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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준과 태현의 모습이 교차한다.
대원들도 여자인 수진을 보고 술렁이기 시작한다.
특히 박 중사, 수진의 동선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며 점차 입이 벌어진다.
김 대령: 그리고! 우리부대의 새로운 교육교관 한 명을 소개하겠다.
수진, 김 대령의 옆으로 다가가 단상에 서고
대원들, 수진을 바라보는 모습이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수진: 반갑습니다. 강수진입니다.
-대원들, 수진이 자기소개를 하자 회의실이 떠나갈 듯한 열광과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수진, 대원들의 반응에 검은 피부에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는 미소를 보이고 대원들 속의 박 중사, 멍하게 수진을 바라보고
박 중사: (옆의 송 준위에게, 넋이 빠진) 군인이 ……. 저래 예뻐도 되는 겁니까?
송 준위: (수진을 아는 웃음) 예쁜 장미일수록 가시가 많지.
박 중사: 가시에 찔려 고마 쎄리 죽으삐도 좋다! (침 꿀꺽 삼키는) 아 ……. 저 군복 속으로 뻗은 은밀한 곡선 ……. (몸 바르르 떠는) 몸매 쥑이네 …….
-수진, 말을 이어가며
수진: 3년 전에 같이 생활했었던 사람들도 보이고, 또 처음 보는 대원들도 꽤 많이 보입니다.
본교관은 SSU의 교육담당으로서 영국에서 습득한 선진잠수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분들의 훈련과 이론교육을 담당할 것입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수진의 소개가 끝나자, 기립해서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 대원들.
박 중사, 길길이 날뛰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
송 준위: (박 중사를 보며) 그 환호가 곧 통곡이 될 것이다, 이 놈아.
최 중령: (단상에 오르며) 그 외에 전달할 …….
그 때, 마이크에 찢어질듯 “삐익 ……. 삐익 …….” 소리 들리며.
대원들, 최 중령이 단상에 올라서자 다시 조용해지는.
최 중령: (마이크를 고쳐 잡고) 그 외에 전달할 사항이 있다. 다음 주부터는, 해군합동훈련인 <밍크작전>이 시작된다. 비록 우리는 세부작전이 없는 비전투부대지만, <밍크작전>과 병행해 체력강화훈련을 시행할 것이다. 모든 대원들은 훈련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 이상이다.
씬 35. 부사관 내무반 (저녁)
박 중사, 자신의 관물대 안쪽에 붙어있는 ‘안젤리나 졸리’의 야한 사진을 보고 있다.
잠시 후, 사진을 떼서 반으로 ‘쭈욱’ 찢으며
박 중사: 미안하데이 ……. 졸리야. 내 비록 오랫동안 너를 생각하며 이 오른손을 엄청나게 썼지만서도, 이젠 다른 여자가 생겼다 아이가. 부디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그래이 …….
박 중사, 찢은 사진을 자신의 관물대에 ‘휙’ 집어던지고는 문을 닫아버린다.
이 중사, 박 중사 건너편에서 아무 말 없이 장비를 손질하고 있다.
박 중사: 갱일아, 니 강 소령 몸매 봤나? 진짜 죽이제?
이 중사: …….
박 중사: 야이 자슥아, 사람이 말을 하믄 좀 듣는 척이라도 해라.
이 중사, 들은 척도 안 하고 장비를 챙겨서 내무반을 나가버린다.
박 중사: 갱일아!
씬 36. 교육교관실 (저녁)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태현과 그 뒤의 준.
수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준과 태현을 보고 있다.
태현이 경례하면, 준은 마지못해 따라하고 ……. 수진도 웃으며 경례받는
태현: (반가워 악수하며) 말도 없이 ……. 언제 온 거야?
수진: 오늘 아침비행기로 도착했어. 다들 잘 있었지? (준에게 악수 청하는) 오랜만이다, 김준!
준: (마지못해 악수한 뒤 혼잣말로) 니미 ……. 상관 복은 지지리도 없구만 …….
수진이 의자에 앉으면 준과 태현도 따라 앉고.
태현: 근데 예정보다 한 석 달 귀국이 빠른 거 같은데?
수진: 그러게 말이야 ……. 최 중령이 상부에 특별 부탁을 했다고 하더라구.
준: (궁시렁) 최 중령 그 새끼 ……. 하여튼 취향도 특이하다니까.
수진: 뭐라고?
준: 아냐!
태현: (무마하듯) 근데 이거 ……. 큰일 났네? 영국 갔다 오더니 니가 상관이 돼버렸으니 말이야.
수진: 그러니까 찍히지 말고 앞으로 잘 해. 동기라고 안 봐주는 거 알지?
태현과 수진이 이야기를 나누지만, 옆의 준은 딴 짓하며 자리가 불편한 듯 연신 다리를 떨고 있다.
수진: 준이 넌 여전히 정서불안이구나?
준: (비꼬듯) 내 버릇, 어디 가겠냐?
수진, 준의 말투에 점차 얼굴이 굳어지는데
태현: (분위기 수습하려는) 참, 너 유학생활 이야기 좀 듣자. 영국 애버딘 잠수학교는 어떻니?
준: 야, 잠깐만! 나, 의료원 김 중위 만나야 되거든? (일어나며) 두 사람 재미있게 썰 풀어라, 나 먼저 갈게.
수진, 황급히 나가는 준을 슬쩍 바라보고 있다.
태현: (상기된) 수진아, 정말 잘 돌아왔다 …….
수진: (웃는) 그래 …….
씬 37. 부대 내 숲길 (밤)
양 가로에 드리운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벚꽃 길을 준의 자전거가 빠져나간다.
생각에 빠진 듯 준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위병초소 근무자가 자전거 소리를 느끼며 수하를 건넨다.
