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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경영대표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쓴 내용입니다.
표가 깨지므로 온전한 내용은 덧붙이는 파일을 참조 하세요.
그리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는 이 내용을 좀 줄여서 보도되었습니다.
농산물 가격안정은 어떻게 가능한가?
김치대란이다. 배추를 비롯해 채소와 과일류가 최고의 흉작이 발생하면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해지고 있다.
중국산 배추 150톤을 무관세로 긴급하게 수입하는 것이 정부 대책이고 김장은 늦추어서 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생협의 친환경유기농 배추가 일반 배추보다 더 싼 상황이 뉴스가 되기도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계약재배가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명절 하루 전에 집중호우로 인해 광화문일대가 침수되면서 ‘디자인 서울’의 토대가 빈약한 몰골로 드러나듯이
1년 내내 이상기온으로 농업기반이 흔들리면서 기득권적인 생산과 유통구조의 지배체제가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짧은 지면으로 농업문제의 흐름을 간단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소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에 이슈가 된 배추를 중심으로 현실을 살펴보자.
배추가격은 1~2년을 주기로 증가와 감소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격 또한 생산량에 따라 등락폭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장배추와 무의 흐름은 아래의 그림(2009년 통계청 발표자료)과 같다.
그림 => 덧붙이는 원문 참조
내 손안에 컴퓨터 역할을 하는 스마트 폰과 위성을 통한 위치추적이 일상화된 시대에 1~2년을 주기로 생산면적이 늘었다 줄었다하는 단순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 이상하다. 왜 그럴까? 배추와 무의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시기는 항상 여름철과 초겨울 김장시즌이다. 가끔은 봄 날씨가 좋지 않아서 봄배추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요즘은 여름이 빨리 오기 때문에 문제발생 시기가 오래가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가 예측한대로 작년도 김장배추 가격이 높았다. 추위도 일찍 오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올해는 생산면적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상기온 현상이 일년 내내 지속되면서 유례없는 생산부족과 가격 폭등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통계청의 자료처럼 이렇게 단순한 흐름이 지속되는데 왜 생산량 조절을 통한 가격안정 그리고 농민의 소득 안정을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 우선 일상적인 배추의 생산과 소비 흐름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 평상시의 배추의 가격 흐름도 (2006년 농산물유통공사)
표 => 덧붙이는 원문 참조
소비자가 1,100원을 기준으로 유통비용이 293원(26.6%)이고 유통 이윤이 507원(46.1%)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중간상인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평가한다.
꼭 이러한 유통구조를 거쳐야 하는 것일까? 직거래를 통해 유통단계를 줄이면 안될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와 제도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요즘 배추가격은 그동안의 개혁 시도에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
■ 현재의 배추의 가격 흐름 예상도
표 => 덧붙이는 원문 참조
산지 수집상의 비용을 20% 높여서 계산한 것은 기후이상으로 수집 비용이 증가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농민에서 1,000원에 구입해서 6,440원에 판매를 해서 5,243원의 수익을 올리는 산지수집상은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지 수집상의 입장에서 볼멘 표정을 짓는다. 우선 올해 생산량 감소가 50%가 줄었다는 의미는
실질적으로 농민에서 구입한 가격인 1천원이 아니라 2천원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리가 있는 항변이다.
고랭지 배추의 경우 80~90%가 산집수집상을 통해서 유통되고 있는데
이들이 확보해둔 물량의 50%정도가 폐기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항변은 산지수집상의 수익은 1년 단위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통계청의 자료처럼 1~2년 주기로 폭락과 폭등을 하는 흐름 속에서
작년의 손실을 올해 복구해야만 산지 수집 업무가 유지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정한 차이가 있다. 우선 생산과잉으로 폭락 흐름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모두 산지 수집상이 책임지지 않고 있다.
산지 수집상은 농민들과 계약을 하면서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금만을 지급하면서 계약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있는 것이 관행이다.
