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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기술 |
환경오염문제가 전 인류의 공통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환경 보전의 당위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인류의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하여 경제발전을 멈출 수 없다는 견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상호 배타적으로 보이는 환경 보호주의와 경제발전주의의 양자택일의 문제를 놓고 지난 수십년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사이, 정부 및 기업과 환경보호단체 사이에 의견의 불일치를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를 계기로 해서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환경이 지탱할 수 있는 경제개발"에 대체적인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환경과학기술이 튼튼한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하며 환경과학기술 중에서도 청정 기술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깨끗한 바다는 생물의 보고
지구상에 인류가 적었던 원시사회에서는 천연자원을 그대로 이용하여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기술사회에서는 인구의 증가와 인간문명의 발전에 따른 산업의 고도화 및 다양화로 인하여 천연자원의 물리, 화학적 및 생물학적 가공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이것이 곧바로 환경변화와 오염을 유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림 4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대인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해 주는 산업제품의 자연계내에서의 순환은 원료의 추출, 제품의 생산, 저장, 운반, 사용 및 처분의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변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는데 두 종류의 기술을 들 수 있다. 그중 하나는 환경오물질이나 변화가 발생한 후의 처리기술인 발생 후 처리 기술이며 또 하나는 환경오염이나 변화를 사전에 최소화시킬 수 있는 청정기술인데 이 두 기술의 특성과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그림 43> : 자연환경에서 산업제품의 순환과정
발생 후 처리기술
<그림 44-(가)>에 제시해 놓은 바와 같이 오염물이 일단 발생한 후에 처리하는 기술로서 우리나라도 최근까지 주로 이 기술에 의존하여 왔다. 그러나 이 발생 후 처리기술은 다음과 같은 단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발생된 폐기물에서 회수하여 재 이용할 수 있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단순히 처리하여 다시 방출하므로 에너지와 자원이 낭비된다.
둘째, 배출되는 오염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총량이 증가하는 반면, 환경보전법이 정하는 환경기준은 점점 강화되는 오늘날의 추세에 적합한 기술이 못된다.
셋째, 원래 폐기물은 생산공정에서 발생되므로 산업체내에서 제품생산을 담당하는 작업자와 폐기물처리를 담당하는 작업자 모두에게 환경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으나 서로에게 책임회피의 구실을 주게 된다.
청정기술
청정기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생산과 보다 적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림 44-(나)>에서 보듯이 발생원(생산공정)에서 오염물의 발생량이나 환경에 대한 유해성을 극소화하거나 이미 발생된 오염물질에서 유용한 에너지와 자원을 회수하여 재이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따라서 청정기술에서는 폐기물의 발생량이나 유해성이 적으므로 처리비용이 적게 든다. 또한 에너지와 유용자원의 재이용을 통하여 제품의 생산원가를 감소시키므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게 되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결국<그림 45>에서 보듯이 폐기물 관리부문에서 발생원에서의 감량과 재이용(청정기술)이 우선 순위의 맨 앞에 서야되고 처리나 처분(발생 후 처리기술)은 가능한 한 우선순위의 뒤에 놓여야 한다.
자원 및 에너지의 절약을 통한 기업의 이윤확대측면에서나 자연환경의 보존측면 모두에서 청정기술은 발생 후 처리기술에 비하여 보다 근원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청정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환경공학의 기본골격으로 삼고 연구개발 및 교육·홍보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펄프 및 제지공장에서는 전통적으로 다량의 물을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다량의 폐수가 배출된다. 일본의 경우 1970년도에 일본 전역에서 배출되는 유기오염물질의 80%가 산업체에서 발생하였는데 이중 40%가 펄프 및 제지공장에서 유출되었음이 알려졌다. 또 이 유기오염물질의 양은 화학적 산소 요구량으로 환산해 볼 때 2,200,000톤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1989년도에 펄프 및 종이의 생산량은 1970년에 비해 약 2배로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에서 발생된 유기오염물질의 양은 오히려 10 분의 1이하로(200,000톤) 감소되었다. 감소된 원인을 분석해보니 발생후 처리 기술의 개선에 의하여 16%만이 감소되었으나 청정기술의 도입으로 84%가 감소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예로부터 우리는 선진국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환경보전도 동시에 이룩하기 위하여 청정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쏟는 노력이 얼마나 큰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가) 발생 후 처리기술
(나) 청정기술
<그림 44> : 오염물질의 발생 후 처리기술과 청정기술
<그림 45> : 폐기물 관리의 우선순위
청정기술의 개발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환경오염방지와 효율향상을 위한 현 공정의 변형
기존 생산공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불필요한 환경오염요인물질의 발생원을 제거하고 컴퓨터에 의한 공정관리 등의 기법을 이용하여 원료 및 에너지의 효율을 향상시킨다. 원료와 제품을 수송하는 통로를 수시로 점검하여 새는 부분을 보수함으로써 귀중한 원료가 낭비되는 것을 막고 폐기물의 발생량을 감소시킨다. 또한 공정내에 자동경보장치를 도입하여 작업자의 실수나 기계장치의 고장에 의한 오염물질의 방출량을 최소한으로 억제한다.
