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나들이
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말이라 타운 안은 한산하고 조용하다. 더위를 피해 아내와 함께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
먼저 양산 통도사를 찾았다. 입구에는 ‘영취산 통도사’라고 쓰여 있었다. 영취산의 ‘취(鷲)’라는 한자가 생소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독수리 취’였다. 산 정상의 모습이 독수리가 앉아 있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웅전을 찾으니 많은 신도들이 불공을 올리고 있었다. 통도사는 해인사, 범어사와 함께 영남의 3대 사찰로 꼽힌다. 그런데 대웅전에 들어서니 다른 사찰과 달리 부처님 불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 까닭은 통도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도사 서운암의 장경각에는 16만여 점의 도자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목판으로 만들어진 데 비해, 이곳의 대장경은 도자기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통도사에는 크고 작은 암자도 여럿 있다. 그중 사명암을 찾아보았다. 차를 몰고 산속 깊숙이 들어가니 사명암에 활짝 핀 배롱나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는데 난데없이 방해꾼이 나타났다.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차 안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그새 비가 그쳤다.
사찰을 뒤로하고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에는 내가 꼭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은 음식점이 있었다. 방어진 대왕암공원 근처에 있는 ‘섬뜰’이다. 올봄에 그곳에서 전복 비빔밥을 먹어 보았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 그 뜻을 이루게 된 것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빈틈없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기다린 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곧 음식이 나왔다. 돌솥밥에 전복과 여러 가지 나물을 넣어 비벼 먹으니 역시 내가 그리던 바로 그 맛이었다. 먹고 나니 마음까지 흡족했다. 음식을 나르는 직원들의 친절함도 음식 맛에 못지않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배를 채우고 나니 눈이 더욱 밝아졌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한 구절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도 안 오신 손님은 있어도, 한 번만 오신 손님은 없어요.”
참으로 재치 있고 명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 먼 곳까지 두 번째로 찾아갔으니 그 말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며칠 전 해운대 파크골프장에서 한 여성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울산에서 왔다고 하기에 방어진의 ‘섬뜰’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곳은 맛집이라며 친구들과 자주 간다고 했다. 어쩌면 그 말이 나를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양산에서 울산 방어진까지 찾아왔으니 말이다.
언제 한 번 가보리라 생각만 하던 곳을 오늘 드디어 다시 찾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풍경도 보고,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 한편에는 작은 성취감이 가득했다. 동해고속도로를 달려 라우어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기분 좋았다.
주말의 짧은 나들이였지만, 오래 마음에 두었던 곳을 다시 찾고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하루가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