의 답변이 참 귀엽고, 재미있었습니다.
“소라게의 기분을 알고 싶어서요”
“소라게가 멋있어 보여서요”
“소라게를 위해서 확대해서 집을 지어준 거예요”
“소라게가 되고 싶어서”
“바다 속에 있고 싶어서?”
“소라게 껍데기를 보고 짓고 싶어져서”
“너희들 얼굴이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머릿속의 생각도 다 달라! 그래서 너흰 최고야!’
아이들에게 여러 집을 보여주고, 책을 읽어주는 백선희 강사
사진을 보고, 책을 읽은 후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집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을 다 적어 보세요!’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은 어떤 모양이었나요?’,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잔디밭에 집이 있어요. 방은 5개인데 모두 창이 있어요. 초콜릿도 있어요. 집의 색깔은 하얀색 페인트고요, 고양이 집이에요. 고양이 2마리가 있는 게 이 집의 자랑이에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으니, 각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났는데요. 고양이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민서, 수영장이 있는 공주의 궁전 같은 집을 갖고 싶다는 은서, 섬에 방이 아주 많은 집을 갖고 싶은 예담이. 똑같은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수현이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집’을 그릴 때, 둥근 지붕에 아늑한 전등을 켜놓고 혼자 책을 읽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제가 혼자 책 읽는 모습이에요. 동생이 요즘 귀찮게 해요. 혼자 있고 싶은데… 여긴 동굴이에요” 동굴 집을 갖고 싶은 이유를 똑 부러지게 설명합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아늑한 집을 갖고 싶다는 수현이의 작품 수수깡과 색지 등을 이용해 아이들이 상상한 집을 현실로 불러오는 만들기 시간도 있었는데요.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색지에 수수깡을 열심히 잘라 불이면서 “힘들어요. 그래도 재밌어요”라고 이야기하네요. “학교도 좋지만, 여기 수업이 더 좋아요!“라고 문학 놀이 수업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옛날부터 문학은 놀이였어요. 독후감을 쓰는 게 아니라 놀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9살, 10살 아이들에게 ‘문학’은 어떤 것일까요?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고, 억지 독후감을 써야 하는 것일까요? 또 독후감을 써야 할 책이 가득한 도서관은 항상 조용히 해야 하는 곳, 답답한 공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왁자지껄 도서관’에서는 단순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머물지 않고 문학에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다른 예술을 더하여 오감을 자극하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문학의 즐거운 만남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구지원 연구위원은 ‘한 아이가 요리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천둥번개가 친다고 표현하는 게 얼마나 멋졌는지 모른다’며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은 얼마든지 즐거운 ’놀이‘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또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짐짓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책 읽기, 글쓰기 그리고 도서관과 조금씩 더 친해지고 있지 않을까요?
‘왁자지껄 도서관-문학놀이를 품다’무엇이 다른가요?
백선희 강사, 아시아문화네트워크의 구지원 연구위원, 정독도서관 김종미 씨
“학원에서 이런 수업 들을 수 있을까요? 도서관에서 그간 여러 프로그램을 해왔지만, 동화 읽어주기, 독서치료, 글 쓰는 방법 등 단기적이고 한정적인 수업이었어요. 아이들이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은 흔치 않은 내용이에요” – 김종미
정독도서관은 어떻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왁자지껄 도서관-문학 놀이를 품다’를 만나게 되었을까요? 정독도서관 문화활동지원과 김종미 씨는 정독도서관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왁자지껄 문학 놀이’ 신청을 하게 된 이유가 ‘참신한 기획’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선희 강사도 흔히들 도서관은 책 보러 오는 곳이라 생각해, 이렇게 문학과 예술을 다양하게 접목시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같은 프로그램은 찾기 힘들다며, 앞으로 이런 도서관 프로그램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면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단순히 책을 읽고 쓰는 것에 머무는 활동이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인 독서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므로 지역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백선희
마지막으로 김종미 씨는 정독도서관 담당자가 아닌 한 시민으로서, ‘왁자지껄 도서관’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이전엔 잘 몰랐던 자신의 적성과 관심분야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요즘 애들은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다’라고 하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연극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고, 역할극을 해보는 건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 되지요. 자신의 적성이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넓혀진다고 할까요? 잘 몰랐던 자신에 대해 새롭게 깨닫고 흥미를 느낄 것 같아요. 사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김종미
‘왁자지껄 도서관 – 문학 놀이를 품다’ 프로그램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2013년 새롭게 선보이는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입니다. 놀이를 통한 문학교육 과정을 기본으로 음악ㆍ미술ㆍ무용ㆍ연극 등 여러 예술 분야와 강의, 체험 및 실내외 학습 등 다양한 형태로 융합한 12주차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현재 전국 104개 도서관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왁자지껄 도서관 – 문학 놀이를 품다‘는 이론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놀이를 통해 타 예술장르와의 연계 등 차별화를 추구는 활동 중심의 문학수업입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http://toyo.arte.or.kr
글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리포터_허지은
열쇠가 상자를 열 듯, 즐거운 현장의 이야기로 여러분의 마음을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