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과 침묵의 시학’, ‘비움과 내려놓음’의 시적 주제로 엮은
이태수 시인의 시집『침묵의 푸른 이랑』(민음사, 2012)을 만나고자 합니다.
제186회 詩하늘 시 낭송회에는 이태수 시인을 초대합니다.
첫 번째 시집『그림자의 그늘』(1979)로부터 이번 시집『침묵의 푸른 이랑』(2012)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서정시의 영역에서 꾸준히 자기 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이다.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11권의 시집을 내면서 그의 시적 여정은 완만한 진화의 흐름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대구 지역에서 시에 있어서는 아주 역량 있는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시와 음악의 고급화를 위해 노력한 시인이다.
이태수 시인의 시는 문학평론가 오생근 님의 말씀처럼 ‘맑고 투명한, 진실하고 은은하게 깊은 시’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4월의 수성못가에는 벚꽃이 만발하여 오가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이들과 같이 오십시오.
모처럼 가곡으로 작곡된 이태수 시인의 시를 노래로 들으며 봄밤 한때를 지낼까 합니다.
-일시 :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 케냐 레스토랑(대형 주차장 완비)
-회비 : 없음. 식사와 음료는 직접 구매하셔야 합니다
-제공 : 시인의 시집 또는 낭송용 시집, 시하늘 봄호
-연락처 : 편집운영국장 보리향/이온규 010-2422-6796
사무국장 김양미 010-2824-8346
가우/박창기 010-3818-9604
케냐 레스토랑 053-766-8775
*이태수 시인 약력
-경북 의성 출생(1947)
-『현대문학』으로 등단(1974)
-시집 『그림자의 그늘』, 『우울한 비상의 꿈』, 『물 속의 푸른 방』,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 『꿈속의 사닥다리』, 『그의 집은 둥글다』, 『안동 시편』, 『내 마음의 풍란』,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 『회화나무 그늘』, 『침묵의 푸른 이랑』
-육필시집 『유등 연지』 등 출간
-대구시문화상(문학부문-1986), 동서문학상(19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 천상병시문학상(2005), 대구예술대상(2008) 등 수상
-대통령 표창(2004), 대구시장 표창(2008)
-매일신문 문화부장·편집부국장·논설위원·논설실장·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한의대 국문과 겸임교수, 경북대·대구대·경일대 출강,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예술가곡회 회장, 대구도시공사 사외이사, 수성폭염축제 추진위원장, 대구U대회 기획단장·이념제정소위원장,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이념제정위원장, 대구시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대구문학관 건립추진 공동위원장 등 지냄
-현재 금복문화재단 이사, 육사시문학상 운영위원, 상화문학제 조직위원장, 수성페스티벌 추진위원장, 대구문학관 건립 자문위원·기획위원, 대구시인협회 고문, 대구독서포럼 고문, 수성문화 편집위원장
달빛
-이태수
깊은 밤, 달빛이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간다.
멀리 따스하게 깜빡이는
불빛 몇 점,
하지만 아직은 저 마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언젠가 잠 속에 깊이 빠져 있었을 때,
침실로 다시 돌아와 보면
꿈속의 풍경들이 까마득하게 지워져 있듯,
언젠가 마음 아파 그 아픔이 하염없었을 때,
내 생애가 다만 하나의 점으로 떠서
작아질 대로 작아진 한 톨 불씨가 되어 있듯,
내 마음은 여전히 적멸궁寂滅宮이다.
깊은 밤, 달빛에 젖고 또 젖어 걸으면
몇 점, 마을의 저 따스한 불빛이
차라리 아프다. 환하게 아픈 그림 같다.