위병: (총 겨누며)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준: 좆까! 귀찮아서 손 못 들어. 미련 없으니까 쏠래면 쏴.
위병, 갑자기 자전거가 앞으로 달려오자 깜짝 놀란다.
위병, 다가오는 준의 자전거를 부여잡다가 벌렁 넘어진다.
위병: (넘어진 채로, 암구어) 오징어!
준: 늦었어. 새끼야. 달려들면 우선 쐈어야지.
위병: (일어나며) 김 대위님 인거 뻔히 아는데 어떡합니까?
준: 너 수통에 소주 감춘 거 줘봐.
위병: 소주라뇨? 아이, 김 대위님은 …….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준: 너 영창 보내려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줘봐, 인마.
위병: 진짜 없습니다?
준, 위병의 허리춤에 달린 수통을 빼서 꿀꺽꿀꺽 마시고는 씨익 웃는다.
그 모습에 긴장하는 위병.
계속해서 수통을 들어 마지막 한 모금까지 벌컥벌컥 마시는 준.
준: (수통 건네고) 너 다음부터 내가 또 달려들면 무조건 쏴? 알았어, 인마?
위병: (준 가는 거 보고) 진짜 쏩니다?
준, 자전거 타고 가는 뒷모습으로 손 흔들어주는.
씬 38. 부대 내 실내 수영장 (밤)
텅 빈 실내 수영장 다이빙대 위의 준.
준의 군번줄이 수영장 밖의 불빛으로 밝게 빛난다.
(군번줄에 같이 묶여있는 치아모양의 작은 액서서리를 보여준다)
준, 호흡을 길게 내쉬며 가다듬는다.
유연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다이빙.
길다 싶을 정도로 오랜 잠수.
FLASH BACK
씬 39. SSU부대 내 복도 (회상, 저녁)
태현의 손에 이끌리듯 걸어가고 있는 준.
준: (만류하는) 야, 난 안 갈래!
태현: 수진이 귀국했다는데 인사는 가야지, 인마!
준: 아이, 씨팔 ……. 너나 가라니까? 난 그 계집애 볼일 없어!
태현: (돌아서며) 수진이가 ……. 아직도 니 여자야?
준: 당연히 아니지!
태현: 그러니까, 계집애를 만나라는 게 아니라 ……. 니 상관을 만나란 말이다.
준: …….
씬 40. 부대 내 실내 수영장 (밤)
50미터 트랙을 거의 다 돌고 난 뒤에야 드러나는 준의 상체!
턴과 함께 세차게 물살을 가르는 준의 스피드.
수영장 왕복을 끝낸 준, 상체를 올려 바닥 위로 올라온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들, 수영장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고르는 준, 멍하니 수영장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씬 41. SSU 건물 주위 (오전)
조상사와 최 상사의 지휘로 윤 중사와 양 하사 등 일반대원들이 구조장비들을 수리․점검 하고 있다.
건물 안에서 걸어 나오는 박 중사, 유독 물건(?)있는 부분이 불룩해 보인다.
박 중사: (조상사에게) 조상사님, 송 준위님 못 보셨습니까?
조상사: 아니, 못 봤는데?
최 상사: 너 이 새끼야, 개인 장비수입 안 하고 어딜 쏘다녀!
박 중사: 아 참말로, 남의 속도 모르고 ……. 이번 특박 때 송 준위님 막내딸 백일잔치 하지 예? 그럼, 딸내미 선물 뭐로 할지 알아봐야 할 거 아닙니까!
조상사: 그건 그렇고 ……. 너 거기가 좀 거슬린다?
박 중사: 뭐가요? 아, 이거요 …….
박 중사, 바지 춤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사과 하나를 꺼낸다.
최 상사: 아이, 더러운 새끼 ……. 그걸 왜 거기다 넣고 다녀?
박 중사: 내가 먹을 낀데 어떻습니꺼? 그리고 보이소 ……. 이걸 주머니에 넣어보이까 …….
박 중사, 사과를 군복 주머니에 넣으면 옆으로 불룩하게 나와 있다.
박 중사: 군복에 뽀대가 안 난다 아입니꺼. 근데 여기다 넣어보이까 …….
박 중사, 다시 사타구니 쪽에 사과를 집어넣고
박 중사: 흐흐흐 ……. 군복이 탁 살지 예?
최 상사와 조 중사,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씬 42. SSU 연병장 일각 (낮)
일반 사병들이 연병장에서 구보를 하고 있고, 그 옆으로 난 포장도로를 걸어가고 있는 준과 군의관 김 중위.
(수진의 시선) 준이 김 중위에게 뭐라 이야기하면 살포시 웃음을 띄고, 마치 연인들처럼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
부대 앞에서 그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수진.
박 중사: (갑자기 다가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예?
박 중사, 역시 손에는 사과를 들고 있다.
박 중사: 소령님, 사과 좀 드실랍니꺼?
수진: 그 ……. 그래. (사과 받은 뒤 한 입 배어 무는!) 저 두 사람 ……. 애인 사이인가?
박 중사: 아~ 말도 마십쇼. 김 대위님 별명이 백발백중 아입니꺼 ……. 김 중위님이랑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저거 보이소. 어찌나 같이 붙어있는지, 보통 뜨거운 사이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 참고로 말씀드리겠는데 예 ……. 저도 뜨거운 거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입니꺼.
박 중사, 말하면서 어느 새 수진의 곁에 바짝 붙어있다.
그제야 수진이 눈치를 주면, 씨익 웃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박 중사.
수진: 박 중사, 김 대위한테 가서 내가 좀 보잔다고 전해줘.
