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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직관대로 여행한 경험 >
몇 달전 쯤 엄마가 퇴사를 하셔서 갑자기 집에서 쉬게 되셨다. 나도 교생 실습 전까지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2번 학교 가는 일정 말고는 딱히 별 일이 없었다. 중간에 학교 휴일이 있다는 얘기를 교수님께 듣고, 그 날을 껴서 해외 여행을 다녀올까 해서 엄마한테 제안을 했었는데 둘이 가는 것은 별로 내켜하지 않아 하셔서 무산이 됐었다. 아무래도 둘이 가는게 불안하고,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둘이서 강릉으로 놀러가게 되었는데, 그때가 봄이었고 강릉 경포호에서 그 전 주말까지 벚꽃 축제를 했다길래 그 정보만 어디서 듣고 강릉으로 떠나게 됐다. 그런데 막상 가니까 경포호 근처에 벚꽃이 거의 다 져있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벚꽃이 많이 피어있는 스팟을 찾아서 차를 타고 가다가, 허균 생가 부근에 얼핏 벚꽃나무가 많이 있는 것 같길래 그쪽에 차를 대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날은 휴일이라 생가 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는 없었고 다행히 근처에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소나무 숲에서 걷다가, 보이는 다리를 건너서 넘어 갔는데 걷다보니까 한강 공원 같은 강변을 따라 이어져 있는 산책로가 나왔다. 거기에 공원처럼 조성된 곳에 튤립도 심어져 있었고, 벚꽃 나무도 많이 있었는데 그쪽에 있던 벚꽃나무에는 아직꽃이 거의 지지 않았고, 풍성하게 피어있었다. 벚꽃 나무가 있는 길을 따라서 가는데, 나무가 이쁘게 강으로 드리워져 있어서 정말 이뻤고 뜻밖에 멋진 곳을 발견하고 보고 싶었던 벚꽃도 실컷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서 알고 간 것도 아니었고, 우연히 차를 타고 가다가 이쪽으로 오게 됐다가 걸어서 들어오게 된 곳이었는데 강릉을 몇 번을 가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다. 허균 생가도 그 날 처음 가봤고, 강릉의 벚꽃로드 광경을 처음 보게 된 것이라 새롭고 좋았다. 실컷 사진을 찍고, 차를 타고 이동해서 식사를 하기 위해 짬뽕 순두부로 유명한 초당 순두부 마을을 갔다. 예전에 너무 사람이 많아서 못 갔었던 동화 순두부 마을로 갔는데, 왠지 사람이 없었다. 알고보니 브레이크 타임 20분전쯤 이었어서 대기표를 받고 앉아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어 들어갔다. 대기하면서 앉아 있을때, 사람들이 점점 시간 맞춰서 식당으로 왔고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테이블이 가득 찼다. 예전에 가려다 못 간 기억이 있어서 와봤던 거였는데, 평일에도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미리 와서 대기표를 끊고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가서 빨리 음식을 주문하고 먹을 수 있었다. 짬뽕 순두부는 생각했던 전골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정말 짬뽕 맛이 나고 맛있었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강릉 카페거리쪽으로 이동을 해서, 근처 해변을 갔다. 주말이었다면 사람이 무지 많았을텐데,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고 해변에 설치되어 있던 흔들 의자도 비어있어서 엄마와 몇분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구경하고, 파도치는 것도 구경했다. 가만히 여유롭게 앉아서 쉬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살짝 바람이 쌀쌀해져서 바다가 잘 보이는 공차 버블티 전문점 안으로 들어갔다. 음료 두 잔을 시키고,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쉬었다. 아무런 계획없이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 어떤 여행만큼 힐링되고, 즐거웠던 완벽한 여행이었다. 그 날 엄마가 여행이 즐거우셨는지, 같이 해외로 여행을 가자고 하셔서 급하게 비행기 표를 알아보게 됐다. 마침 필리핀 보라카이로 가는 비행기가 15만원으로 싸게 나왔길래, 2주 후쯤에 떠나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게 되었다. 비성수기라 다행히 숙소가 좀 남아있었다. 화이트 비치라는 해변가에서 도보로 10분 안되게 걸리는 곳에 있는 숙소로 예약을 했고, 스스호핑이라는 스노클링을 1:1로 가르쳐주는 호핑투어만 예약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첫 날은 늦게 숙소에 도착해서, 라면을 끓여다가 냉장고에 있었던 맥주를 꺼내서 같이 먹었다. 둘째 날에는 숙소 뒤편에 있었던 블라복 비치라는 곳에 가서 카이트 서핑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디몰이라는 곳에 가서 어떤 곳인지 돌아다녔다. 쇼핑몰인줄 알았는데, 로드처럼 되어 있는 상점이나 식당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었다. 화이트 비치로 가서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망고 쉐이크 전문점에 가서 망고 쉐이크와 망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생망고를 넣어서 갈아주는데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수영복을 입고, 스노클링 장비와 구명조끼를 챙겨서, 바다로 다시 나왔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화이트 비치에는 물고기가 하나도 없었고, 스노클링 장비도 다 챙겨왔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구명조끼를 입고 수영하는 사람도 거의 우리뿐이었다. 다들 그냥 맨몸으로 물속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냥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들어가보니까 바다가 잔잔하고, 소금기가 많아서 그냥 맨몸으로 들어가도 물에 둥둥 뜰 수 있어 안전했다. 그리고 낮에 햇빛이 엄청 뜨거웠는데, 우리가 모자도 안쓰고 선크림도 덜 바르고 엄청 걸어 다니고 수영을 했다.
