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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까뮈 이방인(‘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해 낯설게 느끼는 자’ 혹은 ‘사회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자)
시냇물 추천 0 조회 120 22.09.11 20:49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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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2.09.11 21:05

    첫댓글 이방인/장혜령

    빛은 잘 들어옵니까

    이상하지.
    세입자가 관리인에게, 그리고
    우리가 죄수에게 묻는 질문이 동일하다는 것은

    불 꺼진 독방의 내부는
    누군가 두고 간
    불펜 잉크처럼 캄캄하다는 거,
    의도 없이도 흐른다는 거

    처음 타본 비행기와
    어깨가 기울어진 한 남자의 뒷모습

    그의 휘파람을
    존경한다고 교도소장은 말했다
    크고 두터운 손으로, 아버지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 바람은 불어옵니까

    진주식당의 여자는 국수 대신
    빨래를 솥에 넣었고

    예수기도회의 붉은 자전거 옆에는
    북경반점 오토바이가

    모든 질문에
    전학생의 시점으로
    생각했지

    경도와 위도 선상에서
    초조해질 때마다
    별들 사이에 있다는 건, 더 확고해졌으니까

    동료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삼키는 연습을 하는
    수배자처럼

    배후가 없는 비밀이 몸속을 떠돌고
    깡통 속엔
    씹다 뱉은 성냥들이
    붉게 차오르곤 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더 말할 것은 없습니까

    들판 같은 책상 위로
    캥거루 한 마리가 뛰어간다

    빛은 잘 들어옵니까
    바람은 불어옵니까

    이상하지,가
    둘 수 없는 것의 안부를 묻는 일

    어디선가
    새들의 농담이 들리고

    그의 배후를 바라본 것은, 저 나무가 유일하다

  • 작성자 22.09.11 21:11

    이방인 / 김영승

    버스비 900원
    버스 타서 죄송하다고
    百拜謝罪하며 내는 돈

    화장실 100원
    오줌 눠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아들 고등학교 신입생 등록금 사십오만 구천오백팔십 원
    학교 다녀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상갓집 부조금 3만 원
    살아 있어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공중전화 100원
    말 전해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돼지고기 한 斤 8,000원
    처먹어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서러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죽을 수 있는 것이다
    恨이 있기 때문에

    含笑入地할 수
    있는 것이다

  • 작성자 22.09.11 21:11

    이방인 / 김은상

    불멸이 오고 불멸이 떠나가는 순간을
    나는 아그네스라 부른다.

    눈보라가 망쳐버린 공중,
    그곳에만 무지개는 아름다웠고

    달의 하현엔 늘 폐허가 고여 있었다
    그대라는 오해를 사랑하였다.

    길흉에 대한 예감은 지도가 아니었으므로
    순록은 기별 없는 유목을 마쳤다.

    신앙도 신념도 잃은 지 오래인데,
    버드나무 안에 우물을 그려두었다.

    하루 종일 추운 공중을 바라보다가
    사는 일이 불륜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모든 이별을 위로하기 위해
    바람이 불어온다 쳐도

    동쪽은 늘 똑같은 동쪽,
    누구나 한번쯤 그대를 기다린 적 있다.

    번개처럼 천둥처럼 잉태한 아그네스를
    나는 사치라고 말한다.

    눈보라를 걸어 귀향한 순록의 울음,
    거울 속의 불면을 간질이고 있다.

  • 작성자 22.09.11 21:22

    이방인의 낙타 / 김승희

    이방인은 이방인이어서
    고향이 없다
    이방인은 고향에서도 이방인이기에
    고향도 타향이고 타향도 고향이다
    그 역(逆)도 가하다
    이방인은 주소가 없고
    이방인은 논도 없고 밭도 없고 과수원도
    저수지도 없고
    그냥 점, 이방인은 하늘만 쳐다본다
    땅에 재산이 없으니
    모든 재산은 하늘에 있도다‥
    점이 선이 되는 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하늘도 그의 소유는 아니다
    소유가 아니어도 하늘을 갖는 것은 비난할 일은 아니다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서
    저것은 내 하늘이다!라고 외쳐보라
    아무도 너를 제지하지 않는다
    경찰도 군인도 검찰도 의사도 최루탄도 아무도 너를
    구속하거나 심판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면 하늘이 얼마나 값싼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무가지 신문처럼 지하철 입구에 쌓아놓아도 손이 안 간다
    이방인! 하고 부르면
    나는 새가, 하늘의 구름이, 달리는 시냇물이 손을 흔든다
    점이 선이 되려는가
    이방인에게도 그만큼의 연고는 있다
    광화문 네거리 모퉁이에서 커피를 마시고
    베네치아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뉴욕 맨해튼 예일 클럽에서 시 낭독을 하기도 한다
    맨해튼의 고층 빌딩 아래서
    저것은 나의 하늘이다!라고 외쳐도
    아무도 나를 체포하지 않는다
    (아래 계속)

  • 작성자 22.09.11 21:23

    (위에서 이어)
    아무도 나를 체포하지 않는다
    나는 고발당하지도 않는다
    이방인은 현지의 위조지폐,
    구름의 언어를 가진다
    오직 하늘만이 그의 자취를 안다
    그림자처럼 엑스레이 사진처럼
    초음파 영상처럼 뿌연 점들이 먼지로 부유하는 환각,
    존재의 면적, 김환기나 이성자의 점화(點畵),
    이방인들만이 점화를 그리는데
    괜찮은 것일까? 점이 점이어도, 점이 선이 되지 않아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자전을 하면서 공전을 해야 좋은 삶이라는데
    살기는 살았다
    하늘의 낙타
    이방인은 구름으로 점점이 사막의 시를 쓰며 간다

  • 작성자 22.09.11 21:25

    이방인/ 박소란

    먼 곳에 사는 네가 사진을 한장 보내주었다
    자, 선물!

    초록이 매끈하게 펼쳐진 이국의 공원이 거기 있었다
    비현실적인 풍경이네, 비현실적이라
    좋아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곳을 한참 들여다보니 조그만사람이 보이고
    그는 관광객인가보다
    더 조그만표지판을 유심히 살피고 있군

    좋은 곳에서 좋은 구경을 했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비현실적인
    그 길을 나 대신 오래 걸었으면
    걷다 지치면 공원 모퉁이 벤치에 앉아 오래 쉬었으면

    눈을 감고
    눈을 감고

    어쩐지 위엄이 서린 커다란 나무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군
    좋은 삶을 점 쳤으면

    지금쯤 넌 잠이 들었겠지 거기는 한밤중일 테고
    공원도 문을 닫았을거야
    아직 잠들지 못한 사람들이 새카만 꾸러미를 움켜쥐고 공원 입구를 서성인대도

    공원 뒤편 어디선가 총성이 울리고 한 떼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병원으로 이어진 길에 여러 대의 앰뷸런스가
    늘어선대도

    좋은 꿈을 꾸었으면

    어김없이 나는
    아침을 맞는다 YTN을 보며
    흰 우유에 달달한 시리얼을 말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반쯤 지워진 간밤의 악몽을 연하게 내려 마신다

    (아래에 계속)

  • 작성자 22.09.11 21:25

    (위에서 이어)
    문을 나선다
    문밖 환한 풍경이 나를 당기고 거리는 하나같이 깨끗하군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군
    누군가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다

    웨어 아 유 프롬?

    좋은 꿈,
    좋은 꿈을 꾸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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