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쳐놓는다
전창수 지음
목차
1. 시 경연에 신발을 걸쳐놓는다
2. 시 사랑에 두발을 걸쳐놓는다
3. 시 서두에 수첩을 걸쳐놓는다
4. 시 중간에 시계를 걸쳐놓는다
5. 시 결말에 계속을 걸쳐놓는다
시 경연에 신발을 걸쳐놓는다
단풍 든
어느 가을 한창인 무렵에
유생이 된 나는
햇빛에, 바람에, 구름에
한 발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웃음을 위해
신발은 하늘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시짓기가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시 사랑에 두발을 걸쳐놓는다
낙엽 진
어느 겨울 한창인 무렵에
사람이 된 나는
햇빛에, 바람에, 구름에
두 발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눈물을 위해
두발은 앞길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사랑이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시 서두에 수첩을 걸쳐놓는다
수첩 핀
어느 마음 사랑일 무렵에
볼펜이 된 나는
펜끝에, 펜촉에, 펜앞에
두 손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잉크를 위해
수첩은 시간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필기가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시 중간에 시계를 걸쳐놓는다
시간 핀
어느 시간 지나갈 무렵에
시간이 된 나는
절망에, 희망에, 기쁨에
내 앞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시간을 위해
시계는 시간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초침이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시 결말에 계속을 걸쳐놓는다
결론 난
어느 시가 지나갈 무렵에
소설이 된 나는
시끝에, 글끝에, 내끝에
내 맘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마음을 위해
소설은 세상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슬픔이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