수진, 뒤돌아 건물로 걸어가면
박 중사: 네? (얼굴 일그러지며) 김 대위님은 애인 있는데예 ……. (준 보며, 조용히) 아~ 저 인간이 뭐가 좋다고 가시나들이 저리 난리고?
씬 43. 교육교관 실 (오후)
교관실 안에는 첨단 잠수장비가 놓여있고, 수진이 그 장비들을 조립하고 수리하는 등 작업 중이다.
잠시 후 교관실 안으로 들어오는 준, 수진과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며 궁시렁거리다가 대충 경례한다.
준: 니미, 바빠 죽겠는데 …….
수진: (헛기침하다가) ……. 거기 앉아.
준, 수진의 책상 앞에 놓인 철제의자에 앉는다.
수진은 여전히 장비를 손보고 있고, 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못마땅한 표정이다.
수진: (장비를 손보며) 무호흡 잠수 70m ……. 포화잠수 330m ……. 모두 다 국내 최고기록이더군. 포화잠수작업 150m는 세계기록이구.
준: 용건이 뭐야?
수진: 내가 영국에 간 사이에 최고의 심해잠수사라는 명함을 얻었어.
준: 장하다고 엉덩이라도 토닥여주려고 불렀냐?
수진, 준이 계속 비꼬듯 말을 하자 장비를 내려놓으며 준과 시선을 마주치는
수진: 그런데, 근래에는 잠수에 참여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데 ……. 경쟁자가 없어 매너리즘에 빠졌나 보지? 아니면, 여자라도 생겨서 몸을 사리는 건가?
준: (화를 참는 듯) 계집애가 생겼든 ……. 매너리즘에 목욕을 하든 ……. 네가 왜 상관을 하는 건데?
수진: 들어보니까 영국 파견 지원서도 내지 않았다던데 ……. 너무 잘난 척 하는 거 아냐?
준: (일어나며) 이런 씨발 ……. 최 중령: 깔따구라고 소문났다더니 ……. 갈구는 것까지 어쩜 그 새끼랑 똑같냐?
수진: (일어나는, 버럭) 말조심 안 해?!
준과 수진, 치열한 눈빛이 오가는
수진: (부르르 떠는) 내가 ……. 내가 누구 때문에 영국엘 갔는데? 네가 여기서 기록이나 세우며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 영국에서 혼자 어떻게 지냈는지나 알아? 이 바람둥이 개자식아!
준: (수진을 지켜보고 있다가) 옛날 얘기 꺼내려고 부른 건 아니겠지.
수진: (감정을 가다듬으며) 그래, 다 지난 얘기지. 너나 나나 어차피 싫어도 서로 계속 봐야 될 처지니까,
앞으로 어색한 분위기는 없었으면 해서 불렀다.
준: 너만 지금같이 안 하면 돼.
수진: (증오하듯 쏘아보며) 그리고 ……. 난 니 상관이란 걸 잊지 마. 앞으로 그런 말투, 용서 안 해.
준: 할 말 끝났지?
준, 돌아서서 출입문으로 다가간다.
준이 출입문을 열려고 하는데
수진: 의료원 김 중위! ……. 너랑 잘 어울린다.
준, 잠시 멈칫하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씬 44. 진해 작전사령부 회의실 (오후)
장성들과 민 제독, 최 중령, 함장, 그리고 양복을 입은 국방위 소속의 국회의원들이 신중한
표정으로 원탁에 둘러앉아 있다.
그 앞에 권 소령(영석)이 서 있다.
권 소령, 스크린에 비춰진 장면에 따라 계속 설명을 한다.
소나에서 나가는 음탐신호가 앞에 보이는 암벽을 타고 다시 되돌아오는 현상이 빔 프로젝트에 뜬다.
권 소령: 기존의 소나는 전파를 쏘아 어느 물체에 도달한 뒤에 되돌아오는 반대전파로 상대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식입니다. 부설된 기뢰나 공격 해오는 어뢰와 같이 수백 미터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표적을 탐지할 때는 100Khz 이상의 고주파를 사용하고 잠수함과 같은 원거리 표적은 5Khz-20Khz 사이의 저주파 소나를 사용합니다. (지시봉으로 지점을 표식하며) 예를 들어 잠수함의 탐지를 위해 낮은 주파수를 사용하면 음파가 멀리까지 전달되므로 소나의 탐지거리를 증가시킬 수 있으나 해상도가 저하되어 표적 식별이 어려웠습니다.
회의실 전면에 부착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그래픽으로 보여지는 USM기기.
권 소령: 이것이 세계최초이자 우리 자체기술로 만들어낸 기존 소나와 교란용 전파를 대체할 USM입니다. 기존장비와 달리 고, 저주파의 구별 없이 근, 원거리를 USM자체 내에서 식별함과 동시에 상대 잠수함의 전파를 흡수, 교란하여 재송신 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
국회의원들, 모두 멀뚱멀뚱한 표정이다.
권 소령: 쉽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먼저 상대 잠수함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것! 그리고 교란용 전파로서 상대 잠수함의 소나를 무력화시켜 ……. 근거리에서도 우리 잠수함의 위치를 발견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한마디로 우리 잠수함이 상대가 볼 수 없는 투명인간이 된다는 얘기 아닌가?
권 소령: (미소 지으며) 그렇습니다.
사람들, 웅성웅성 거리는
국회의원 그럼 앞으로 그 기기는 어디에 사용되는 건가?
권 소령: 현재 재난구조함인 청해진 함에 설치 중입니다. 또한 밍크작전 말미에 저희 한반도 함에 장착하여 실제작전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장은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씬 45. 작전사령부 전단장실 (밤)
어둑한 전단장실의 소파에 앉아있는 민 제독과 최 중령.
민 제독의 손에는 A4용지 한 장이 들려있고 신중한 표정이다.
