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하면 가장 기억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살인의추억의 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범인의 성격이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라며 아마 이 시사회에 참여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어 저기 누구 한 분이 나가시네요”라고 말했다던 일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아무래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지라 사건에 대한 분석은 물론 범인에 대한 분석도 철저하게 해 놓은 상황이었을 겁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이라 언급되는 만큼 스케일도 크고 관심도 많이 받았습니다. 때문에 이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만약 제가 영화감독이었어도 고민을 좀 많이 했었을 것 같습니다. 진짜 영화를 잘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난을 받을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약17년 전인 2003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2020년인 지금 봐도 어디 어색한 부분 하나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몇 십년간 미제사건이었던 이 사건은 2019년 종결을 하게 됩니다. 30년 전에는 감식할 수 없었던 증거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감식 가능하게 되고 추가 DNA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 진범이 “이춘재”입니다. 진범이 잡힌 이 시점에 살인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보니 새로운 느낌을 받으면서 새로운 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내의 용의자 역할인 박해일과 실제 범인인 이춘재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둘이 겹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이춘재가 살인사건이 난 근처의 공장을 다녔었다고 합니다. 영화 내에서도 박해일도 공장에 다니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영화 내에서 박해일의 사진을 보는데 박해일의 집에 직접 들어가서 사진을 봅니다. 이 사진은 군인시절의 사진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TV프로그램 같은 걸 보면 이춘재의 사진을 보여줄 때 이 역시 군인시절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생긴 부분도 이춘재와 박해일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마치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영화에서도 꾸며냈다는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듭니다. 이 점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사실 범인에 대한 정보도 관련 경찰이 아닌 이상 얻어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살인 사건인 만큼 모든 정보가 공개가 되지는 않을 것인데 제한된 정보로 이렇게 까지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떠한 영화를 봤는지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데 오늘 살인의 추억을 본 뒤에는 신기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느낌이 든 이유는 사건의 종결을 알고 본 것이 많은 영향을 차지한 것 같습니다. 살인의 추억을 다시 보려고 검색하는 도중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종결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을 보고 분석한 기사를 본 뒤에 영화를 보니까 약간 후련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사건이 종결나기 전의 살인의추억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때는 뭔가 마지막에 송강호배우가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를 했을 때 범인이 잡히지 않아 미제사건으로 남았다는 것을 느꼈고 좀 불편한? 감정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사건의 종결 전 후로 이 영화를 봤는데 확실히 어디가서 느끼지 못할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사건이 종결되어 예전의 느낌은 확실히 받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사례는 아마 이 영화가 처음일 겁니다. 그에 따라 시청포인트도 달라집니다. 상당히 매력이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