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등의식으로 똘똘뭉친 인간이다. 내 불행은 그 열등감을 속으로 삭이고, 속으로 이겨내고, 속으로 인정하고, 속으로 승화시켜야 마땅한 것이며 그것이 소위 [된사람] 임을 가늠하는 척도일 터인데, 그 첨예한 날을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한 인간에게 세상의 적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부모님이 없다고 세상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가 원망의 대상이 되고, 형제들과 연락을 끊고 산 지도 몇 해인지 까마득하니 세상 모든 우애있는 것들이 꼴보기 싫고, 나이 마흔이 넘도록 그 흔한 여자 하나 없다보니,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사랑의 대상임과 동시에 증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벌어 놓은 돈이 없다보니 가진 자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늘 벽으로 다가오는 무지(無知), 배우지 못함도 커다란 열등의식으로 간직하고 평생을 살아내야 한다. 이것은 키가 170 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신체의 열등감보다 한 오십만 곱절은 더한 것이어서 술을 들이부어도 안되고, 수술로도 치료가 안되는 중증이다. 요컨대 죽기 전에는 고칠 수 없다는 뜻이다.
내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알고보면 매일 벼르는 그 날에 멋모르고 찔린 사람들이 하나 둘 나를 등진 까닭이다.
온 몸에 곤두 선 칼날 때문에 사람들을 껴 안으면 껴 안을수록 그 사람들이 다치게 되어 있다. 나에게 상처를 입고 돌아서는 그들을 보면서 이번에는 또 내가 상처를 받는다.
이런 악순환이 확대생산 되면서 속으로, 속으로 열패의 무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왜,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속이 비었으니 아무리 채워도 허하다. 골통이 비었으니 아는 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아는 체를 하고도 사실은 아는 게 없으니 목소리가 커지고 큰 목소리에는 들통이 날까봐 울타리라도 두텁게 쳐야 하는데, 내 입이 거친 것도 다 그 속임에 불과하다.
세상과 사람들과 화해를 모색하기는 커녕 그 속임을 눈치채일까 싶어 온 몸에 날을 세우고도 모자라서 한 손에는 도끼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여차하면 내려치고 도망갈 궁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강물이 제 성질대로 물길을 만들면서 흘러가는 것처럼 나도 내 성질대로 인생길을 파헤치며 마흔 한 해를 굴러왔다. 아직 추억을 씹으며 살 나이는 아니지만, 중간결산 삼아 한 번 돌아보자.
온통 가시밭이고 성한 데라곤 한군데도 없다.눈을 헹구고 찾아봐도 없다. 여기저기가 마구 파헤쳐져 시뻘건 핏물을 흘리고 있다. 겨우 앉은 상처의 딱지도 일부러 때어내고 흐르는 피를 전율을 느끼며 지켜보고 앉아 있다.
모르긴 하지만 심한 자책도 일종의 정신병일 듯싶다. 왜, 아문 생채기를 일 삼아서 들쑤셔 대는가. 거기서 나오는 피로 날을 갈아 세우는데 쓰고 자학을 투구 삼아 머리에 쓰고 세상과 정면승부를 즐겨 왔다. 처음부터 질 싸움, 거의 매일 피를 흘리지 않은 날이 없다. 성한 구석이 남아 있지 않다.
왜, 내 친구가 위암 4기 판결을 받고 그토록 삶에 애착을 가졌는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도무지 억울해서 너무나 억울해서 그랬을 터이다. 자주통일 실천단으로 상경투쟁을 갔을 때에도 가장 선봉에서 온 몸으로 싸운던 그가 아니었던가. 여성동지가 짭새의 발길에 차였을 때는 마치 자기 어머니가 두들겨 맞은 듯 광분을 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세상이 미처 오지도 않았는데 죽다니, 그 얼마나 억울했을 것인가. 땅을 치며 통곡을 해도 풀리지 않을 원통함 일 것이다.
