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온타리오 대학들 줄도산 위기
대학 수십 곳, 인력 감축·과정 중단 잇따라
"정부 지원 없인 국내 학생 가르칠 수 없어"
온타리오주 전역의 공립 대학들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비즈니스, 방송, 관광, 기술 분야 등 수십 개 프로그램을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
예산 편성을 앞둔 주요 대학들의 급격한 구조조정으로 캐나다 고등교육 시스템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온타리오주 24개 공립 대학은 수십 년간 지속된 주정부의 지원금 부족으로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대학들은 대부분의 캐나다 국내 학생들에게서 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으며, 그동안 이 손실을 국제 학생들의 높은 등록금으로 메워왔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최근 유학 및 취업 비자 발급을 제한하면서 대학들의 수익 구조가 무너지게 됐다.
세인트 로렌스(St. Lawrence), 모호크(Mohawk), 알곤퀸(Algonquin), 센테니얼(Centennial), 로열리스트(Loyalist), 세네카(Seneca), 노던(Northern), 조지 브라운(George Brown) 등 온타리오 전역의 주요 대학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대대적인 인력 감축과 프로그램 중단을 발표했다. 고등교육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그램 폐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여러 대학에서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집 근처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4일, 알곤퀸 대학 이사회는 한 시간의 논의 끝에 37개 프로그램 중단과 퍼스 위성 캠퍼스 폐쇄를 결정했다. 알곤퀸은 최근 몇 년간 온라인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했음에도, 이번에 중단된 프로그램 대부분은 대면 수업 과정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비즈니스 과정인데, 이는 컬리지 수준의 국제 학생 절반 가량이 비즈니스 프로그램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알곤퀸의 창의 예술 및 미디어 학부도 12개 프로그램이 폐지 대상에 올랐다.
각본 작성, 기술 문서 작성, 라디오 및 팟캐스팅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학내 청원이 진행됐지만, 대학 측이 2월 11일 폐지 목록을 공개한 후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13일에 불과했다.
현장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국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도 수익성 문제로 폐지되고 있다. 실제로 알곤퀸 대학은 지난해 지역 헤어스타일리스트와 미용사 양성 프로그램을 중단했는데, 이러한 과정은 수익성이 낮지만 지역사회에 필수적인 기술 인력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공립 대학의 핵심 역할이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지난해 6월부터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분석을 시작했으며, 산업 수요와 재정 성과에 따라 프로그램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많은 프로그램이 사실상 국제 학생 등록금으로 "교차 보조"되고 있었으며, 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클로드 브룰레 알곤퀸 대학 총장은 프로그램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국제 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 비자 취득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취업 비자 없이는 캐나다 유학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알곤퀸의 프로그램 중 절반 이상이 더 이상 취업 비자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작년 9월, 연방정부 이민부는 농업, 교육, 의료, 무역, 운송,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프로그램만 취업 비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민부의 이러한 결정이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가속화했다.
온타리오주는 캐나다 전 주 중에서 공립 대학 지원금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등교육 전략 협회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는 학생 1명당 6,553달러를 지원하는데, 이는 캐나다 평균인 1만6,019달러의 41%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30년간 지속되어 왔다.
알곤퀸 대학의 경우, 국제 학생 한 명이 캐나다 국내 학생보다 3~4배 많은 수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제 학생 유치는 대학 생존의 핵심 문제였다. 특히 온타리오 정부가 국내 학생 등록금을 거의 6년 동안 동결한 것도 대학들의 재정난을 심화시켰다.
포드 정부는 2019년 1월 등록금을 동결하고 추가로 10% 인하했으며, 이 정책을 2026-27년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2027년 학생들은 2015년과 동일한 등록금을 내게 될 예정이다.
사실 이러한 위기는 예견된 것이었다. 온타리오 감사원은 2021년 보고서에서 국제 학생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는 대학들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국제 학생 수입이 변할 경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온타리오 대학 관계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단순히 연방정부의 취업 비자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주정부의 만성적인 고등교육 재정 지원 부족이며, 이제야 그 구조적 취약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