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101회]오공은 영물로 태자를 인도하고(1)
오공은 공중에서 진짜왕이 보좌에 있었더라면
오색 구름이 감돌았을 것을
요괴가 왕위를 찬탈해서 요사한 기운이
궁문을 가렸네 하고 찬탄했다.
이때 갑자기 포성이 울리더니 성의 동문이 열리고
이어 한 무리의 인마가 뛰쳐나왔다.
그들은 모두 사냥을 가는 차림이었는데 그 기세가 당당하였다.
그 사람들은 성문을 나와 동쪽으로 이심리쯤 와서
영채를 세웠다.
자세히보니 본진 군영에 한 사람의 젊은 장군이 서 있는데
투구쓰고 갑옷입고 허리에 띠 두르고 문서 차고 손에는
푸르게 날을 세운 보검을 잡고 누런 말을 타고
등에는 팽팽하게 매진 활을 메고 있었다.
안으로 간직한 군왕의 모습/
위풍당당한 제왕의 얼굴/
인품은 과연 소인배가 아니고/
행동은 진정한 용이라네/
오공은 공중에서 그사람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뻣다.
"묻지 않다도 저사람이 황제의 아들이겠구나.
가만있자 어디한번 놀려볼까."
오공은 구름을 낮추어서 사냥꾼들속에 들어가
태자의 발앞에 이르자 몸을 번뜩여서 흰토끼로 둔갑하여서는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봐 ! 나 잡아 볼껴?"
태자는 토끼를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제 왠 횡재냐싶어 건수를 올리겠다고
곧 살을 메워 활을 당겨쐈다.
화살은 곧 토끼에게 명중했다.
오공은 일부러 자기를 쏘게 하고는 재빨리
그 화살을 입으로 받아물고 병법 36계의 끝계 줄행랑을 쳤다.
태자는 옥토끼를 맞혔다고 여기고
말에 채찍을 가해서 홀로 토끼의 뒤를 쫒았다.
토끼는 말이 빨리 쫒아오면
빨리 뛰고 느려지면 저도 느리게 뛰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태자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게 뛰었다.
이렇게 뛰어서 오공은 보림사 산문 앞까지 유인해왔다.
산문앞에 다다른 오공은 본 모습으로 나타내더니
산문 문설주에 화살을 꽂아놓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삼장을 보자 외쳤다.
"스승님, 왔어요! 왔어요!"
그리고는 즉시 두치 가량의 작은 중으로 변해서
붉은 갑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한편 태자는 산문 앞까지 뒤쫒아 왔으나
토끼는 보이지 않고 산문 문설주에
깃을 단 화살만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상하다. 화살은 분명 토끼에게 맞았을텐데
토끼는 보이지를 않고 화살만이 어찌하여
이런 곳에 꽂혀있는 것일까? 그 토끼가
오래살아서 요정이라도 됐는가 보다."
화살을 뽑아들고 쳐다보니 산문위에
칙건 보림사라는 다섯글자가 씌어 있었다.
"전에 부와예서 금란전에 사자에게 이절의 화상에게
돈과 비단을 주어 불전과 불상을
수서하라고 하시던 일이 생각나는구나.
오늘 예기치않게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들어가서 중들과 얘기나 해볼까?
이거야 말로 도원을 지나다가 중을 만났으니
반나절을 보내게 되었다는 말과 똑같군!"
태자가 말에서 뛰어내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호위무사들과 삼천인마가 우르르 뒤따라 와서 태자를 옹위하고
산문으로 밀려들었다.
이 바람에 놀란 중들은 모두 나와 머리를 숙여
영접하고 정전 안으로 안내했다.
태자가 불전에 참배를 마치고 사방 경치를 둘러보는데
본당 중앙에 중이 한사람 앉아있었다.
태자는 그것을 보고 발끈 성을 냈다.
"무엄한 중놈이로다.
미리 기별은 하지 않았으니 멀리까지 나와
맞이하지는 못할 망정 내가 산문앞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서도
꿈쩍을 않고 앉아있다니, 무엄하기 짝이없다.
여봐라! 저 놈을 끌어내려라!"
태자의 분부가 떨어지자 교위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삼장을 끌어내려 묶으려했다.
오공은 갑속에서 묵묵히 염불을 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오온개공도 일체고해 사리자~!!
호법제천 육정육갑들아
내가 지금 법술을 써서 요마를 잡으러 왔는데
저 태자가 알지 못하고 내 스승님을 묶고 있다.
너히들은 속히 스승님을 보호해라.
만일 스승님이 정말 묶인다면
그 죄를 너희에게 물을 것이다."
대성의 분부를 누가 감히 거역하리요.
제신들은 급히 나서서 삼장을 보호했다.
한사람이 삼장의 머리를 치려 했으나
마치 벽에 가로 막은 것 같아서 삼장에게
손끝도 댈수가 없었다.
태자가 소리를 가다듬어 호령했다.
"넌 어디서 온 중놈인데 은신술을 써서 나를 모욕하느냐?"
삼장은 앞으로 나가 정중히 허리를 굽히고 예를 올렸다.
"소승은 은신술은 모르옵니다.
동녘땅 대당국 중으로서 부처님을
배알하고 경을 구하고 보물을 바치기 위해
서천의 노음사로 가던중
잠깐 이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다음회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