새로운 공정의 도입
기존 공정의 변형만으로는 오염방지와 자원이용의 효율성 향상효과가 크지않은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존의 공정을 연구를 통하여 새로 개발한 공정으로 대체하여 오염물질의 발생량과 유해성을 극소화하고 에너지, 원료, 공업용수 등의 소비량을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강물을 취수하여 음용수를 생산할 때 응집, 침전, 여과 등의 여러 단계 정수공정을 거치게 하는 대신 한외여과막을 이용한 일단계 정수공정을 사용하면 화학약품의 사용량도 현저히 줄어들고 보다 질이 좋은 음용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정수장이 차지하는 면적도 줄일 수 있다(그림 46).
<그림 46> : 한외 여과막을 이용한 일단계 정수공장
폐기물의 재활용
종래에는 폐기물이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기업에서 처리에 필요한 시설비와 운전관리비를 보상해주지 못하며 순손실만을 초래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었다. 그러나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폐기물 역시 제품과 마찬가지로 귀중한 자원으로부터 생산된 것이다. 따라서 폐기물로부터 원료와 에너지 등을 회수하여 재활용하거나 폐기물을 가공하여 2차 생산품을 만듦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계장치의 냉각에 사용했던 물을 보일러용수로 재사용함으로써 폐수발생량을 줄이고 연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고순도의 원료를 필요로 하는 정밀공업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분리, 정제하여 다른 공업의 원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한 공정에서의 폐기물이 다른 공정에서는 원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활용의 장점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녹색상품의 개발
녹색상품이란 기존의 제품과 그 성능은 유사하지만 환경에 대한 유해성이 적은 새로운 상품을 말한다. 따라서 정부와 일반소비자들은 기업체로 하여금 생산, 분배, 소비, 처분의 과정에서 오염물질의 배출이나 생태계의 파괴가 적은 녹색상품을 개발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녹색상품의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용 분말세제에는 표백제 성분이 함께 들어있다. 그러나 모든 옷의 세탁에 표백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세탁성분과 표백성분을 분리 포장하여 선별 사용함으로써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물안에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이 많이 들어있는 경우 이 물은 경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런 물을 세탁에 사용할 경우 세제 소요량이 많아진다. 즉 세탁수의 수질에 따라 세제의 소요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간단한 경도 측정표를 세제와 함께 판매함으로써 주부들이 세탁전에 세제의 소요량을 알 수 있게 해줌으로써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수질오염을 줄이게 할 수 있다(그림 47).
<그림 47> : 표백제 분리와 경도 측정표를 이용해 수질오염을 줄이는 세제
냉장고의 냉매로 많이 사용되어온 프레온가스는 이미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프레온가스 대신 제올라이트를 사용한 냉장고는 지구환경보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독성 중금속의 대체품개발
페인트 제조시에 사용되는 납과 피혁가공에서 무두질에 사용되는 크롬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일 뿐 아니라 그 처리가 쉽지않아 오랜동안 환경오염문제를 유발해왔다.
그런데 이들보다 독성이 훨씬 덜한 티타늄으로 납과 크롬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독성 중금속 오염문제를 발생원에서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제올라이트를 이용한 유기오염물질의 흡착, 제거 기술
소수성 제올라이트 <그림 48>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커다란 기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무기물질로서 그 구조가 마치 터널과도 같다. 이 물질은 유기오염물질을 매우 잘 흡착해내는 반면 물은 흡착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물이나 대기중에 부유하는 오염물질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오염물질을 흡착한 제올라이트는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고온에서 재생되어 다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용하다. 즉 제올라이트는 고온에서도 매우 안정하며 가열시에 흡착하고 있던 물질들을 탈착시키는 성질이 있음을 이용한 것이다.