생산이 과잉되면 이들은 미련없이 계약금을 포기한다.
계약금은 보퉁 30%선에서 이루어지는데 결국 70%의 손실은 농민들이 떠 앉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산지수집상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물량을 확보한다.
그리고 초과이익을 갖는다. 계약량의 50%가 폐기되어서 원가가 2천원이 되어도
이들이 확보한 이윤은 4,243원으로 65.8%의 수익률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산지 수집상에만 있지 않다.
위탁도매상과 중도매인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수집 자금 제공과 사전물량 확보(경매는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어떤 중매인에게 갈 것인지 미리 정해져 있는)같은 편법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수 십 년간 이러한 후진적이고 마피아 같은 유통구조가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일단 이러한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94년에 벌어진 ‘농안법 파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93년 6월 임시국회에서 당시 민자당 신재기 의원(창녕)외 21명의 발의로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개정됐다.
핵심내용은 도매시장의 중매인은 단순히 중개만 하고
수탁판매, 수집판매, 도매행위 등 자기계산으로 매매하는 일체의 도매행위를 금지하고 중개행위만 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중매인의 위탁판매에 의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법 시행 첫날인 5월 1일은 일요일이어서 별일 없이 지나갔으나,
5월 2일 청주도매시장에서 중매인들이 적극적으로 물건을 매수하지 않아
상장된 야채, 과일 220톤 가운데 67톤만 낙찰되고153톤이 유찰되어 잔품으로 남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 결과 거래가격은 전날보다 60~90% 수준까지 폭락하였으며,
20여명의 출하 농민들은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와 행정당국에 집단 민원을 제출하고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5월 3일 오전 11시부터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전국 중매인이 집단시위에 들어갔고 도매시장은 큰 혼란은 맞았다.
5월 4일에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중매인들이 아예 경매에 참가하지 않아
도매시장 건설 이래 처음으로 경매 없는 날이 발생하였고, 일부 농수산물만 출하자의 직판으로 거래되었다.
이처럼 도매시장이 마비되자 산지에서는 수확한 농산물의 서울 반입이 어려워져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지에서는 물량공급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아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는「농안법」을 시행함에 있어 교육·홍보 및 계도 준비기간을 당초 1개월로 설정했던 것을 6개월로 연장하고
1994년 9월 1일 농수산물유통개혁대책을 발표하였고, 11월 1일에는 재차 개정된 「농안법」이 공포되었다.
개정된 농안법의 핵심내용은
1) 산지유통개혁 방안으로 ① 농어민을 품목별 전문조직으로 육성하여 시장대응 능력 제고, ② 고품질 생산유도 및 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표준규격, 품질 인증제, 원산지 표시제 정착, ③ 생산자조직이 산지에서 선별, 규격포장, 저장, 가공 등을 할 수 있도록 산지 유통시설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 ④ 포전매매(밭떼기)의 제도화로 산지 유통의 공정거래 실현 등을 실천과제로 제시하였다.
2) 공영도매시장 유통개혁 방안으로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은 농수산물 유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공영도매시장이 부족하여 유사시장 등이 거래를 주도하고, 공정거래질서를 지키는 관행이 미정착되어 있으며, 개별 출하 농가를 보호할 가격안정장치의 미흡, 경매의 투명성 부족, 시장관리공사의 질서유지기능 부족, 기타 각종 부조리와 횡포 등으로 그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① 도매시장 관리, 운영을 전담하는 공공출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등 지정도매법인의 대농민 서비스 기능 제고, ② 지정도매법인의 상장수수료 인하로 출하자 부담 경감, ③ 경매과정의 투명성 제고 및 출하자의 최저가격 제시제 도입, ④ 유통발전협회 기금 활용도 제고, ⑤ 중개만 하도록 되어 있는 중매인 제도를 중도매인 제도로 개선하여 물류 흐름이 원활하도록 추진, ⑥ 전 품목 상장거래로 거래질서 확립, ⑦ 공영도매시장의 조기건설로 유사시장을 제도권 내로 흡수, ⑧ 출하상담실 등 출하자 편의시설 확충, ⑨ 개설자 및 시장관리주체의 시장질서 유지기능 및 대농민 서비스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출처 : 국가기록원)
애초 농안법이 수탁판매, 수집판매, 도매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포전매매(밭떼기)의 제도화하고 중매인 제도를 중도매인 제도로 개선하여
중매인의 도매행위를 합법화하고 전 품목 상장거래로 직거래 활성화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렸다.