구름 한 채
-이태수
구름 한 채 허공에 떠 있다
떠 있는 게 아니라 거기 단단히 붙들려 있다
한참 올려다봐도 그 자리에 그대로다
풀 것 다 풀어 놓고 클 태太자로 드러누워
꿈속에 든 건지, 미동조차 없다
아무리 끌어당겨도 아득한
내 마음의 다락방이 유독 큰 저 집,
눈을 감았다 떠 보면
새들이 불현듯 까마득하게 날아올라
허공을 뚫고 있다
구름을 날카로운 부리로 마구 쪼아 댄다
그분은 이 한낮에도 캄캄한 마음
다듬이로 두드려 구김살 펴 주고
주름들을 다림질해 준다
나도 모르는 허물들마저 하나씩 지우면서
그중 유별나게 깊이 파인 영혼의 골을 메운다
궁륭 같은 골에 날개를 달아 준다
하지만 내가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구름 한 채 무참하게 이지러진다
며칠째 두문불출, 내가 구들장을 지고 있는
우리 집, 창 앞까지 낯익은 새들이 날아든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들은 저희끼리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어느 빈 마을-침묵의 영토
-이태수
마을이 온통 가라앉아 있다
이 마을에 유난히 낮게 내려온 하늘,
모든 집들은 서거나 앉지 않고 누워 있다
아주 편안하게 잠든 사람들같이
가지런히 누워 포근한 이불을 덮듯
하늘을 끌어당겨 뒤집어쓰고 있다
이 마을에는 오로지 침묵만이
잘 자라는 나무 같고 무성한 풀잎 같다
침묵의 찌꺼기들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고
내 숨소리가 유별나게 이질적인 빈말이다
몇 조각의 구름은 커다란 이불 무늬,
침묵 속에 멈춰 서서 미동도 하지 않는 배에
부딪쳤다 슬며시 유영하는 물고기들 같다
흔들리지 않는 나뭇잎들은 마치
잘못 날아들어 숨죽이고 있는 나비 떼,
더더구나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들거나
길짐승들이 기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동구 밖 둥그런 저수지는
몸집 키운 침묵이 찍어 놓은 인장 자국 같고
발만 떼면 내 발자국 소리가 그대로 우레다
텅 빈 지 오래된 이 마을에는
침묵 너머의 말들만 한데 어우러져
입 벌어진 채 눈을 뜨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위를 완강하게 옥죄며
말을 건네고 내뱉는가 하면,
밑도 끝도 없이 안 보이고 들리지 않게
막무가내 떠들어 대고 있을 따름이다
달빛 속의 벽오동
-이태수
달빛이 침묵의 비단결 같다
우두커니 서 있는 벽오동나무 한 그루,
그 비단결에 감싸인 채
제 발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깊은 침묵에 빠져들어
마지막으로 지는 잎사귀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벗을 것 다 벗은 저 늙은 벽오동나무는
마치 먼 세상의 성자, 오로지
침묵으로 환해지는 성자 같다
말 없는 말들을 채우고 다지고 지우는 저 나무,
밤 이슥토록 달빛 비단옷 입고
이쪽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다
오랜 세월 봉황 품어 보려는 꿈을 꿨는지,
그 이루지 못한 꿈속에 들어 버렸는지,
제 몸을 다 내려놓으려는 자세로 서 있다
달빛 비단자락 가득히
비단결 같은 가야금 소리, 거문고 소리,
침묵 너머 깊숙이 머금고 있다
우울한 몽상
-이태수
*
나를 따라오던 길이 툭, 끊어집니다
건널목 앞에 이르자 느닷없는 회오리바람,
몇 가닥 구불구불한 길이
허공 깊숙이 빨려 들어가다 이지러집니다
건널목을 막 지나자 불현듯
앞에서 나를 끌어당겨 주던 길들마저
가뭇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지……
유리알같이 차갑고 투명한 하늘,
새들의 길은 곧바로 흔적 없이 지워집니다
뒤돌아보면 건널목 한가운데
구름 그림자 하나 가만히 멈춰 서 있습니다
**
내가 내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들어갈수록 캄캄한 바다
수평선 저쪽의 집어등과 포구의 등대 사이,
파도와 또 다른 파도 사이의
바람 소리
먼 바다에 켜진 불빛과 포구에서 뱃길을 지키는
불빛 사이, 나와 내 안의 나 사이의
파도 소리
하늘엔 별들이 촘촘하게 돋아납니다