최 중령: 첫 번째 계획은 ……. SSU대원들의 심해잠수 인양작업의 세계기록 수립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밍크작전의 하이라이트가 될 ……. 한반도함의 실전 시뮬레이션 워게임입니다!
민 제독: (눈을 부릅뜨는) !
최 중령: SSU는 제가 맡고 있고, 한반도 함 함장 또한 우리 사람입니다.
민 제독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지그시 감고, 그런 민 제독을 슬쩍 쳐다보는 최 중령.
최 중령: 국방위원들이 진해에 내려와 있습니다. 그들에게 SSU와 한반도 함에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 하지 않겠습니까? 전단장님, 이번 밍크작전이 기회입니다.
민 제독: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건, 시도가 아냐 ……. 성공이지.
최 중령: 둘 다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전시가 아닌 때의 군인은 좀 더 강한 목표를 세워 달성하는 것이 애국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 제독: (눈을 뜨며) 자네 ……. 욕심이 많은 친구구먼.
최 중령: (한풀 꺾이는) 죄송합니다. 이게 다 전단장님과 우리 해군전체를 위해서 …….
민 제독: 아니, 아니 ……. 자넬 탓하는 게 아닐세.
민 제독, 라이터를 꺼내 A4용지의 끝에 불을 붙인다.
활활 타오르는 기획서는 재떨이에 담겨져 재로 변한다.
민 제독: 물이 고이면 썩게 돼있어 ……. 군인에게 목적을 만들어주는 건데, 내가 반대할 리 있겠나? 조용히 추진해봐.
최 중령: (조아리며) 감사합니다.
불에 타고 있는 재떨이의 종이를 보는 최 중령의 눈매가 매섭게 빛난다.
씬 46. 진해 명소 일각 (낮)
벚꽃 구경으로 가족 단위의 많은 인파들 사이에 사복차림의 태현과 수진이 서 있다.
태현은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다.
수진은 치마를 입은 정장 차림의 모습이 군복을 입을 때와는 사뭇 달라 보이며 여성스러움이 느껴진다.
태현: (전화를 끊으며) 준이 이 자식,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못 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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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군항제의 퍼레이드와 각종 공연행사를 즐겨보는 두 사람.
한껏 밝은 표정의 태현과 달리 수진은 표정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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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말없이 길을 걸어가고 태현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수진을 쳐다본다.
잠시 후, 태현이 길옆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태현: (뛰어가며) 잠깐만.
수진이 달려가는 태현을 보면, 태현이 노상꽃집에서 장미다발을 하나 산다.
장미다발을 들고 다시 수진에게로 뛰어오는 태현.
태현: (수진에게 주며) 자!
수진: 나한테 주는 거야?
태현: (농담 식으로) 노총각 노처녀끼리 잘 해보자는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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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종업원이 노상테이블 주위에 놓인 화단에 물을 뿌리고 있다.
노상테이블에 앉아있는 태현과 수진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수진: (어렵게) 영국에 갈 때만해도 굳게 결심을 했었어 ……. 바람둥이 자식, 반드시 잊는다 …….
태현, 점차 표정이 굳어지는
태현: 넌 잠수를 배우러 간 거지 ……. 준이 때문에 간 게 아냐.
수진: 근데 ……. 돌아온 지금에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교관 실에서 그 자식 보는 순간 결심이고 뭐고 ……. 참 우습지 …….
태현: (조금 격앙된) 오늘 만나서 네가 한 말 중 대부분이 준이 녀석 이야긴 거 알아?
수진: (쓴웃음) 그랬나?
태현: 우리 두 사람 ……. 공통점이 뭔지 아니?
수진: 글쎄 …….
태현: 남들은 우리들이 항상 행복해한다고 생각하는 거. 또 하나 있어 ……. 뒤돌아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거.
수진: !
태현: 이제 그만 뒤돌아서라, 강수진.
수진: (당황한) 무슨 말이야 …….
태현: 훈련생시절부터 꿈꿔온 일이 있었어 …….
준, 주머니에서 반지 함을 꺼내 열어서 탁자에 내려놓는다.
태현: 내가 강수진에게 프러포즈하려는 거.
수진: (이상한) 장난하지 마.
태현: 준인 널 사랑하지 않아!
수진: !
태현: 그래, 준이에겐 우리 오늘 만나는 거 연락하지도 않았었어. 사랑한다 강수진! 이 말을 하기 위해서 …….
수진: (일어서며) 잠깐만! (당황스런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듯) 그 사람이 ……. 나에게서 떠난 건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내가 그 사람에게서 떠나는 건 맘대로 되는 게 아냐. 넌 좋은 친구야. 언제나 변함없는 ……. 방금 이야기는 못들은 거로 할게. (시계 보며) 늦었다. 사람들 기다리겠어 …….
수진, 황급히 먼저 자리를 뜨는
태현, 그대로 앉아서 얼어붙은 듯
씬 47. 송 준위의 아파트 (밤)
아파트 내부 거실, 각종 음식과 백설기 등이 평상에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태현과 수진, 최 상사, 조상사, 박 중사, 윤 중사, 양 하사가 평상 주위에 앉아있고, 송 준위와 어린 두 딸이 거실과 연결된 부엌에서 음식들을 나르느라 분주하다.
백일 된 막내딸을 안은 송 준위의 부인은 편하게 자리에 앉아있다.
대원들,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다.
윤 중사: (송 준위 처에게) 음식이 참 맛있네요.
송 준위 처: 내는 손 하나 까딱 안 했어 예 ……. (사랑스럽게) 다 저이가 한 거지예.
박 중사: 송 준위님이 행수님한테 잘하는 건 ……. 그만큼 뭔가 구린 게 있는 겁니더.
송 준위 처: 그게 무슨 말인교?