애초에 시도한 방안과 정반대의 결과로 돌아서 버린 것이다.
결국 민자당이라는 막강한 권력이 주도한 농안법 개정이 3천명에 불과한 중매인의 파업으로
기득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금년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배추, 무와 같은 채소류 전문 조직이나 품목 농협이 있었다면
1~2년을 주기로 과잉생산과 과소생산이 반복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94년 11월 개정된 농안법에서 농어민을 품목별 전문조직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16년이 흘렀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정부와 농협은 억울해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할 만큼 했다라고 자평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농산물 유통공사에서 주관하는 수급 안정 사업과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은 운영이다.
우선 수급 안정 사업을 살펴보자. 이 사업은 농산물 수급 및 농가소득의 안정을 위해 1995년 처음 도입됐다.
사업방식은 정부와 농협이 자금을 80(정부):10(농협중앙회):10(산지농협) 비율로 조성해 산지농협에 무이자 지원하고,
산지농협은 지원 자금으로 파종기에 농가와 계약 재배하는 방식이다.
사업 종류는 노지채소 계약재배 사업, 시설채소 약정출하 사업, 과실계약 출하사업 등 부류별로 나눠지고,
노지채소 계약재배 사업이 1995년, 나머지 사업은 2001년 시작됐다. 이 중 핵심 사업은 채소사업이다.
노지채소 계약재배 사업은 무·배추·고추·마늘·양파·당근·파 등 7개 노지품목을 산지농협이 농가와 계약 재배하는 매취형(연계하는 형태) 사업이고, 계약 안정대(±10~±20%) 이내 손익은 각 산지농협이 부담하지만 계약 안정대를 벗어난 손익은 지역농협과 농가가 공동 분담한다. 최저가격보장제와 연계되고, 주산지의 모든 재배농가가 사업대상이다. 시설채소약정출하사업은 오이·호박·가지·토마토·풋고추 등 5개 품목를 대상으로 출하시기별 물량을 약정하는 수탁형 사업이고, 판매 손익이 전액 농가에 귀속된다. 폐기비용의 일부를 농가에 지원하고, 농협 품목별협의회 가입 농가가 주 사업대상이다.
실제로 채소수급안정사업에는 810개 조합, 6만3,000여명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고, 취급실적이 2005년 기준 65만6,000t, 7,117억원에 달한다. 1995년 출발 당시 107개 농협 참여에 취급실적이 8만1,000t, 173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산지에서 꼽는 이 사업의 최대 장점은 품목별 가격 등락폭을 크게 완화시켰다는 점이다. 농협이 계약한 물량의 출하시기를 조절함으로써 홍수출하나 물량공백 사태가 줄어 그만큼 가격진폭이 감소한 것이다. 지난 1995년 103%에 달하던 고랭지배추 가격진폭률이 지난해엔 61%로 급감했고, 양파도 1995년 183%에서 지난해 92% 선으로 줄어든 것도 이 사업의 파급효과로 볼 수 있다. 양파·마늘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서는 상인들이 밭떼기가격은 스스로 정하지만 20㎏ 망구매의 경우 농협이 계약재배가격을 정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이다. 또 상인들이 농협 계약재배가격보다 약간 높게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고,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무·배추 주산지에서도 농협의 계약재배가격이 산지가격의 최저거래가격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채소수급안정사업이 장점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1~2년을 주기로 가격등락이 심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사례로 2002년 전남 영암·해남 등 채소류 주산지 농협의 채소 수급안정사업 참여 신청 물량은 23만2,310t이었지만
실제 계약물량은 10만2,587t으로 44.2%에 불과했다.
