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성모성지순례
편재영(데레사)
성조들의 모후 꾸리아 소속 레지오 단원 40여명은 관광버스를 타고 남양성모성지순례길에 올랐다. 봉계들판을 둘러싼 소백산맥 황악산, 희색구름에 가리어진 해는 신비로운 기운을 펼쳐 내린다.
하느님 들리시나요?
저희들이 바치는 삼종기도를 들으소서!
오늘 하루 하느님과 성모님의 보호로 무사하기를 빕니다.
사랑과 배려로 기쁘고 즐거운 하루되기를 빕니다.
성지 순례 일정을 꾸리아 단장이 자세하게 소개한다.
오늘 샛별pr. 회합인데 묵주기도는 꾸리아 부단장 주송으로 단체로 바치고 수녀님은 훈화를 해 주신다
창밖을 내다본다.
확 트인 시야가 좁은 마음을 열어젖혀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푸른 산, 들판, 집, 하늘, 구름, 흐린 가을 황혼에 느껴보는 여행의 묘미가 감동이다. 버스는 화성 요금소를 지나서 남양성모성지에 도착했다
우뚝 솟은 대성당의 모습은 참으로 웅장하다 수십만 개의 벽돌로 쌓아올린 두개의 탑 사이에 천사의 날개처럼 빛이 들어온다. 대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제대 십자고상의 예수님은 눈을 크게 뜨고 젊고 힘이 있는 강한 분이다. 가시관을 쓰지 않고 생동감 있는 표정에 머릿결이 휘날리고 못은 거꾸로 박혀 있다 기존 성당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닌 강렬한 인상이 너무 낯설다
십자고상과 양 옆에 성화는 21세기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줄리아노 반지의 작품이다 예술의 노벨상격인 임페리얼 프리미엄 상을 수상한 조형예술가로 95세 생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을 남양 대성당에 재능 기부한 것이다 고통의 예수님이 아닌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을 조각했다
십자가 양쪽 성화 ‘수태고지’ ‘엘리사벳 방문’ 엘리사벳 곁에는 한복 입은 소녀가 있다 ‘최후의 만찬’ 인물 중에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1989년에 이곳에 부임해서 지금까지 성지를 일구어 낸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도 있다
성화 뒷면에 뒷모습도 그려져 있다 참으로 대단한 작품이다.
대성당은 미사 시간에만 문이 열린다.
이상각 신부님의 11시 미사 강론을 요약해본다
모든 것은 관계로 시작한다.
좋은 사람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정하고 존중해줄 줄 아는 사람이다
좋은 신자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먼저다
좋은 사람 곁에는 복음이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 사람보다 영적인 사람이 되고자한다
이런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10월은 로사리오 성월이다
성모 동산은 20단 묵주를 화강암으로 만들어 걸어 다니며 묵주기도를 바친다. 묵주 알을 끌어안고 기도를 한다. 이렇게 기도하는 데는 남양성모 성지 밖에 없다 묵주 알에는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기쁨, 슬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묵주는 인생의 동반자다 우리는 손에서 묵주를 들고 기도하며 성모님께 매달려 위탁한다.
묵주는 모세의 지팡이다 모세는 손에서 지팡이를 놓지 않았다
다윗은 무거운 갑옷을 벗고 조약돌을 들었다 우리도 조약돌인 묵주를 들어야 한다.
위대한 성인들도 성모님을 사랑했고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다
마더데레사 수녀도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묵주를 들고 가셨다
묵주를 손에 쥐고 있으면 성모님의 손을 잡고 있는 느낌을 준다.
레지오 단원도 묵주를 들고 하느님께 나아가야 된다.
미사를 마치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묵주기도를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성모 동산을 구경한다. 가까이 있으면 자주가고 싶다
대성당 1층에 있는 소성당에도 가 보았다 한지 벽지에 1420년에 만들어진 아담한 십자고상이 인상적이다 기도를 하고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대성당은 교황대사를 맞이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네 명의 화동은 꽃다발을 준비했고 연주자는 음악과 노래를 준비했다.
그런데 관광버스 출발할 시간이 다가와서 교황대사를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뜻밖에 교황대사 일행을 만났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강복을 받고 사진을 찍는 행운을 누렸다.
병인년 박해로 무명의 순교자가 순교한 남양성모성지를 방문한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께 강복도 받고 오늘은 참으로 은혜롭고 축복받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