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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님, 우리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정치권에 난리가 났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인구가 3.5배까지 차이가 나는 현 선거법이 위헌이기 때문에 인구격차를 2 대 1 이내로 줄이라는 결정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결정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과거의 전국구제도를 위헌이라고 판결하여 현재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만든 것에 이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은 보통평등선거입니다. 사실 근대민주주의가 시작된 프랑스대혁명 이후에도 투표권은 남자 유산자들에게만 주어졌고 보통평등선거가 실현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자유주의자들이 “인구의 다수가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통선거권을 도입할 경우 이들이 다수결로 사유재산제를 폐지시켜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고 걱정해 보통선거권에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그러다가 보통선거권이 불가피해지자 이번에는 자본가들은 1인당 네 표, 노동자들은 한 표를 줘야 한다는 차등선거제를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힘 없는 민초들의 오랜 투쟁 끝에 모든 국민이 한 표씩을 행사하는 보통평등선거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보통평등선거제에 따라 형식적 평등은 이루어졌지만 선거구 간 인구의 불평등으로 투표가치의 불평등, 즉 실질적인 불평등이 심각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그 의미가 큽니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1. 개요말 그대로 독일에서 운영하는 선거제도. 의원 인물선거와 정당의 비례선거가 결합된 방식으로 영국의 상원/하원 의원내각제나 미국식 삼권분립 대통령제와는 확연히 다르다. 동시에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 여겨진다. 독일은 정부와 수상의 권한이 나름 강한 혼합 내각제 형태이기 때문에 삼권분립이 일반 내각제보다 더 뚜렷해지긴 한다. 예컨대 내각이 의회보다 앞서고, 내각은 불신임 되더라도 후임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재직한다. (실제로는 내각 불신임 결의안과 함께 새 총리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2012년 12월 6일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해 한국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것으로 보였으나 결국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도입 가능성이 없어졌다.
2. 국제적 사용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뉴질랜드, 베네수엘라, 그리고 남아공속의 작은 국가인 내륙 입헌군주국 레소토등이 이 MMP(Mixed-Membered proportional)을 채택하거나 채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혼합명부제는 사실상 우고 차베스시기 2000년과 2005년 총선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되었고, 특히 2005년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자 야당의 보이콧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게다가 2010년 총선을 앞두고 단일야당이 등장하자 한국과 같은 1인2표제로 개정되었다[1]. 결국 독일과, 뉴질랜드만이 혼합정당명부제를 적용하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3년마다 한번씩 총선이 이루어지고, 연방제라 지역 광역명부를 쓰는 독일과 달리 전국 정당명부를 쓴다.
3. 설명간단히 말하면 정당 득표율로 지역구 의석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비례대표제의 일종이지만 좀 복잡하다. 차근 차근 따라가 보자. 현재의 한국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는 지역구 대로 따로 선거를 하고, 비례대표는 비례대표대로 집계해 득표율에 따라 의원석을 배분한다. 지역구 후보자가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로 갈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 일본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석패율제를 사용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국회의원 전체 의석에서 지역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2] 정당의 전국 지지율보다는 어느 지역구에서 승리하느냐가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요도가 높은 지역구에 여야의 거물 정치인이 같이 출마하여, 그 중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높은 지지도와 뛰어난 정치력에도 불구하고 원외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와 달리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정당득표(비례대표)와 인물득표(지역구)가 연관된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정당별 총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쉽게 예를 들어. 서울의 총 의석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합쳐서 100석이라 가정하고 정당투표에서 지지율이 A당 30%, B당10%로 나타났다면 A당은 30석, B당은 10석을 배분하게 된다. 이 경우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면 이들은 자동으로 당선이 확정되며 나머지 10명은 비례대표후보 순서에 따라 당선된다. 또 B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1명도 없다면 10명 모두 비례대표 후보 순서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한다.
