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4편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을 심사했다. 그러나 신춘문예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응모작들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지나치게 산문적이거나 사변적이거나 교훈적인 표현들이 많았고, 시쓰기의 기본인 이미지의 사용이 부재한 경우가 허다했다.
시쓰기란 무엇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운 이미지로 말하는 것이다. 응모작 한 편 한 편에 담긴 개인적인 감정의 진솔함과 절박함에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아쉽게도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른 작품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신춘문예가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을 더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고봉천의 <기분 좋은 아침>을 입선작으로 뽑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봉천의 작품들은 비교적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미지를 통해 상상력을 형상화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기분 좋은 아침>은 시적 완성도 면에서는 많이 부족했지만, 다른 응모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였으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수상작으로 뽑기로 했다. 수상을 계기로 치열한 문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아울러 입상하지 못한 분들께는 깊은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