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흔든 한·미·일 안보 협력- 양호경 통신원
12월 3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미국에 전해지자 주요 방송에서는 특파원을 연결해 서울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고,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대변인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관련 질문에 답해야 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으로부터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으며,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평화롭게 법치에 따라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계엄령 해제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워싱턴 정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올해 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한국계 앤디 김 의원은 "계엄령 선포는 미친 짓이다"라고 규정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이례적으로 적극 발언하는 이유는 비상계엄 선포가 '평화'와 '법치 기반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가치동맹'이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읽혔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북한이라는 독재 정부에 대응해 윤석열 정부에서 급진전시킨, 민주주의 기반의 한미일 안보 협력의 가치가 흔들린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의 당혹감은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한국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과정을 2021년 1월 트럼프 주도의 의사당 난입에 대입해서 보기도 했다. 미국은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하고 5주가 넘도록 제대로 법적 조치를 하지 못한 반면, 6시간 만에 계엄 사태를 막아낸 한국 민주주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소송으로 학점을 바꿀 수 있을까? - 홍민정 변호사
많은 대학에서 성적 이의신청 절차를 두고 있지만, 정정 기간이 지나면 명백한 오류가 있더라도 학장 또는 부총장의 결재를 받아야 정정이 가능하고 어떤 대학은 오류를 정정하는 교수에게 패널티를 부여하기도 한다, 대학에서는 성적 이의신청 절차 외에 별도로 최소한의 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구에 심의를 요청하는 등의 구제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
구제 수단으로 학교를 상대로 성적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있지만, 헌법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헌법 제31조 제4항) 학생이 구제받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또한, 법원은 성적의 평가 방법과 절차 등 학사에 관한 내용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학생의 성적 관련 이의신청에 대한 담당 교수의 판단이나 답변에 대해 다시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위법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KBS 새 사장의 '큰 그림'은 무엇일까-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박장범 앵커가 KBS 사장이 됐다. 요즘 누가 KBS를 보느냐고 말이 많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KBS의 1년 예산은 1조원을 훌쩍 넘어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편성하는 방송사 가운데에서는 아직도 가장 큰 규모다. 사장은 매년 2억~3억원 연봉을 받고, 업무추진비 한도는 연간 4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필경, 그를 사장으로 세우는 데 공이 있는 이들이 본부장급 임원이 될 테고 세월호 다큐멘터리 불방과 이승만 다큐멘터리 편성 결정을 했던 부류의 사람들이 주요 보직에 앉을 테다. 진행자와 출연자를 결정할 권한이 제작진에 있지 않다는 게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며, 어용방송(권력자와 결탁한 방송)보다 노영방송(언론노조가 장악한 방송)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앞다퉈 나서서 이를 정상적인 공영방송이라 일컬어줄 것이다. 당신이 한 달에 2500원씩 뜯기는 수신료가 진정 '수신료의 가치'를 다하는지, 또 다른 이승만 혹은 심지어 박정희나 전두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로 흘러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공영방송 사업의 건전한 기반은 약해지는 대신, 자리에 있을 때 최대한 털어먹고 가는 수확전략이 KBS 사장에 중요한 과업일지도 모르겠다. 사장 후보자 시절 박장범 씨는 "모바일 기기에 TV 수신장치를 달아 수신료를 물리면 된다"고 말했는데, 과연 수신료 제도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BS 사장은 1981년 이래로 40년 넘게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에 대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간의 불문율이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수신료 액수가 동결되어 있어도 수신료를 내는 대상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늘어왔기에 유지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인구가 감소 추세로 들어갔고 1인 가구가 는다고 해도 텔레비전 수상기 없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광고매출은 계속 줄어들고,IPTV에서 콘텐츠 대가를 계속 더 뜯어내는 것 외에 끌어올 방법이 없다. 그래서 KBS 내부 구성원 출신 사장이라면 이에 대한 장기적 대안과 단기적 방책을 갖고 있어야 했으며,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단행한 것에 관해 의견을 내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BS사장은 일언반구도 없다.
공영방송 연구자로서, 이 정부와 여당은 공적을 세운 이들에게 나눠줄 전리품으로서의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잘 활용해볼 생각은 없다는 확신이 든다.
유튜버부터 PG사까지 청년 노린 전세사기? - 김동인 기자
서울시 동작구와 영등포구 일대에서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명 부동산 유튜버부터 780억원대 P2P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까지 얽혀 있는데,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건물은 20여 채, 피해 보증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피해자들 대부분은 1990년대에 태어난 사회 초년생이다.