4. 현황4.1. 독일에서의 MMP현재 독일 연방하원에서는 지역구 의원 299명, 정당명부 의원 299명으로 총 598명의 의원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총 16개의 주에 인구비례에 따라 지역구가 배분되며, 각 주에는 지역구 개수 만큼의 정당명부 의원 정원이 배분된다. 투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1차 투표'와 지지 정당을 뽑는 '2차 투표'로 나뉜다. 2차 투표 결과에서 전국 득표율이 5% 이상이거나, 전국에서 3개 이상의 지역구에서 승리한 정당은 각 주의 정당명부 의석을 얻을 수 있으며, 각 주별 득표 비율에 따라 주별 전체 의석비율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가 이른바 "초과의석(overhang)" 문제이다. 정당의 총 지역구 당선자 숫자보다 정당이 확보한 의석수가 적을 경우에 대한 문제이다. 앞의 예를 들어, 서울의 총 의석이 지역구 50석, 정당명부 50석인데, A당은 지역구 의원 40명이 승리하였으나 지지율이 30%에 불과한 경우(전체 의석 100석 중 30석만 차지할 수 있다)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40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이다. 독일에서는 지역구 당선자는 탈락시키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100석을 정당별로 분배하긴 하지만 A당의 지역구 의원 초과당선자 10명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한다. 이로 인해 서울의 총 의석수는 110석이 되며 문제의 10석이 초과의석이 된다. 이 초과의석 제도는 일반적으로 지지율이 제일 높은 당에게 초과의석을 주는 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3] 집권 다수당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2013년 총선 결과 32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해서, 총 의석수가 630석이다. 다수당이 초과의석을 싹쓸이하는 초과의석 제도가 직접선거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해서, 2013년 총선을 앞두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다수당의 초과의석을 15석으로 제한하도록 판결했다. 이것만 아니었어도 2013년 총선에서 어마어마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CDU/CSU가 단일내각을 구성할 수 있었다.
5.1. 장점무엇보다 사표를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지율을 기반으로 의석을 배분해 사표를 방지한다. 나는 꼼수다의 "떨거지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을 창당준비중이던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이 예를 든 사례로, 18대 총선때 부산지역의 총 18개 지역구는 1명빼고 17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되어 94%를 장악했지만 이들의 득표를 합칠경우 부산지역 전체 투표의 5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나머지 50%의 비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모두 사표를 던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난 18대 총선의 최저득표 당선 사례와 같이 25%의 득표율로도 국회의원에 당선되, 사실상 대표성이 결여된 대표를 선출하는 문제점이 있다. [5] 중, 대선거구제도도 이같은 사표 방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군소 정당의 지지를 대변하지 못하여 양당체제를 고착시킨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명을 선출하는 지역구에서 3명의 후보가 나왔을때 각 후보 득표율이 41%, 39%, 20%라면, 두 대형 정당 후보들은 당선되지만 군소정당의 20% 지지율은 무시된다. 5.2. 과반의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정전국적으로 5%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얻지못하면 의석이 배정되지 않기 때문에[7] 오히려 한국에 비해 소규모 정당의 원내진출은 오히려 힘들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의석 진출 한계를 3% 정도로 낮춘다면 초과의석이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5.3. 비례대표제 자체의 문제점 또 과거 전국구나 오늘날 비례대표제가 가지는 문제점, 즉 지역구에서 낙선된 거물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점과, 정당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에서 함량미달의 후보가 쉽사리 당선이 쉬운점이 있다. 대표적인 전자의 예가 베를린 선거구의 헬무트 콜 수상의 예가 있고, 후자는 한국의 경우 과거 18대 친박연대 국회의원인 양정례 의원과 같은 경우가 있다.[10] 이 때문에 비례대표를 전체의 절반으로 늘리면 양정례가 100명 나온다는 농담이 있다. 이것은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사건이 터지면서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문제있는 정치인이 지역구에서 나온다면 그 동네 사람들이 안 찍으면 그만이지만, 비례대표 앞 순번을 달고있으면 그 사람 하나때문에 모든 해당 정당 지지자가 그 당을 안 찍을수는 없는 노릇이니... 물론 여기에도 비례 순번제를 폐지 혹은 완화하고 후보에 대한 선호도 투표를 함께 하자는 말이 있지만, 인기투표의 가능성, 선거제도가 대단히 불편하고 복잡해진다는 점, 어떻게든 선호 투표를 강요한다는 점 등의 여러 단점이 지적된다. 근본적으로 이 제도를 제대로를 굴리려면, 지역구와 비교해 비례대표의 수가 비슷해야한다. 현재 상황처럼 300명중 50명을 비례대표로 정하면 새누리당, 민주당 같은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가 0명이 나오고, 더 심한 경우 상당한 초과의석이 발생할 것이다. 여기서 보듯이, 정당간의 득표가 비례대표 자체의 의석과는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문제점 때문에 정당이 명부를 결정하는 Closed List 방식의 비례대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비판을 받아 폐지되었다. 유권자가 직접 비례대표 순위도 결정하는 Open List 방식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도입되어 실행되고 있다.