조상사, 박 중사에게 눈치 주는
조상사: (화제 바꾸듯) 형수님, 그냥 편하게 뷔페집 같은 데 잡고 하시죠?
송 준위 처: 쌩돈 들이고 그게 뭔 짓잉교? 집에서 이렇게 하믄, 절약되는 돈이 얼만데.
박 중사: 아이고, 송 준위님 짠돌이제 ……. 행수님 미용실 원장님이제 ……. 이 집안은 금방 부자되겄네.
송 준위와 딸들, 음식을 가지고 거실로 와서 함께 앉는다.
송 준위: 나? 이미 부자지 ……. (딸들 쓰다듬으며) 딸부자.
박 중사: (송 준위의 첫딸에게) 우리 예쁜 보경이 ……. 올해 몇 살이고?
송 준위 딸: 열세 살 ……. 초등학교 6학년인데 예.
박 중사: 그래? 근데 보경아 …….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 너는 열세 살인데, 너희 부모님 결혼한지는 와 십 년밖에 안 됐을까?
송 준위: (놀라서) 야, 인마!
주위, 웃음바다가 되고
송 준위: 강 소령님, 바쁘신데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진: 저도 같은 식군데 당연히 와야죠.
송 준위 딸: 아빠, (수진 가리키며) 저 언니가 태현이 삼촌보다 대장이가?
송 준위: 그럼. 여기서 제일 높은 대장님이야.
송 준위 딸: 우와 ……. 그럼 저 언니가 싸움 제일 잘하나보네?
또 한 번 터지는 웃음.
최 상사: 근데, 이 중사는 오늘 안 와?
박 중사: 이 중사 글마는 원래 아웃사이더 아입니꺼. 지금 또 어디서 폼 잡고 술 처먹고 있을 거라 예.
송 준위: 김 대위님은?
그 때, 현관문이 열리며 준이 들어온다.
수진, 들어오는 준을 쳐다보는
박 중사: 양반은 아이라카이!
준, 혼자서 온지 알았는데 그 뒤에 군의관 김 중위가 같이 들어온다.
김 중위와 같이 들어오는 준을 보고 어두워지는 수진.
준: 늦어서 죄송합니다 ……. 어? 벌써 시작한 거야?
송 준위: 아이구, 김 중위님도 오셨네요?
박 중사: 두 분 뭐하시고 오느라 이리 늦었는교? 애인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김 중위,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하는
준, 송 준위 처에게 다가가 아이를 번쩍 안아보는
준: 어이구, 이 녀석 무거운 거 봐 ……. 완전히 장군감이네?
송 준위 처: (눈 흘기며) 김 대위님, 딸이라예!
준: (미안한) 아참 ……. 아니, 내 말은 ……. 그래! 저기 강 소령님처럼 될 거라는 말이죠.
대원들, 모두 북적거리며 잔치기분을 내는데 수진만 분위기가 어둡다.
그런 수진의 눈치를 살피는 태현의 모습도 보인다.
씬 48. 스쿠버 바 (밤)
씬 1의7 그 장소.
송 준위 처와 아이들을 제외한 대원들이 모두 탁자에 둘러 앉아있다.
송 준위나 조상사, 박 중사는 얼큰히 취한 얼굴이다.
탁자 위에는 빈 맥주잔이 수두룩하게 놓여있다.
최 상사와 수진이 나란히 앉아 경쟁하며 1000cc 맥주잔을 들이키고 있고, 나머지 대원들은 탁자를 쳐가며 리듬에 맞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수진의 맥주잔은 마치 물이 빠지는 배수구처럼 술이 빠르게 줄어드는 데에 비해, 최 상사는 울컥울컥하며 술을 근근이 넘기고 있다.
순간, 수진의 잔은 깨끗이 비워지고 최 상사는 못 먹겠다는 듯 ‘푸우’ 술을 뱉어버린다.
대원들의 박수와 환호성, 술잔을 내려놓는 수진의 눈은 많이 풀려있다.
태현과 준이 그런 수진을 근심스럽게 쳐다본다.
박 중사: (수진의 한쪽 팔을 들고) 싸랑하는 우리 강 소령님, 승! 자, 다음은 누가 그녀의 제물이 될 것인가?
수진: 잠깐만, 한 판만 쉬고.
수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옆으로 휘청한다.
그런 수진을 김 중위가 부축하려는데
수진: 괜찮아 ……. 괜찮아 …….
수진,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걸어간다.
박 중사: 우와 ……. 천하의 주당 아인교? 저 몸에 술이 다 어디로 들어가는 기고? 자, 뭐하십니꺼 ……. (잔을 들고) 건배!
대원들이 술을 마시는 가운데, 준은 슬쩍 수진이 간 곳으로 따라 걸어간다.
씬 49. 술집 안 테라스 (밤)
밤바람이 불어오는 테라스 난간에 팔을 기대고 밖을 바라보고 있는 수진.
그 뒤로 조용히 다가오는 준.
준: 외국 나가더니 ……. 술독에서 잠수 배웠냐?
준, 천천히 수진의 옆으로 다가와 역시 팔을 기대고 밖을 바라본다.
준: (앞을 보며) 괜찮은 거야?
수진: (쓴웃음, 취한) 난 여기가 정말 싫어 ……. 왜 싫은지 넌 알아? (웃으며) 잘 알겠지.
준: (부축하려는) 많이 마셨다, 그만 집에 들어가.
수진: 김준 대위!
준과 수진, 마주보는 자세가 되고
수진: 상관으로서 명령한다. 김 중위는 제발 나처럼은 만들지 마.
준: …….
수진, 그대로 준의 어깨에 쓰러지듯 기대는
씬 50. 술집 안 일각 (밤)
수진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태현, 이윽고 테라스 밖에 나가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술자리로 돌아온 굳은 표정의 태현, 의자의 옷을 챙기며
태현: 미안한데 …….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최 상사: 이제 시작인데 벌써 가십니까?
