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유주幽州 반산盤山 보적寶積 선사의 법손
진주鎭州 보화普化 화상
그는 어느 곳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반산盤山을 스승으로 섬겨서 참 비결을 은밀히 전해 받았다.
그리고는 미친 척하면서 말을 해도 법도法度가 없었다.
반산盤山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마침내 북쪽 지방에서 교화를 폈는데,
성의 저자나 무덤 사이에서 방울 하나를 흔들면서 이렇게 외쳤다.
“밝은 것이 와도 때리고, 어두운 것이 와도 때린다.”
어느 날 임제臨濟가 다른 스님을 시켜서 그를 붙들어 놓고는,
그에게 물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내일 대비원大悲院에 재齋가 있단다.”
무릇 사람을 보면 그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방울을 한 번 흔드니,
당시의 사람들이 보화普化 화상이라 불렀다.
혹은 방울을 귓전에다 대고 흔들기도 하고,
혹은 그의 등을 문질렀는데,
그 중에 돌아보는 자가 있으면 즉시 손을 펴면서 말했다.
“돈 한 닢 주구려.”
제때가 아닐 경우에도 음식이 있으면 먹었으니,
일찍이 저물 무렵에 임제원臨濟院에 들어가서
생채쌈[生菜飯]을 먹는데
임제가 와서 말했다.
“저 자는 마치 한 마리 나귀와 같구나.”
대사가 문득 나귀 울음소리를 내니,
임제가 그만두었다.
이때 대사가 말했다.
“오줌싸개 같은 임제는 외쪽 눈만 갖추고 있다.”
[스님이 법안法眼에게 묻기를 “임제가 당시에 어떤
말을 했어야 합니까?”라고 하니, 법안이 대답하기를
“임제가 뒷사람들에게 미루어 주었다”라고 하였다.]
대사는 마보사馬步使가 나와서 벽제[喝道] 지체 높은
사람의 행사를 도와주는 사람인 마보사馬步使가
소리를 질러 길을 트고 안내하며 잡인들의 통행을 통제하는 것[喝道]을 말한다.
하는 것을 보자, 대사도 갈도를 하면서 씨름을 하려는 시늉을 하였다.
마보사가 사람을 시켜 방망이로 다섯 대를 때리게 하니,
대사가 말했다.
“비슷하기는 하나 옳지는 않다.”
대사가 일찍이 소란한 거리에서 방울을 흔들면서 외쳤다.
“갈 곳을 찾아도 찾을 수 없구나.”
이때에 도오道吾가 대사를 보고서 붙들고 물었다.
“그대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가?”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도오가 말이 없으니,
대사는 손을 털면서 떠나 버렸다.
어느 날 대사가 임제원臨濟院에 들어가니,
임제가 말했다.
“도적이다, 도적이야.”
대사도 소리쳤다.
“도적이다, 도적이야.”
둘이서 같이 승당僧堂에 들어갔다가
임제가 성상聖像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성인입니까, 범부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성인이다.”
“그 따위 소리를 하시는군요.”
대사가 방울을 흔들면서 외쳤다.
“하양河陽의 신부新婦요,
목탑(木塔:절 이름)의 노파선老婆禪 신부는 살갗을 드러내지 않으니
성인이요, 노파선은 노파가 부끄러움이 없으니 범부에 견준 것이다.
이다. 오줌싸개 임제는 외눈만을 갖추었구나.”
당나라 함통咸通 초에 임종할 때가 가까워지자,
저자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장삼을 하나 해주시오.”
사람들이 바지를 주기도 하고 누비옷을 주기도 하였으나,
모두 받지 않고 방울을 흔들면서 가 버렸다.
이때 임제가 사람들을 시켜 관棺 하나를 보내니,
대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임제, 그 애가 제법 영리하구나.”
얼른 받아들이고는 이내 작별을 고했다.
“보화가 내일 동문 밖에서 죽으리라.”
고을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성 밖으로 나오니,
대사는 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오늘은 일진[靑烏]이 맞지 않는다.
내일 남문 밖에서 죽으리라.”
사람들이 또 따라가자,
다시 말했다.
“내일 서문으로 나가야 길할 것 같다.”
이에 사람들은 차츰 줄어들고,
나갔던 사람들도 곧 돌아와서 사람들의 뜻이 거의 무심하게 되었다.
그러자 넷째 날에는 몸소 관을 메고
북문 밖으로 나가서 방울을 흔들면서 관으로 들어가 입적하였다.
고을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앞을 다투어 성문을 나가서 관을 열어 보니, 이미 시체는 보이지 않고 오직 방울 소리만이 차츰 멀어졌는데,
그 까닭은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