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강아지를
남편의 눈앞에 들어보이며 활짝 웃었습니다.
"아니, 아버님은?"
"오잉? 아버님 집에 안계셔?
어디 노인정이라도 가셔서 놀고 계신가?"
"아버님이 매일 이렇게 늦게 들어오시나?"
남편이 약간 걱정스런 얼굴로 묻자
"웅, 으응…" 아내는 더듬거렸습니다..
사실 아내는 평소에
노인이 몇시에 나가서 몇시에 들어오는지
도통 생각이 안납니다.
왜냐하면 아내는 노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노인이 들어오실 때까지
자지않고 기다리기로 작정하고
서재의 책상앞에 앉았습니다.
아내는 벌써 잠들었나 봅니다.
그때 아들은 책상 한켠에 정성들여
접혀진 쪽지를 발견하였습니다.
볼펜으로 꾸~욱 꾹 눌러쓴 글씨…
무슨 한이라도 맺힌듯이 종이가
찢어지도록 꾹꾹 눌러쓴 글씨…
아버지의 필적이 틀림없었습니다.
잘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
자정도 넘어 밤은 깊어만 갑니다.
노인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들은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에 잠깁니다.
"잘 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이 시간까지 아버지가
귀가 안 하신걸 보면
가출하신것이 틀림 없는것 같은데...
한데…왜,왜,왜…???
아들은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평소에 햇볕이 잘 드는 방이 아니어서 그런지
자정 넘은 오밤중이긴 하지만
왠지 우중충하다는
느낌이 드는 방이었습니다.
이쪽 벽에서 저쪽 벽으로
빨랫줄이 쳐져 있었습니다.
빨랫줄에는 속옷 두장과
런닝셔츠 두벌이 걸려 있었습니다.
아마 아버지 것이겠지요.
방 한켠에는
어린 딸의 옷장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어린 딸이 이제 그만 지겨워한다고
옷장을 더 예쁜 것으로 바꿔주고 나서
아마 이 헌옷장을 아버지 몫으로 돌린 모양입니다.
옷장 위에는 어머니의 사진이 놓여있습니다.
참으로 착하디 착한 얼굴입니다.
상치를때 영정으로 사용하던 사진입니다.
방구석에 소반이 있었습니다.
소반 위에는 멸치 볶음, 쇠고기 장조림,
신김치등이 뚜껑있는 보시기가 몇개 있었고
마시다가 반병 정도 비어있는
소주병이 있었습니다..
첫댓글 아버지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음을 잘 나타낸 글이내요, 그러나 그 며느리나 보고 배운 자식의 미래도 똑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아버지깨서는 힘내시고 自重自愛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 오로지 자식자식 하지 마시고
노후 대비 준비 철저히 하시고 홀로서기 준비도 해야할 듯 합니다.
몸 건강 잘 챙기시며 즐겁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