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대학병원 시절, 동료의사 중 한 사람은 어떤 일을 부탁하면 생각해보지도 않고 일단 “안 되겠는데요”라는 대답부터 했다. 그래서 모두들 그와 같이 일하는 것을 꺼렸고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부부 성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우자가 항상 부정적인 말만 한다면 부부관계가 좋을 리 없다. 아내에게 성 요구를 하지 않는 중년 남성이 있다. 그는 원래 성욕이 강해 결혼만 하면 아내와 멋진 섹스를 할 거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혼 초 아내는 성관계만 시도하면 “안돼! 관계를 하고 나면 아래가 아파”하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거절했다. 그리고 임신 중에는 “안돼! 아기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라며 거부하더니 출산을 하고 나서는 “아기가 깰까봐 안돼!” “오늘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안돼!”“피곤해서 안돼!”하면서 매번 거부하는 말을 먼저 했다. 그는 이런 아내에게 지쳐서 이제는 성적 매력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성 요구를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심각한 부부문제가 된 것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성적 욕구가 강해 자연히 성관계에 대한 시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도가 많다고 해서 마음의 문까지 활짝 연 것은 아니다. 마음이 열려야 섹스를 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섹스를 통해서 마음이 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관계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매번 이런 부정적인 말을 듣거나 거부를 당한다면 처음에는 부인의 눈치만 살피게 된다. 하지만 점차 반복되면 아내가 성관계만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거부한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고 심하면 분노까지 갖게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래, 너 아니라도 나를 받아주는 여성은 얼마든지 있어”하는 생각에 마음의 벽을 쌓고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런 상태까지 간다면 부부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만다.
아내가 무심코 한 성 거부는 남편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 부부관계를 나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남편의 성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충분히 거부할 권리가 있다. 다만 무조건 “안돼”라는 말을 먼저 하기보다는 남편의 마음을 충분히 인정하고 이해해 준 다음, 정중한 표현으로 거절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다음에라도 남편이 다가올 수 있게 부드럽게 이야기한다면 남편이 마음의 상처를 받아 분노를 키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관계를 하면 아래가 아파서 안돼!”라는 말 대신에 “여보, 나도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지금은 질이 쓰리고 아프니 손으로 해주면 안될까?”라고 말해 보자. 또 단호하게 “오늘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안돼!”라고 하지 말고 “나도 당신과 섹스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오늘은 좀 짧게 해요”라고 하고, “너무 피곤해서 안돼!”라는 말보다는 “내가 피곤해서 그러는데 오늘은 당신이 좀 적극적으로 해주면 안될까? 그리고 내 쾌감에는 신경 쓰지 말고 당신 마음 편하게 하세요”라고 한다면 남편도 열린 마음으로 아내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될 것이다.
[<섹스 클리닉 이병주 원장의 성(性)노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