이는 농가들이 수급안정사업을 신청해놓고도 일시적인 작은 이익을 좇아 계약을 어기고
중간상인들에게 출하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계약가격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농림부의 평가는 더 냉정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평가 등은 계속 진행돼 왔지만
산지유통 활성화 관련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돼 온 부분이 없지 않다”며 “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강화해
산지유통조직을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산지유통활성화사업을 개편할 예정”(농어민 신문)이라고 한다.
농림부는 수급 안정화 사업과 산지유통활성화사업을 통합하고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채소·과실의 가격 및 수급 안정을 위해 ‘95년 채소수급안정사업(6,037억원), ’01년 과실수급안정사업(2,408억원)을 도입,
8,445억원 지원(10년/무이자) 하였고 * 산지유통활성화사업으로 ‘00년부터 마케팅 역량을 갖춘 조직을 선정(’05년 269개소)하여 유통종합자금 7,098억원 지원(누계, 3년/3%)해 왔다. 변화되는 핵심은 지원조건을 현행 무이자에서 1~3%로 바뀌게 되는 것과 예산이 축소되는 것이다. 2011년 배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부자금 1,280억원 전액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2012년에는 기존에 지원됐던 사업자금 잔액인 3,205억원 전액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현행제도 유지가 검토되던 노지채소 수급안정사업도 사업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대폭 축소하고 사업조건도 공동계산 매출액 15억원 이상 조직으로 한정할 태세여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노지채소 수급안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231개 농협 중 공동계산 매출액이 15억원 미만인 곳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48개에 달한다. 규모가 15억 미만이라는 규모는 전문조직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전문조직에서 한단계 발전해서 전국적인 단일 품목조직이 되어야만 수급조절을 할 수 있는데 정부정책의 이점만을 취하고 본래의 사업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을 농협이 도매시장 비중이 물량기준으로 이미 70%를 넘어서고 있는데
수급조절 능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농민의 소득향상을 통한 생산기반 안정과 계통출하를 통해
수급조절 능력을 높여야만 하지만 그러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매시장에서 경매방식으로 낙찰되는 가격에 맞추어 농민들에게 정산해주는 단순한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농안법 파동에서 확인되었듯이 도매시장은 유통구조 중매인으로 불리는 중간상인들이 장악한 상태이다.
채소수급 안정사업을 통해 계약재배를 하지만 이 물량을 도매시장에 출하해서 경매를 통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는
기존 유통구조의 파트너인 산지수집상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을 수 없다.
이는 채소와 과일수급안정자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2009년 7,025억원,
올해 6,895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줄었다. 왜 그럴까? 농민들이 농협과의 계약재배를 줄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계약재배 가격이 산지 수집상보다 낮은데 있다. 특히 여름배추, 김장배추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그렇다면 채소류 수급에서 산지 수집상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왜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산지 수집상의 역할을 왜 산지 농협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유통경로는 크게 3가지로 산지수집상을 통한 경로와, 산지농협을 통한 계통출하,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연결되는 직거래가 있는데 이 중 김장배추같은 경우 산지수집상을 통한 경로로 전체 물량비중 8~90%정도이다. 채소류의 가격 변동은 날씨, 과잉생산, 수입농산물 같은 요인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산지 수집상은 어떻게 이러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을까?