태현: 내일부터 밍크작전 시작하잖아, 훈련일지 점검도 해야 하고 …….
박 중사: 진짜 못 말리겠네! 이 대위님, 하루라도 좀 쉬이소!
태현: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태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술집을 나간다.
씬 51. 술집 내 테라스 (밤)
준과 수진의 뒤로 태현이 급히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그 뒤를 쫓아가던 김 중위가 테라스의 준과 수진을 발견한다.
테라스의 준과 수진을 보고 있는 김 중위, 여자의 직감으로 두 사람간의 뭔가 심상치 않는 느낌을 받는다. <F. O>
씬 52. 구조대장실 (오전)
<F. I>
최 중령이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수진이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다.
최 중령: 특박은 잘 보냈나?
수진: 네.
최 중령: 오늘부터 밍크작전이 시작된다. (서류 들고) 자네가 제출한 훈련계획서 ……. 이것의 두 배만큼 대원들의 훈련을 강화한다.
수진: (이상한) 현 스케줄도 대원들에겐 상당히 고된 과정입니다. 기초체력 훈련과정은 이 스케줄이 가장 이상적인 …….
최 중령: 기초체력 훈련이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심 150미터 이하의 포화잠수를 할 수 체력을 만들라는 얘기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수진, 의아해하며 최 중령을 쳐다보는
씬 53. 몽타주
자막, “해군합동훈련 밍크작전”
햇살이 수면에 반사되는 눈부신 바다 위!
멀리서 헬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고 긴급히 돌아가는 프로펠러의 회전이 화면 전체를 가득히 메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초계함 두 척과 고속정들이 편대를 이뤄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뒤이어 수송헬기가 줄지어 날아오고 잠수복차림으로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준과 태현, 또 다른 헬기에서 로프로 하강을 하는 송 준위 외의 대원들이 연차적으로 보여진다.
대원들, 대기하고 있던 RIB-보트에 낙하한 뒤 로프벨트를 풀고 잠수모를 착용하면 RIB-보트, 급경사를 이루며 거의 물속에 잠길 듯 좌우로 기울다가 이내 속력을 내며 포말을 내뿜으며 앞서의 초계함과 고속정의 뒤를 따른다.
위풍 당당히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초계함들!
좌우로 포진한 고속정들의 호위를 받으며 보무도 당당히 바다를 제압해 나아가고, 초계함 선미 위에 깃발을 들고 있던 장교의 노란색 깃발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의 너울과 어울리듯 교차하면 …….
바다 위에 떠있던 대원들 2인이 한 조가 되어 그들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는 헬기의 구조 사다리에 힘껏 매달린다.
필사적으로 구조사다리에 매달리는 준과 태현의 근육은 터질 듯이 긴장돼 있고, 헬기는 하늘을 향해 비상하면 구조사다리에 매달린 수십 명의 대원들 모두 중심을 잡고 바다를 등진 채 헬기 내부를 향해 급박히 구조사다리를 타고 오른다.
아슬아슬 사다리에 매달린 몇몇의 대원들 결국 과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하늘에서 바다로 추락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대다수의 대원들이 헬기에 탑승을 확인한 초계함에 서는 고막을 찢을 듯한 금속성의 울림과 함께 함포 사격이 시작된다.
쫓기는 듯한 멀리서의 함선들 기우뚱거리면 하늘의 헬기 위에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자동화기가 불을 품는다.
망망대해 바다 한가운데서 거친 바다와 힘든 사투를 벌이는 준과 태현, 그리고 대원들!
온갖 고함소리를 목청껏 질러대며 힘차게 팔을 휘젓는 대원들.
보트 위에는 교관모를 쓴 최 중령과 수진이 서 있다.
어느 순간 이중사가 몸이 경직되어 계속해서 물속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보인다.
대원들은 미처 그 광경을 알아채지 못하고, 물속의 이 중사는 쥐가 난 듯 종아리를 부여잡고 점차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수진, 칼을 하나 집어 들더니 입에 물고 보트에서 그대로 다이빙하며 잠수를 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준과 태현, 그리고 대원들.
수진의 유연한 몸놀림, 세련된 유영이 물속에서 계속 되더니 어느새 이중사의 앞에 다가가 있다.
수진은 잠수해 들어가 이중사의 다리를 칼로 찢어 피를 통하게 해주고, 이 중사를 끌고 보트로 다가온다.
수진의 팔에 이끌려 나오는 이 중사.
씬 54. 보트 위 (늦은 오후)
피로에 지친 대원들이 보트에 올라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동요 없이 서서 대원들을 바라보고 있는 수진.
한쪽에서 다리에 붕대를 감은 이 중사는 먼 바다에 시선을 두고 있다.
수진: 잠수사의 기본덕목은 먹이를 노리는 사자의 집중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있다 ……. 해안까지의 거리는 5Km! 시간은 상관없다. 가장 힘든 건 추위다, 무조건 완주해라 알았나?
대원들, 탄식소리 이어지고
박 중사: (조용히) 저건 여자가 아이다 ……. 아니, 인간이 아이다.
송 준위: 이건 시작도 아냐, 인마.
수진: 복창소리 봐라! 알았나?
대원들: 네, 알겠습니다.
수진: 이 중사를 제외한 모든 대원들은 입수 준비한다!
대원들, 힘들게 일어나는
수진: 입수!
입수와 동시에 대원들 하나둘 바다로 떨어지고, 태현을 필두로 대원을 이끌듯 앞서 나아간다.
준, 수진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마지막 대원의 입수 후에 물속으로 뛰어든다.
