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지난 6월 완전변경 10세대 모델을 선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줄곧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E클래스 신규등록 통계를 살펴보면 연령별로는 40~5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3.5%를 차지했고, 성별로는 남성 65.9%, 여성 35.1%의 비율을 나타냈다. 수입차 전체 평균보다 연령대가 높고 여성 비율이 높은 수치다.
20~30대의 시각에서는 그저 동네 아저씨의 자동차로 보였던 E클래스가 40~50대와 여성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10세대 E클래스의 외관 디자인은 등장 전부터 미리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최신 패밀리룩에 따라 앞서 등장한 C클래스나 S클래스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한 모습을 가졌다. 자동차 마니아라 해도 멀리서 보면 헷갈릴 게 분명하다.
실내는 S클래스와 맞먹을 정도로 확연하게 고급스러워졌다. 특히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주변, 큼직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원형 송풍구 등은 S클래스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야간에는 세련된 조명들이 분위기를 업그레이드시킨다.
2열 공간은 충분히 넉넉하다. 덩치 큰 성인 남성이 앉아도 머리와 무릎 공간에 여유가 있으며, 푹신한 느낌의 시트 또한 착좌감이 훌륭해 장시간 탑승해도 피로가 덜하다.
시승차는 상시사륜구동 방식인 E 300 4매틱 모델로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7kg·m을 발휘한다. 3.5리터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됐던 이전 모델에 비해 수치상으론 7마력이 줄었지만, 터보차저를 적용하고 7단에서 9단으로 촘촘히 늘린 신형 변속기를 적용한 결과 0-100km/h 가속시간은 6.3초로 이전보다 1.1초가 단축됐다.
다운사이징 기술이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6기통 엔진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주행 성능 자체는 전혀 부족함 없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역시 명물허전. 높은 속도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체가 휘청거리거나 밀리지 않는 정확한 제동력 또한 감탄스러운 수준이다. 여기에 네 바퀴 굴림인 4매틱과 알루미늄 경량화 차체 어우러져 안정적인 핸들링과 끈끈한 노면 장악력을 가능케 한다.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과 동시에 첨단 주행 보조시스템 또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의 경우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조절하며 최고 210km/h까지 달려주고, 130km/h까지 스티어링 조작을 지원한다. 또한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충돌위험이 감지되면 경고와 함께 긴급 제동을 실시한다. 여기에 파킹 파일럿, 조향 회피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이탈 어시스트 등의 첨단 기술이 더해져 E클래스를 한층 더 스마트하게 만들었다.
혹자는 이 차를 두고 2.0리터 엔진인데 E 300 레터링을 달았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런 논란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직접 시승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시승 결과 E 300 레터링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결론이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을 이끌어온 E클래스가 수많은 환경규제에도 성능과 안전을 강화시키며 이 시대 최고수준의 완성도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결과적으로 품위와 안전을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40~50대 이상은 물론, 30대 젊은 층과 여성들까지 사로잡을 디자인과 분위기로 무장한 E클래스는 그야말로 결점을 찾아내기 힘든 차다. 사실 연령대와 성별은 E클래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완벽에 가까운 ‘이동’에 매료되어 이 차를 소유하고픈 욕구가 솟아날 테니 말이다.
출처 : 메가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