내 안에서 내가 다시 걸어 나옵니다
꿈속의 집 1
-이태수
내 마음의 집은 저 허공에 있는가 봅니다
옥빛 지붕 아래 둥글고 포근한 방,
슬며시 거기 깃들어
그와 함께 다디단 잠속에 빠져듭니다
이 얼마나 기다려 오던 꿈이었는지요
그런가 했는데, 어느새 내려왔는지
집 전체가 강물 속입니다
깊고 푸른 방은 부드럽고 그윽합니다
녹록하고 따스하게 번져 흐르는 불빛,
그 불빛 지그시 끌어당기는 동안
이게 웬일입니까
이번엔 그 집이 강가 산발치의 키 큰 은사시나무,
그 꼭대기에서 조그맣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잠깐 사이, 강물 속으로 미끄러졌다가는
또 은사시나무 가지 끝, 까치둥지 옆입니다
눈부신 햇살을 부리에 가득 물고
비상하는 저 새 떼들,
새들보다 한참 느리게 허공에 다시 떠오릅니다
아득하게 떠올라서는 안 보이다 보이다 하는
꿈속의 나의 집
부질없는 마음에 부질없이 어른거리는
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풍경風磬
-이태수
바람은 풍경을 흔들어 댑니다
풍경 소리는 하늘 아래 퍼져 나갑니다
그 소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 속마음의 그윽한 적막을 알 리 없습니다
바람은 끊임없이 나를 흔듭니다
흔들릴수록 자꾸만 어두워져 버립니다
어둡고 아플수록 풍경은
맑고 밝은 소리를 길어 나릅니다
비워도 비워 내도 채워지는 나는
아픔과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두워질수록 명징하게 울리는 풍경은
아마도 모든 걸 다 비워 내서 그런가 봅니다
둥근 길
-이태수
경주 남산 돌부처는 눈이 없다
귀도 코도 입도 없다
천년 바람에 껍데기 다 내주고
천년을 거슬러 되돌아가고 있다
안 보고 안 듣고 안 맡으려 하거나
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천년의 알맹이 안으로 쟁여 가기 위해
다시 천년의 새 길을 보듬어 오기 위해
느릿느릿 돌로 되돌아가고 있다
돌 속의 둥근 길을 가고 있다
새 천년을 새롭게 열기 위해
둥글게 돌 속의 길을 가고 있다
몽돌꽃
-이태수
정자 앞바다 돌 구르는 소리,
파도가 부드럽게 돌들을 굴립니다
그중 하나를 손에 쥐고 들여다보니
물기 머금은 꽃 한 송이 피어 있습니다
이 꽃은 도대체 몇 해 만에 핀 걸까요
어디서부터, 얼마나 물을 안고 뒹굴었으면
돌 속에 이다지 예쁜 꽃이 피어났을까요
모가 다 닳아야 둥글어지고, 둥글어져야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건 모가 한참 덜 닳은 지금도 알 수 있습니다만, 내가 여태 꽃 한 송이 제대로 피우지 못한 까닭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우리가 마지막 돌아가야 할 곳도 둥글음 속이라는 걸 알고 있긴 합니다마는,
나는 세상 파도에 아무리 뒹굴어도 둥글어지기는커녕 왜 모가 새로 생겨나기까지 하는 걸까요 모가 뾰족하던 돌들이 저희끼리 부딪치며 물과 함께 구르고 또 굴러 모난 데를 다 지우는 건, 둥글어져서 제 몸속에 예쁜 꽃까지 피워 내는 건, 그런 마음자리 때문이기만 할는지요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들여다보니
이건 또 웬일입니까
물기 마른 몽돌은 어느새 슬며시
꽃잎들을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물 한 잔 더 들이켠 뒤
몽돌에 물을 축여 들여다봅니다
촉촉이 물기 머금은 꽃 한 송이
목마르도록 한결 예쁘게 피어오릅니다
눈, 눈, 눈
-이태수
눈길을 나서다가 눈부셔 눈 감고 멈춰 서네
눈을 감아도 눈부신 눈은
내 마음 깊은 골짜기에도 자욱이 쌓여
눈뜰 수 없고, 눈을 뜰 수도 없네
눈 감고 눈떠 보려고 헤맸으나
밤이 가고 날이 밝아도 캄캄하기는 매한가지,
눈떠 보려는 안간힘으로 눈을 감고 있었으나
눈부신 눈이 펑펑 쏟아져 내려
어지러운 세상 눈부시게 덮고 있길래,
이내 햇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길래,
눈 뜨고 눈길을 나서 보려 했는데
눈 감을 수밖에 없는 이 눈부심, 이 캄캄함,
눈을 감아도 떠도 눈뜰 수가 없어
무거워지는 마음 자꾸만 뒤집어 보지만
내 눈도, 쌓인 눈도, 내 마음의 눈도
어질어질 무겁고 캄캄해질 뿐인 이 한때