수진, 준이 입수한 후에 자신도 그대로 물속에 뛰어든다.
씬 55. 바다 위 (늦은 오후)
파도를 타며 수영을 하는 해난구조대 대원들의 머리위로 석양이 빨갛게 노을 져 온다.
씬 56. 해안가 (해질녘)
낙조의 바다에 어둠이 밀려오고 대원들,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선두로 도착하는 대원, 모래사장으로 올라서는데 태현이다.
그 한참 뒤로 송 준위를 포함한 대원들이 하나둘씩 모래사장을 밟는다.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준과 수진.
대원들은 추위에 몸을 벌벌 떨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수진은 같이 수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그대로 서 있다.
대기해 있던 최 중령이 수진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종용하고, 수진은 난감한 표정이다.
미리 대기하던 조교들이 대원들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지만, 추위에 몸을 떠느라 물을 쉽게 목에 넘기지 못하는 대원들.
준은 물 컵을 든 채 주저앉아 최 중령과 수진을 이상한 듯 쳐다보고 있다.
수진: 다행히 부상자 없이 전원 도착했다. 많이 추운가?
대원들: (힘이 빠진) 네.
수진: 추위를 없애는 덴 구보 이상이 없다. 십분 후에 구보로 부대까지 뛰어간다. 이상!
-대원들, 탄식과 한숨소리 이어지고 그 이야기를 들은 박 중사는 아예 놀라서 물 컵을 떨어뜨리는.
씬 57. SSU부대 연병장 (밤)
우렁찬 대원들의 “SSU가” 합창소리!
훈련을 마친 대원들 수진의 인솔과 함께 연병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대원들은 도착하자마자 허리를 굽힌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준과 태현은 수진의 옆으로 다가가고.
수진: 부상자 있나?
박 중사: (조용히) 또 뭐 할라꼬?
대원들, 아무런 말이 없다.
수진: 지금까지 훈련받느라 수고 많았다. 전체 목욕탕을 향해 뒤로 돌아!
대원들 뒤로 돌면,
수진: 전 대원들은 팬티까지 옷을 모두 벗는다.
대원들, 놀라서 웅성웅성 거린다.
수진: 지금부터 계급무시! 보직 무시! 먼저 가는 놈이 대장이다. 원 목욕탕을 향해 발사!
대원들, 쭈뼛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듯 옷을 벗기 시작한다.
대원들 모두 옷을 훌러덩 벗고 목욕탕을 향해 전속력으로 뛴다. 밀고, 넘어지고, 뛰어넘고…….
대원들이 모두 사라진 후에 준이 수진에게 다가간다.
준: 이 대위와 함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씬 58. 부사관 내무반 안 (밤)
박 중사, 내무반 침상에서 예전에 찢었던 안젤리나 졸리의 사진을 다시 정성스럽게 붙이고 있다.
이 중사,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벽에 기대에 앉아있다.
그 뒤로 펼쳐 치는 최 상사와 조상사의 설전.
최 상사: 아, 미치겠네? 김 대위가 이 대위보단 한 수 위지.
조상사: 오늘 훈련하는 거 봤으면서, 넌 우길 걸 우겨라. 낙오하는 애들 다 신경 쓰면서, 이 대위가 한 번이라도 선두 뺏기디? 전투력 검정에서도 항상 이 대위가 김 대위를 앞서잖아.
최 상사: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무식한 놈아. 너 김 대위가 한 번이라도 100% 실력 발휘하는 거 봤어? 술 좋아하지 ……. 여자 밝히지 ……. 그러고도 그 정도면 이 대위 보단 한 수 위인거지.
조상사: 아, 진짜 말이 안 통하는구먼.
최 상사: 그리고 김 대위는 한국기록하고 세계기록도 가지고 있잖아, 인마.
조상사: 그건 ……. 이대위도 할 수 있는 거 김 대위가 먼저 한 것뿐이잖아!
박 중사: (멀리서) 제가 보기엔 강소령이 더 악바리던데 예? (치를 떨 듯) 아이고, 무서븐 가시나 …….
씬 59. 교육교관 실 (밤)
수진이 의자에 앉아있는데, 그 앞에 준이 서류를 던지듯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 뒤에는 태현이 무표정하게 서 있다.
준: 일주일동안 똑같은 훈련 량을 계속하고 있어. 대체 갑자기 훈련 량이 늘은 이유가 뭐야? 최 중령이랑 작당해서 대원들을 아예 죽일 작정이냐?
수진: 훈련 일체는 교관의 고유권한이다. 김 대위가 신경 쓸 거 없어.
수진, 술집에서 이후에 말투가 상당히 건조하게 변해있다.
준: 씨발 ……. 좆빠지게 훈련만 하면 능산지 알아? 오히려 대원들한테 반감만 불러올 뿐이라고!
수진: (버럭) 교육은 내 방식대로 해! 팀장들이 이렇게 불만투성이니 대원들의 팀워크가 제대로 이뤄지겠어? (태현에게) 이대위도 내게 할 말 있어?
태현: (무표정하게 서 있다가) 아니.
준: 야, 이 태현!
수진: 할 말 다 했으면 나가봐.
태현이 교관 실을 나가면, 준도 태현을 따라 나가는.
씬 60. 부대 내 복도 (밤)
태현이 무표정하게 걸어가는데 준이 뒤에서 뛰어온다.
준: 야 씨발, 그냥 나오면 어떡해?
태현: (돌아서며) 니가 불만인 건 나도 불만이어야 돼나?
준: 뭐?
태현: 친구라고 생각까지 같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태현, 준을 놔두고 그대로 걸어가는.
준, 충격을 받았는지 태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씬 61. 적성원 (낮)
여러 대의 러닝머신 위에 박 중사와 이 중사, 윤 중사 등이 흡입마스크를 쓰고 몸에 각종 체킹 줄을 부착한 채 달리고 있다.