포전매매(일명 밭떼기)로 배추 밭을 확보한 산지수집상은 파종이후의 생산관리, 인건비, 출하비 등 제반 비용을 모두 감당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 이들이 확보한 물량도 정상적으로 생산되지 않는다. 날씨가 좋아서 과잉생산일 경우도 이들은 일부는 손해를 보지만 농민에게 계약금만 지급하므로 산지수집상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손실이 발생해도 나머지 출하 물량에 포함시키고 시장 출하 물량을 줄여서 가격을 인상시키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가 주장하듯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산지 수집상이 공익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 산지 수집상과 중도매인들도 요즘 같은 가격폭등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들이 좋아하는 상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약간 모자라서 가격도 높고 생산량이 많은 것으로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요즘은 최고의 수익을 올리지도 못하면서 최고의 수익률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으니까 억울해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수익은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산지수집상이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또 다른 역할은 생산관리 과정에서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인 고령화에 따른 인력조달의 어려움을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협은 농민들과 계약을 할뿐이지 고령화에 따른 고인건비의 문제는 농민이 해결해야 하는 반면 산지 수집상은 파종이후의 생산관리에 따른 인력조달을 책임지고 있다. 농민들은 인근 지역에서만 고령의 할머니들을 조달할 수밖에 없어서 날이 갈수록 생산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산지수집상은 상대적으로 젊고 일을 잘하는 아주머니들을 조직해서 일정한 규모화, 효율화를 통해 고령화에 따른 고인건비의 어려움을 헤쳐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산지 수집상은 위험을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농협은 위험을 떠 앉으려 하지 않고 소극적인 상태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지 수집상의 역할을 대체할 전국적인 품목별 전문농협을 설립도 추진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가 농산물유통공사를 통해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기금이다. 올해의 사업규모는 아래와 같다.
정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 / 2010년 지원규모
표 => 덧붙이는 원문 참조
자금이 전체 규모는 2010년 5,804억원이고 2009년에는 5,684억원이었다. 일단 이 기금의 전체 규모가 너무 적다.
농식품부와 농협이 주관하고 수급안정사업 자금보다 적은 수준이다. 2009년 농업생산액은 41조 3643억원으로 7.5% 늘어났다.
식량작물 생산액 9조 8635억원, 채소 7조 5541억원, 과실 3조 5106억원으로 채소와 과일이 식량작물 생산액보다 1조 2천억 가량 많은 상태이다. 이정도 규모의 생산액을 기초로 가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생산액의 10%선인 4조 정도의 기금이 운영되어야 하는데 적정자금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요즘 문제가 되는 채소류에 대한 수매기능을 확산시키기 위한 자금은 299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수출사업자에 지원하는 규모가 총 4,137억원으로 전체기금의 71.3%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이 아니라 수출업자 지원자금이라고 불러야 맞는 수준이다. 농림부는 채소 수급안정자금이 충분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 자금은 농협에 한정돼 자금이고 이 기금은 일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금으로 생협을 비롯한 대부분의 직거래 단체가 이 자금에서 수매자금을 대출받고 있는데 국산밀 수매로 78억, 직거래 매취(주로 쌀) 42억이 전부이다. 필자가 속한 생협단체의 올 가을 쌀 수매에 필요한 자금은 약 90억으로 기금에서 배정한 자금의 2배가 넘는다. 문제는 배정된 이 기금이 100% 활용되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요한 자금은 내부 자금과 지역의 단위농협이 수매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가격안정 기금이 이처럼 적고 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연이율 4% 이내의 1년 이내의 대출이며 부동산같은 물적 담보가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재배와 수매사업이 아무리 활발해도 부동산 같은 물적 담보 능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기금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작동하면서 담보능력이 뛰어난 수출 기업지원을 위해 절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산물 수출은 누가 하고 있는가? 한국 같이 농업기반이 약한 곳에서 무슨 품목을 수출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함정이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국산농산품 수출업체 지원 조건에 큰 결함이 있었던 것이다. 농업 예산을 지원하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원부재료로 사용해야 지원한다”고 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품”으로 한 것이다. 즉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서 이를 국내에서 가공하여 다시 수출한다면 이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수입 밀로 라면과 초코파이를 만들었어도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어 국외로 수출한다면 지원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농산물 유통공사는 2008년부터 국산 원료농산물의 사용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을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품목은 라면, 과자류, 빵, 유제품 등인데 그동안 이 품목을 생산한 기업들이 농산기금을 마음껏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고 한편으로 30%의 비율만 맞추면 70%의 수입농산물을 사용하고도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기금의 구성과 운영이 이러한데 어찌 농산물 가격안정이 이루어지겠는가?