눈길을 나서다 멈춰 서서
눈을 감고도, 애써 눈 뜨고도 여전히
눈뜨지 못하는 이 질기고 질긴 무명無明이여
눈부시되 캄캄하고 아득한 이 세상길이여
시詩에게
-이태수
나는 이제 너를
그윽하고 투명하게 띄워 주고 싶어
말들을 붙들어 가두지 않고
어둡고 무겁게 질식시키지 말고
말의 고삐들을 하나하나 풀어 주고 싶어
사닥다리까지 놓아 주고 싶어
너는 언제나 침묵의 한가운데서,
또 다른 침묵으로 가는 길 위에서
설레며 눈을 뜨지만, 나는
그 순간들을 낮게 그러안고 있지
침묵만이 말의 깊은 메아리를 낳듯,
그 메아리가 은은하게 퍼져 나가듯
침묵 위의 은밀한 비상을 위하여,
너를 위하여 날개를 달아 주고 싶어
나는 진정 이제 너를
투명하고 그윽하게 보듬고 싶어
첫댓글 이번 시 낭송회에는 비단골 님께서 재능 시 낭송회 회원 5명을 초대하시기로 했습니다.
비단골 님께서 시 5편을 찜하신 다음에 나머지 6편을 찜하도록 합시다.
기다려 주세요.
대구에 거주하시는 이태수 시인을 아시는 분들은 참여하여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회를 주신 시하늘에 감사드립니다.
위에서 순서대로 5편 "우울한 몽상"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비단골 님, 고맙습니다.
시하늘 회원님, 시 '우울한 몽상' 다음부터 낭송하실 시 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 안으로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낭송용 작은 시집을 제작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그날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기에 시가 있고,사람이 있고,즐거움이 있어서 일것이다.
그날 참석 하겠습니다.
"꿈속의 집 1" 찜 합니다~ ^^
비단골님 감사하네요.^^ ㅎ 서로 윈윈~~~ 좋은 일입니다.^^ 낭송회 날 뵙겠습니다.
*아래에 표시된 시와 낭송자는 이미 결정된 사항입니다.
-달빛 /김미숙
-구름 한 채 / 오순찬
-어느 빈 마을-침묵의 영토 / 서도숙
-달빛 속의 벽오동 /김금주
-우울한 몽상 /황태교
-꿈 속의 집 1/배경자
-풍경風磬 /박창기
-몽돌꽃/하정철
-둥근 길/박순희
-눈, 눈, 눈/박숙경
-시詩에게/김청수
저는 '풍경風磬 '을 낭송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내용이고 시풍입니다.
저도 참석하려고 합니다.
환영합니다.
먼길 조심조심 오십시오.
2년만에 참석합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대구재능회원님들 뵈니 더 반갑습니다.
저는 '몽돌꽃' 찜하겠습니다.
부산 바다에서 조약돌 줏어들고 경험했던 추억이 새롭게 피어나는 좋은 시입니다.
반쪽의 조약돌을 아래 주머니에 넣고 둥근 조약돌이 될때까지 손가락으로 만지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반갑고 기쁩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이제 3 편 남았습니다.
낭송할 주인공을 찾습니다.
반갑습니다. 재능낭송회 박순희입니다.
둥근길 낭송하겠습니다.
낭송회날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눈,눈,눈을 제가 하겠습니다.
잘 하시는 재능 낭송인들 앞에 제대로 할수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요
고맙습니다.
시 낭송할 주인공들이 다 정해졌습니다.
멋진 시 낭송회의 밤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평일이라 참석이 어렵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
시하늘 시 낭송회 날이 이틀 남았군요.
시하늘 휘장도 새로 만들었고 플래카드도 준비했으니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회사 일 마치고 도착하면
8시가 넘을 듯 합니다
그래도 좋지요.
시를 사랑하는 지인들고 함께 가려구요. 이따 시낭송회에서 뵈요*^^*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