1. A다중주택을 소개받은 임차인들은 '전세, 반전세, 월세 등' 계약 조건은 각자 달랐지만 법인이라서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고, 1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을 내며 입주했다. 그렇게 모인 임차인들의 보증금 합계는 건물 전체 42억원이 넘었고, 이 돈은 임대인이던 P 종합건설에 입금됐다. 당초 이 건물에는 46억원이 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G중개사사무소는 임차인들에게 이 집의 가치는 90억원이 넘어서 임차보증금을 받으면 임대인인 P 종합건설이 근저당 설정되어 있는 대출을 갚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을 믿은 임차인들은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경매 낙찰액으로 보증금 상환이 가능할 테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가자, 임대인이던 P종합건설 법인의 주인이 바뀌었다. 김인환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올해 8월, 780억원대 P2P 대출 상환 지연 사태(이하 루멘 사태)를 일으킨 PG사 루멘페이먼츠의 대표이기도 했다. 그는 도주 끝에 붙잡혀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다. 상황은 심각했다. 건물 전체가 거대한 '깡통 주택'이었던 것이다.
2. 임차인들은 A 다중주택을 소개받는 과정에서부터 대형 유튜버를 필두로 한 불법 중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TV러셀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황 아무개씨는 실은 G공인중개사사무소의 대표 공인 중개사였다. 임차인들이 서명한 임대차계약서에는 황 아무개씨의 직인이 찍혀 있으나, 실제로 임차인들은 그를 만나본 적도 없고 중개보조원인 김 부장이 알선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보조원은 중개 현장 안내와 사무 보조만 맡을 수 있고, 공인중개사 없이 물건을 설명하거나 계약을 진행하는 일은 모두 불법이다.
3. 설상가상으로 이 건물은 근리상황시설과 다중주택이 혼재되어 있는 '위반건축물'일 가능성이 크다. 다중주택이란 단독주택의 한 종류로, 학생이나 직장인 등 여러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도록 마련된 '기숙사형 원룸'을 의미한다. 건축주가 다중주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원룸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중주택은 다가구주택에 비해 주차장 규제가 덜 까다로워서, 근린생활시설 공간을 추가해 전체 호실 수를 늘리는 게 가능하다.
애초에 다중주택은 전세 임대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중소기업취업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입주 주택이 다중주택이라 하더라도 대출받는 게 가능해서 다중주택을 지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한) 전세나 반전세 계약을 유도해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구조적으로 용이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전세대출의 빈틈'을 노린 사건이기도 하다. A 다중주택이 사용승인을 받던 시기에는 위법 사항이 없었는데, 추후에 건물을 불법 개조해서 전세대출의 법망을 피했다.
다중주택의 또 다른 문제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 또는 전세사기가 발생했을 때, 임차인 간의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확정일자 순위에 따라 돌려받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순위 근저당이 많이 잡혀있을수록(임차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건물 담보 대출이 많았을수록) 임차인 간의 이해관계도 복잡해진다.
4.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건물이 20여 채나 더 발견됐다. 동작구와 영등포구 일대에 위치해 있으며, 이중 6개 건물에는 '위반건축물' 딱지가 붙어 있었다. 경매가 완료된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물에 적게는 10억여 원에서 많게는 40억여 원에 이르기까지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피해 임차인은 최소 400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5. 불법 개조를 통해 대규모 깡통 다중주택을 지어 임차인들의 전세, 반전세, 월세 보증금을 수취한 사안과 올해 갑자기 모든 주택이 일제히 경매에 넘어가게 된 문제는 책임자가 각각 다르다. P종합건설을 이씨 부부가 가지고 있다가 루멘 김인환 대표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에서 이씨 부부는 "다중 주택으로 건물 허가를 받고 원룸 빌딩으로 구조 변경을 하는 건 다들 그렇게 한다"고 말했으며, '전세사기범'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기에 처한 회사를 타인에게 넘긴 경영자'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현재 임대인이 아니기에 보증금 미반환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책임자인 루멘 대표 김인환 씨는 애초에 계획적으로 P 종합건설을 인수받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처음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임차인들은 P 종합건설 대표가 김인환 씨로 바뀐 후, 건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6. 현재 임대인 법인이 사실상 회사 기능을 상실하면서 건물 관리는 오롯이 거주 중인 임차인들이 맡고 있다. 쓰레기 처리, 계단 청소업체와의 계약, 공용 전기 납부, 정화조 청소업체를 부르는 법까지 모두 서로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