첫 날은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어서, 걷고 걷고, 먹고, 수영하고 이게 거의 전부였다. 나중에야 대낮에는 사람들이 거의 잘 안 돌아다녔고, 수영도 주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좀 졌을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첫날 아무것도 모르고, 기세등등하게 태양이 뜨거운 낮에 열심히 활보하고 다녔다가, 하루만에 엄청나게 살이 빨갛게 올라와서 급하게 코코넛 크림을 사서 몸에 발랐다. 필리핀 태양빛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는데, 사전 정보 거의 없이 갑작스럽게 떠나게 돼서 호되게 당했다. 수영을 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 돈을 갖고 나와서 식사를 하려고 일부로 돈을 조금 챙겨나갔었는데, 생각보다 늦게까지 나와있게 됐다. 그런데 게다가 너무 멀리로 걸어와버려서 그때 차비도 없었고, 공복으로 돌아가기도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짤짤이를 털어서 비교적 저렴한 치킨 전문점이었던 안독스에 가서 돈을 맞춰서 겨우 조금 시켜 먹었다.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서 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돌아보니 그곳에 맛있는 맛집들도 많이 있던데, 몇 군데 못 가봤고 대충 끼니를 떼운적도 많았다. 여행을 다녀와서 생각하니, 그게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숙소에 가서 씻고 다시 나와서 해변을 걷다가 호객꾼이 선셋 세일링 (선셋을 보면서 요트를 타는 액티비티) 호객을 하길래, 한번 해볼까 해서 흥정을 했다. 갑자기 타게 된 것 치고는 그래도 싸게 흥정을 했고. 5시까지 오라고 한 장소에 시간 맞춰 가니까 어디로 데려가더니 거의 40분정도 앉아서 기다렸다 배를 탈 수 있었다. 요트에 타서, 그물망 같은 곳에 앉아서 선셋 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볼때는 되게 멋져 보이고, 낭만적으로 보였는데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고 그냥 이런 경험을 해봤다는 것 정도로 만족했다. 그리고 일단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이미 지쳐버렸다. 그 다음날은 미리 예약했던, 호핑투어를 했고, 점심으로 지나가다 마음에 든 호빗 펍에 가게 됐다. 음식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사람도 꽤 있었고, 기타치면서 라이브 공연도 하길래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게 됐다. 음식은 굉장히 늦게 나왔는데, 생각보다 라이브 하시는 분이 정말 노래를 잘 하셔서 기분좋게 기다릴 수 있었고,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음식도 생각보다 맛있었고, 편하게 쉬다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선셋을 보면서 맥주랑 스넥을 먹으려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해변에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경찰 세명 정도가 와서 뭐라뭐라 말을 했다. 뭐지하고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해변가에서 맥주, 스넥을 먹으면 안 된다는 거였다. 재개장을 하면서 그런 규정들 몇가지가 생겨났는데,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 사실이었어서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다. 벌금이 잘 기억은 안나는데 어마어마했고, 호텔 이름을 물어보길래 그냥 계속 영어 못 알아 듣는 척하면서 미안하다, 몰랐다고만 얘기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더니 다행히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고 돌아갔다. 갑자기 와서, 험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진 찍고, 벌금내야한다고 얘기하니까 심장이 정말 덜컹했다. 어쩌면 정말 중요하고 기본적인 정보였는데,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갔나 싶은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해변가 근처 코코넛 나무에다 그런 배너를 달아놨던데, 전혀 그것을 자세히 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식사를 하러 이동했고, 마지막으로 전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사지 받으러 간 곳이 숙소까지 꽤 거리가 멀었어서, 집까지 걸어가 면서 중간 중간 돗자리를 깔고 해변에 앉아서 쉬었다. 이동수단이 있긴 한데, 엄마랑 나 둘 다 현지인하고 흥정할 용기가 부족해서, 왠만하면 모든 곳을 다 걸어 다녔었다. 보라카이에서의 6일 동안 딱 한번 이동수단을 타봤다. 그 다음날은 아무런 계획이 없어서, 거의 종일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서 놀았고 한번 멀리 나가서 스노클링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급작스럽게 호객꾼하고 흥정을 해서 다음날 호핑투어를 예약 하게됐다. 현지 호핑투어라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영수증 하나만 달랑 받고 예약을 하게 된 거라 불안하기도 했는데 걱정보단 기대가 더 많이 됐다. 