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은 우리나라의 문자로서,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됩니다.
때문에 한글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아이의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도대체 이 ‘한글학습’을 언제 해야 할까요.
이는 아이의 상황과 부모의 육아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례를 들자면,
갓 돌에 한글 인지를 시작해, 부모가 말하는 글자를 손으로 짚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맞벌이에 아이도 너무 어려 따로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어느날 보니 아이가 알고 있더라고 하네요.
이런 아이도 있다는데, 우리 아이도 어릴때부터 가르쳐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들만도 합니다.
한편 또 다른 집. 유치원 내내 한글에 관심없어 초등학교 입학 코앞까지도 읽기를 못해,
입학 전 두 달간 부랴부랴 선생님 모시고, 엄마가 종일 매달려 겨우겨우 떼고 입학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1학년때는 학습을 버거워했는데, 2학년 이후부터는 상위권이라고 합니다.
이번엔, 어차피 학교 가면 다 똑같아지는데,
굳이 어릴때부터 에너지 투입해가며 가르칠 필요가 있느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한글 교육의 시기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집니다.
최근에 우세한 쪽은 조기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이가 문자에 익숙해지면 그림을 보고 상상하는 것을 멈추고 문자 해독에 치우치게 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글 읽기가 시작된 아이들은 그림카드나 책 등을 볼 때 그림보다는 글자를 먼저 보려고 합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상상해야 하는 그림보다는,
단순명료한 ‘정답’을 찾게 되면서 창의력과 사고력이 굳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한글 조기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합니다.
조기교육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빠른 문자 인지는 아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해력을 높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구하려는 의욕을 불러일으켜준다고 말합니다.
몇년 전 방송됐던 한글 학습지 광고에서
어린 아기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사를 읽고 집을 잃은 북극곰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장면 기억 나시죠?
이처럼 그림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폭넓은 정보를 자신이 스스로 찾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관점의 차이이며 양측 모두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한글 교육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일까요?
모든 육아의 답은 아이에게 있다고 합니다.
한글 교육 역시, 아이의 상황에 맞춰 가장 최적의 시기에 적절하게 다가서는 것이 좋겠지요.
알고 싶어 하는 아이의 호기심을 제재하는 것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지식을 주입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아이가 언젠가부터 이런 행동을 할때가 있습니다.
책을 펼쳐들고 엄마가 읽어줬던 대로 외워 읊는다든가,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엉터리로 읽는 시늉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자주 보는 글자를 혼자 외워, 다른 곳에서 봐도 아는 척을 하고,
책 글자를 짚으며 엄마에게 ‘이건 뭐에요?’ 질문도 합니다.
우리 큰 아이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21개월에 나타났고,
저는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이라면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
책을 읽을때마다 표지의 제목을 한 자 한 자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주변을 보면 본격적인 한글 교육은 보통 5세 전후에 시작하는 듯 하며,
방식은 대부분 학습지 방문 선생님의 수업으로 진행하는 듯 합니다.
제 경우에는 직접 한글을 가르치겠다는 마음이 있어, 선생님 수업은 고려치 않았습니다만,
아이와 엄마의 성향에 따라, 엄마표로 강행했을 경우 오히려 엄마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자 교육에 앞서 '사물인지'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물의 이름, 쓰임새, 종류 등 생활 속의 배움 하나하나가 모두 이후의 문자학습에 영향을 끼칩니다.
1. 문자 노출
가장 기초적인 것은 책 표지나 간판 등의 큰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주는 것입니다.
또, 집안의 생활용품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방법도 많이들 사용합니다.
앞면은 그림이 뒷면은 글자가 있는 사물카드를 갖고 놀게 하거나, 벽그림을 붙여주는 것도
자연스럽게 생활속에서 문자가 익숙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벽에 카드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림과 글자가 각각 쌍으로 된 몇장의 카드를 만들어 짝을 맞춰 벽에 붙여두었습니다.
아이는 오며가며 자연스레 카드를 보게됩니다.
다음날 글자 부분을 모두 떼어 짝이 틀리게 엉망으로 붙여보고 아이의 반응을 보았습니다.
글자가 잘 못 붙은 것을 발견한 아이가 글자 카드를 떼어 제 짝을 맞춰 붙이더군요.
이런식으로 카드를 모두 인지한 것을 확인하면, 다른 카드로 바꿔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한글을 시작할때 색글자나 이미지 글자를 사용하면 초기에는 아이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으나,
어느 정도 수준 이후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아이의 성향을 고려, 잘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단색의 글자를 보여줬습니다.
2. 통글자 읽기
아이들은 초기에 글자를 하나의 그림 덩어리로 인식합니다.
때문에 ‘사과’와 ‘자두’를 읽을 수 있는 아이가 ‘사자’를 못 읽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통글자가 아닌,
한글의 창제원리에 따라 자모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글자는 아이들에게 문자를 쉽게 접근시킬 수 있다는 잇점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에게 ‘나도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게 됩니다.
자주 가는 가게의 간판을 스스로 읽어보게 하고,
여러권의 책에서 같은 글자를 찾아 색칠이나 동그라미를 하게 하면 통글자를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특히 글자수가 매우 적은 사물놀이용 아기그림책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단어를 스티커로 만들어, 아이에게 해당 글자 위에 붙이는 놀이를 시키면,
재미있게 통글자 인지를 시킬 수 있습니다.
책에 붙이는 스티커는 여러번 붙일 수 있는 리무버블 라벨지나 포스트잇,
혹은 일반 종이에 재접착풀을 붙여 만들면 책에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한글학습용 도서나 교구를 구입해 활용할 수도 있으며,
'한글이야호'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이나 학습 DVD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판 교재를 활용하더라도, 아이의 관심사에 맞추기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3. 낱글자 읽기와 자모음 구분
한글을 제대로 읽으려면, 통글자를 넘어 낱낱의 글자를 인지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음과 모음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이 부분이 한글 읽기의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통글자 학습의 맹점으로 꼽힙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 단계를 거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위기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같은 낱자가 들어가는 단어들을 묶어서 노출해주면 좋습니다.
[가방, 가위, 가재, 가루] 혹은 [사자, 하마, 아가, 자동차]처럼
같은 모음 이나 자음으로 구성된 단어를 읽게 하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자모음의 개념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
이후에 영어 파닉스 이해에도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4. 쓰기
우리 딸의 경우, 제대로 쓰는 것은 다섯살이 되어서야 가능했습니다.
그 전에는 손에 힘이 없어 힘들어하더군요.
평소에 선긋기나 색칠공부 등을 통해 손 힘을 키워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쓰고 싶은 글자를 쓰게 해주세요.
가 나 다 라 마...식으로 의미없는 글자를 나열해 쓰도록 하면 질리기 쉽습니다.
자기 이름, 엄마, 아빠, 동생이나 유치원 이름처럼
자기가 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글자를 쓰게 하면 좋습니다.
자기가 쓴 이름표를 가방이나 필통 등에 붙여주면, 매우 좋아합니다.

글자의 형태가 잡히게 되면, 보다 다양한 글자를 써보게 하고,
친구나 아빠에게 간단한 편지를 써보도록 하면 글자 쓰기의 즐거움에 흠뻑 들게 될 것입니다.
한글을 알게 된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한글과의 만남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도록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