한쪽에는 대원들이 앉아있고, 첨단기기 앞쪽으로 수진과 군의관 김 중위가 그래픽의 게이지를 보며 무언가를 적고 있다.
수진: (조교에게) 스피드 업.
조교, 러닝머신으로 다가가 스피드를 올린다.
점점 빨라지는 러닝머신, 그에 따라 컴퓨터에 나타나는 리듬도 불규칙적으로 흔들린다.
안간힘을 쓰며 달리던 대원들 중, 이중사가 잠시 후 러닝머신 뒤로 나가떨어진다.
송 준위와 최․ 조상사, 그리고 준의 걱정스런 모습 교차되는 수진, 바닥에서 숨을 고르는 이중사와 눈이 마주치고. <O. L>
씬 62. 부대 내 실내 수영장 (낮)
풀장 옆, 각종 첨단기기와 함께 잠수장비들이 진열되어 있다.
수진, 잠수복을 들고 대원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진: 기존의 잠수복보다 활동성뿐만 아니라 보온과 내성이 10%이상 강화 되어 심해잠수 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원들을 바라보다가 잠수복 내려놓으며) 물론, 이런 첨단장비는 보조역할에 불과하다.
대원들 스스로의 역량에 따라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강의가 따분한 듯, 하품을 하거나 조는 대원들이 보인다.
수진: 내 강의가 재미없나?
박 중사: 소령님도 아시겠지만 ……. 저기 매년 이 맘때예, 체력훈련과 더불어 저희가 항상 무호흡잠수 시합을 했다 아입니꺼? 소령님 힘드시니까 강의는 좀 쉬시고 예 ……. 그거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꺼?
수진: (생각하다가) 좋아 ……. 그렇게 하지.
대원들, 수진의 허락에 환호하며 박수친다.
수진: 자, 그럼 희망자는 앞으로 나온다.
최 상사를 비롯한 여러 대원들, “김준”을 외치기 시작하고 이에 질세라 조상사와 여러 대원들, “이 태현”을 외치기 시작한다.
김준과 이태현의 막상막하, 박 중사는 큰소리로 자기 이름을 외치며 앞으로 나온다.
태현도 떠밀리듯 일어나서 앞으로 나오는데, 준은 주위 대원들의 성원에도 손을 내저으며 만류하고 있다.
수진의 옆에 서는 태현과 박 중사, 그러나 준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김준”을 외치는 대원들.
박 중사: 작년 챔피언이 참가 안 하면 어떡합니까? 빨랑 나오이소!
대원들의 성화에도 준이 나오지 않자, 태현이 준이 앉아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태현: 시합 한 번 하자.
준: (웃는) 싫어 인마, 안 할래.
태현: (준의 귀에 대고 슬며시) 나도 널 한 번쯤은 이겨보자.
태현, 말을 건네고 준을 바라보며 웃지만 그 웃음엔 뭔가 뼈가 있는 듯하다.
준, 태현의 말을 듣고 표정이 조금씩 굳어진다.
태현, 준의 손을 이끌고 수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수진은 슬쩍 나오고 있는 준을 바라보고, 그 뒤의 김 중위는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O. L>
수영복 차림의 세 사람, 준과 태현과 박 중사가 수영장 입수부분에 서 있다.
준은 손에 잡지 한 권을 든 채 여유 있는 모습이고, 태현은 무표정하게 서있다.
박 중사는 연신 “아자, 가자!”를 외치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그 옆에 스톱워치를 든 송 준위의 모습이 보인다.
송 준위: 준비됐습니까 ……. 자, 입수!
송 준위의 말과 동시에 수영장으로 입수하는 세 사람.
씬 63. 수중 (낮)
수영장 바닥으로 내려와 웨이트벨트에 자리를 잡는 세 사람.
태현은 내려오자마자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준은 바닥에 편하게 앉아 잡지를 읽기 시작한다.
박 중사는 옆의 준과 태현을 살펴보며 숨을 참고 있다.
씬 64. 수영장 안 (낮)
함성과 박수로 아우성인 풀장 안.
최 상사: 김 대위님한테 3만원!
조상사: 그래? 그럼 난 이 대위님한테 3만원!
송 준위: 2분경과!
수진의 뒤에 교차되는 김 중위의 얼굴이 점차 벌겋게 상기된다.
씬 65. 수중 (낮)
눈을 감고 있는 박 중사의 어깨에 손가락이 다가와 콕콕 찍는다.
박 중사, 눈을 떠서 옆을 쳐다보면 준이 얼굴을 잡지에 가리고 있다.
잠시 후, 잡지를 내리는 준의 얼굴이 코믹하게 변해있다.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와 기포를 뽀르르 내며 숨을 쉬어버리는 박 중사.
씬 66. 수면 위 (낮)
수면위로 올라오는 박 중사
박 중사: 김 대위님 반칙했습니더! 이 시합 무횹니더, 무효!
대원들: (물안경, 스노클 같은 거 집어던지며) 빨리 나와, 인마!
대원들의 아우성에 풀이 죽어버리는 박 중사.
송 준위: 3분경과!
씬 67. 수중 (낮)
잡지책을 책을 보고 있던 준이 옆의 태현을 바라본다.
태현은 여전히 전의를 다지는 듯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참고 있다.
준의 플래시백
태현: (준의 귀에 대고 슬며시) 나도 널 한 번쯤은 이겨보자.
준, 태현을 바라보다가 다시 잡지를 보기 시작한다.
씬 68. 수면 위 (낮)
송 준위: 4분경과!
씬 69. 수중 (낮)
4분이 지나자 태현의 몸이 미세하게 떨려오고, 꽉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