하루 종일 열심히 수영을 하고, 저녁에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 겸 바에 갔다. 지나가다 많이 봤던 곳이었는데, 주로 서양인이 많았고 분위기도 좋고 저녁 늦게는 DJ가 와서 디제잉도 하길래 가보고 싶었다. 마침 해피 아워라 한잔을 시키면 한잔을 더 준다길래 처음에 맥주랑 치킨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칵테일을 각각 다른 종류로 시켰는데, 당연히 다른 종류로 한잔 가격에 2잔을 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종류의 칵테일이 각각 2잔씩 총 4잔이 나와버렸다. 왠지 늦게 다온다 싶었다.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이렇게 된 거 그냥 시킨 술을 실컷 마셨고, 그 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별 기대없이 시켰던 칵테일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그 날도 전신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돌아갔다. 어떤 특별한 일정은 없었지만, 잘 쉬고, 정말 알차게 보냈다. 그리고 그 날도 안독스 치킨 전문점이 숙소에서 가까이 있어서, 치킨을 사다가 밤에 맥주랑 같이 먹었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 일찍 호핑투어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나가니까 어제 봤던 호객꾼이 있었고, 배 타는 곳 쪽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8시부터 거의 1시간 가까이 더 호객을 해서 사람을 모으더니 30명정도 모이니깐, 그제서야 다같이 이동을 했다. 우리만 외국인이었고, 다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알고보니 그때가 필리핀 사람들 휴가시즌이어서 외국인보다는 필리핀 사람들이 보라카이로 휴가를 많이 왔었다. 그런데다, 외국인 특히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미리 호핑투어를 예약하고 오는게 일반적이고, 현지 호핑투어는 선호하지 않는 편인 듯해서 우리뿐인 것 같았다, 배가 그늘도 없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튼튼하고 멀쩡한 배여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푸카비치라는 해변가에 배를 타고 달려서 도착을 했고, 그곳에서 수영도 하고 사진도 찍고 놀았다. 그리고 2군데 정도의 스노클링 스팟에 데려다주었는데, 바다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깊었다. 완전 심해였고, 거의 내 키의 5배이상은 될 것 같았다. 무섭기도 해서 배 근처에서만 스노클링을 했고, 같이 온 필리핀 사람들이 과자나 빵 부스러기를 뿌려서 물고기가 엄청 몰려들었다. 대화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배에 올라탈 때 필리핀 사람들이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웃어주기도 하고, 굉장히 친절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육지에 내려서 현지식 뷔페를 갔는데,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 웃겼던게, 배가 어딘가 정착하더니 말없이 식당쪽으로 몇분간 걸어서 데려다줬고, 사람들이 알아서 테이블에 앉고, 다 먹으면 알아서 배로 돌아가는 거였다. 우리만 외국인이긴 했지만, 일행을 눈여겨 봤다가 눈치껏 잘 따라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참 대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호핑투어가 끝나고 비치에 돌아와서 해양생물이 많이 있다는 앙홀비치라는 곳에 갔는데, 생각보다 스노클링 스팟이 깊은 곳에 있어서 아쉬워 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패들보드 호객하는 사람이 와서 말을 걸길래, 잘됐다 싶어서 1시간 동안 패들보드를 타기로 했다. 처음 타보는 거였는데, 둘이 탔는데도 생각보다 안정감 있고 운전하는 것도 재밌었다. 그리고 얕은 곳에서 혼자 위에 서보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실패했는데 두 번째에 성공을 해서 일어나서 설 수 있었다. 균형을 잘 잡고 서있어야 해서,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앙홀비치에서 패들보드를 둘이서 타고 쭉 돌면서 구경을 했는데, 햇빛이 뜨거울 때 왜 패들보드를 타는지 의아해했었는데 결국 우리도 3,4시쯤 햇빛이 쨍쨍할 때 타게 됐다. 갑자기 타게 된거였지만, 나중에 그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리고 해가 졌을 때 쯤 바다가 조금씩 얕아져서 산호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선셋이 지는 것을 봤다. 원래는 즉흥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몇 번 여행을 다녀보니까 가끔 즉흥적으로 하게되는 것들이 오히려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급하게 별다른 정보없이 가게 된 여행이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여행지를 잘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