보다 심각한 것은 유통개선지원에서 도매시장 출하촉진으로 337억을 배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장배추 같은 품목의 8~90%가 도매시장으로 출하되고 있는데 왜 다시 도매시장으로 출하를 촉진한단 말인가? 그것도 채소와 과일류의 저장사업에 배정된 금액보다 더 많이 배정하고 있는 것은 어디서인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자금들이 산지수집상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렇다면 정부가 밭떼기를 제도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장려하면서 후진적인 유통체계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채소수급안정사업과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중심으로 정부의 가격안정정책의 작동흐름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중매인들의 거대한 기득권과 농협의 무능력 그리고 정부의 개혁의지 상실이 이러한 상황을 지속시킬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직거래 - 계약재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근거로 생협의 친환경 유기농 배추와 채소류가 관행농으로 생산한 채소류보다 더 싸고 가격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계약재배에 따른 가격작동 방식이 모든 단체들이 동일한 것이 아니므로 iCOOP생협의 시스템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농민이 계약재배로 배추의 소비자 가격을 1천5백원으로 약정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요즘 같은 시기에 생산량이 반으로 줄어들었다면 농민의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정상적인 손실을 반영하면 3천원이 되어야 한다. 일부 단체에서는 약정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1천5백원이 소비자 가격이 된다. 이러한 가격체계가 될 경우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시장가격과 너무 큰 차이가 발생함으로 인해 가수요가 발생해서 책임소비를 해야 할 조합원들의 물량이 부족이 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민의 손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계약재배가 지속되면서 농민들이 계약을 파기하고나 생산량을 시장으로 출하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iCOOP생협도 이러한 방식으로 가격정책을 유지하다가 몇 년 전부터 이를 개선하기 시작하였다. 그 내용은 소비자 가격을 2천3백 원정도로 올리면서 500원 정도를 생산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하였다. 2,300원이라는 가격이 어느 정도 가수요를 줄여주고 생산자 손실도 보전해 준다. 500원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iCOOP생산자회가 자체적으로 조성한 ‘가격안정기금’인데 이는 평상시 납품액수의 0.7%를 기금조성 적립하고 가격이 좋은(이익을 많이 본) 농산물의 초과 이익금의 30%를 적립해서 조성한다. 일종의 보험 같은 역할로 가격의 폭등과 폭락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이 기금은 계약재배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면서 농민과 소비자의 상호이익을 높이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iCOOP생협의 이러한 정책들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농산물 가격안정 시스템의 핵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계약재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지 수집상보다 안정적이고 유리한 출하 가격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농민들의 손실과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생협은 아직 산지수집상처럼 적극적인 인력조달의 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같은 담보물이 부족해서 계약재배에 필요한 자금운영도 부족하다.가격안정기금은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정부와 농협이 이러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 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생협은 소비자의 규모에 맞추어서 생산계획을 수립한다.
즉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10만 명(실제는 가구 개념. 한살림, 민우회, 두레 포함하면 약 40만 가구이며,
1가구당 약 2.9명으로 했을 때 116만 명 정도가 생협 인구)이고
작년에 소비되었던 규모에 연동하여 생산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과잉생산과 과소생산의 위험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원리로 수요와 공급의 조절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품목별 농협이 설립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위험을 줄이고 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위험에 대하는 태도가 다른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글쓴이 신성식 ․ iCOOP생협 생산법인 경영대표. 성공회대 유통정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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