<그림 48> 제올라이트의 구조
자동차 산업에서의 페인트 재활용기술
자동차의 착색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에는 미생물에 의하여 분해되기 어려운 페인트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고분자 분리막을 이용하는 한외여과 공정을 도입하면 폐수로부터 페인트와 물을 분리할 수 있다. 여기에서 회수되는 페인트는 착색과정에 재이용되므로 공업용수의 절약과 아울러 폐수의 발생을 없앨 수 있다.
생활용수의 재활용
앞에서 제시한 청정기술의 적용사례들은 대부분이 자원절약과 오염방지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청정기술의 적용은 공장이나 산업체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도 생활용수 재활용 등의 방법으로 청정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단지, 빌딩, 학교 등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수돗물이 대량으로 소비된다. 따라서 가뭄이 심한 갈수기에는 이런 시설들에 질이 좋은 수돗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또한 상수의 사용량이 증가하면 하수의 발생량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이 제대로 작동되기가 어려워져 하천에 방류되는 처리수의 수질이 나빠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규모 건물에 보다 향상된 수처리 시설을 갖추고 여기 생산된 물을 청소용수와 화장실 세정수(즉 중수, 中水)로 사용한다면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질이 좋은 수돗물이 청소용수 등으로 사용되지 않게 함으로써 상수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둘째,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해야할 하수의 양이 감소됨으로써 양질의 처리수를 얻을 수 있으므로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다. 셋째, 필요한 수질에 따라 원료가 되는 물을 차등화함으로써 수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표면세척에 사용되는 산
스텐레스강의 표면은 일반적으로 질산이나 불소산 같은 강산으로 세척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정은 <그림 49-(가)>에서 보듯이 질산의 사용에 의하여 질소산화물의 유해가스가 발생되며 또한 산세척조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폐액은 소각에 의하여 질산을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야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공정에서는 소각로의 설치가 요구되며 소각로의 운전에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산세척에서 산화제로 사용되던 질산을 과산화수소로 대처한 청정기술이 개발되었다. <그림 49-(나)>에서 보듯이 새로운 공정은 질산과 불소산대신 과산화수소와 불소산을 사용하므로 세척조에서 발생하는 불화금속 침전물을 제거하고 반응하지 않은 불소산은 재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새로운 공정에서는 질산 폐수가 배출되지 않으므로 소각로가 불필요하며 질산 사용에 의한 유독기체 발생문제도 없어진다. 원료의 구입비 면에서도 질산 대신 과산화수소가 쓰이지만 구입비가 질산의 1/10 정도밖에 안되며 불소산의 재이용으로 불소산의 구입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공정의 시설투자를 감안하더라도 새로운 공정에서는 원료비나 오염물 처리비가 감소되어 결국 운영비가 절감되므로 5년정도면 시설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이익과 환경보전의 두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오늘날의 기업에 부과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기업의 실례이다.
(가) 기존의 공정
(나) 새로운 공정
<그림 49> 스테인리스강의 표면 세척 공정
우리나라의 산업체에서 청정기술을 도입하거나 연구개발을 해야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원자재나 공업용수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천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원료나 물의 절감은 무엇보다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둘째, 유해폐기물의 발생량이 증가추세에 있고 환경법규가 강화됨에 따라 폐기물 처리비용은 상승하고 매립지 부족으로 허덕이는 우리 실정에서는 폐기물 발생량의 원천적인 억제가 기업의 이윤과 직결된다.
셋째, 원료나 에너지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하여 제품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국제가격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없다.
넷째, 일반 소비자의 환경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녹색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환경보전 측면에서의 기업체의 이미지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섯째, 외국의 청정기술을 수입하게 되면 기술료 지불이 기업체에 큰 부담을 주지만, 기업체에서 연구개발한 청정기술은 기술수출이 가능하므로 기업의 이윤에 큰 보탬이 된다.
유엔환경계획에서는 청정기술의 개발과 그 보급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매년 청정기술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청정기술의 개발현황과 전망,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기술이전문제, 정부, 대학 그리고 기업의 역할 등의 안건을 놓고 세계 각국의 참여자들이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적 및 환경적 측면 모두에서 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정보체계를 갖추고 청정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열과 성의를 다해야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