5.4. 그 외의 단점 또, 앞서말한 초과 의석 때문에 의원의 정수가 보장되지 않고, 한국 같은 지역구/비례 비율을 그대로 유지시켜도 초과 국회의원이 항상 5~10명 정도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무소속이 지역구 의석 전체를 휩쓸었을 경우 초과의석이 지역구 전체 의석만큼, 독일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전체의석의 50%가 나온다. 한국의 의석수 300석에 대입하면,150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해서 국회가 450석이 된다. 즉,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국민들의 선호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말과는 달리, 실제로는 정당명부 투표를 지역구 투표보다 과대 반영하는 제도인 것이다. 동시에 이를 보정한다고 들여온 초과의석도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지역적 구도의 변동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예컨데 본토 독일에서도 기사당의 바이에른, 사민당의 자틀란트, 구 동독 사회당의 후신 정당인 좌파당은 해당 지역에서의 패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는 동독 지역에서 심한데, 일부 학자들은 통일 직후 반발을 낮추기 위해 제도적인 게리맨더링이 보정으로 적용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의석들은 모조리 초과의석의 원인이 된다(...) 한 계산에 따르면, 초과의석 제도에 따라 심지어 특정 지역구에서의 지지율이 (비례대표 지지율보다) 낮아야 더 의석을 얻는 케이스도 생긴다! 이에 따라 석패율과 지역구 혼합명부제를 함께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적용하기엔 쉽지 않다. 더구나 내각이 강한 독일인데다가 그 지지도가 곧 의석에 반영되기에 견제가 쉽지 않다. 달리 말하면 물갈이와 스윙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한국으로치면 대략 대통령 선거하면서 그 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나눠주는 제도라 볼수도(...) 물론 한국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내각제가 함께 도입되지 않는다면 상관없거나 덜하겠지만, 의원내각제와 함께 등장한다면 총리들의 십수년의 장기 집권도 꿈은 아니다. 실제로 콘라드 아데나워가 15년, 헬무트 콜이 16년이나 집권하였고, 다른 총리들도 한두번 연임은 기본이 된 독일의 사례를 보면 이건 꿈을 넘어서 이미 현실이다(...) 게다가 '기독당'이나 극우정당이 소수의 결집된 지지자를 믿고 등장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제한 투표율이 있어야한다는 의견과, 그것도 민주주의의 일환이란 반박이 대립/공존한다. 또 각 정당의 이념이 점차 극단화 되고, 중도를 피하려는 경향도 생길 수 있다. 이미 17대 총선부터 이러한 정당들이 등장하였으나, 현행 54명을 배분하는 것과 단순하게 비례대표를 50%라 하여도 150명을 배분하는 것은 제도권 정치 진입 가능성 자체가 다르다. 5.5. 결론 애초에 소선거구제 단순다수결이 더 민주적이냐, 비례대표제가 더 민주적이냐는 쉽게 결론내릴 수 없는 문제다. 각 나라마다 적합한 환경에 따른 선거제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체제는 큰 틀에서의 키워드가 언뜻 비슷해 보이더라도, 권력 기관들 간의 세부적인 권한 분배 상황에 따라 상당히 많은 서로 다른 형태를 띨 수 있다. 이들 중 어느 것이 건강한 정치 기능 수행을 위해 제일 적합한지는 집중적이고도 폭넓은 연구를 통해서만 밝혀낼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OECD 하위권 이상의 국가들 치고는 명목상 상당히 일방적인 권한을 가진 대통령제를 이례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총선 체계 개혁으로 의회내 정치 지형 다극화를 촉진한다 해서 그게 정치적 순기능 확대재생산 작용에 있어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더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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