부산지하철 노조 소속인 사람인데 먼젓번 파업 때 승무지부의 배신으로, 소위 나선 죄로 견책과 감봉 처벌을 받았다. 그때 명을 재촉하듯 술을 마셔 대더니 결국은 죽고 말았다. 시발놈이 뒈지고 말았던 것이다. 민주화 공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자기 몸에 죽음을 키운 셈이다. 그때 벌써 병색이 완연했는데 끝내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한 나는 씻지 못할 죄인으로 이 개떡같은 세상에 덩그마니 남겨 졌다. 각설하고......
말이 샛길로 빠졌다. 내 인생을 돌이켜 보던 참이었다.
이렇듯 내 인생은 온통 보상받지 못할 상처로 도배되어 있다. 거기에 평생을 이고 갈 열등의식이 가세해 성질이 1도 정도 가파르기로 위험하게 각이져 있다.언제 누구에게 이 예각이 날을 세우고 덤빌지 나도 모른다.
명분만, 확고한 명분만 내게 주어진다면 불덩이를 지고 부모님 앞에 불려 갈 용의가 있다. 언제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살아 왔다.
성질머리가 더러운 강물은 인간의 의지로 꺾어 돌려 세울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게 안된다.늦어 버린 것이다. 이미 내 얼굴에 책임을 질 불혹을 넘겨 버린 것이다. 앞으로도 이대로 살다가 죽을 작정이다.
김해 낙원공원묘지에 부모님 성묘도 다녀와야 할 텐데 비 온다는 핑계를 대고 미루어버릴 참이다. 내 밥 한 끼 먹기도 각다분한 터에 죽은 자의 몫을 챙길 겨를이 없다.
그래서 속이 편한가? 잘 모르겠다. 자학할까봐 알고 싶지도 않다.
태풍이 북상중이다. 아주 위험한 놈이다. 이름은 마음에 든다, 매미.
방금 새소식을 봤는데, WTO 무역협정 반대하던 농민운동가가 자신의 배를 가르고 죽음으로 세계에 항거를 했다고 한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역사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흐르고 있다. 역사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삶이 그리 평탄하진 않으셨군요. 그런 거친 삶에 몸뚱아리 하나로 견디려다 보니 깍이고 모가 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잖은 상처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군요. 그래서 더욱 사회의 불합리한 면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것일테고... 제가 노영재님을 직접 만나보진 않았지만
쓰신 글을 읽어 보니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계신듯 합니다. 즉 자신을 잘 알고 반성할 수 있다는 건 자신의 모난 부분까지 다듬을 줄 아는 능력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디 자학의 늪에서 빠져 나와 우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수 있기를. 또한 노영재님의 가까이 있는 분들을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이를 사랑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야 다른 이에게도 너그러워지는 게 아닐까요. 글을 읽고 나니 왠지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노하는 사람은 싫어하지만 님께서 자주 분노하고 화내는 것은 자신에게도 칼날이 되었군요. 노영재님의 나이가 늦은 거라 하셨는데 그 나이까지 그런 순수함을
첫댓글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더 상처를 받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배고픈 그런 현실입니다 무엇으로도 돈 과 권력을 이길수는 없구나를 실감하는......친구분 소식 안타갑고 슬프네요 칙칙님도 힘내세요
맘을 편히 가지세요..모든걸 너그럽게..물론 쉽지 않겠죠..^^;; 그래도 한번 뿐인 인생인데 악순환으론 살 순 없잖아요..그럼 가치가 넘 없어져버려서 슬퍼요..ㅠ,ㅜ
삶이 그리 평탄하진 않으셨군요. 그런 거친 삶에 몸뚱아리 하나로 견디려다 보니 깍이고 모가 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잖은 상처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군요. 그래서 더욱 사회의 불합리한 면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것일테고... 제가 노영재님을 직접 만나보진 않았지만
쓰신 글을 읽어 보니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계신듯 합니다. 즉 자신을 잘 알고 반성할 수 있다는 건 자신의 모난 부분까지 다듬을 줄 아는 능력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디 자학의 늪에서 빠져 나와 우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수 있기를. 또한 노영재님의 가까이 있는 분들을 먼저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그래야 노동자도 있고 사회도 있고 나라도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이를 사랑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야 다른 이에게도 너그러워지는 게 아닐까요. 글을 읽고 나니 왠지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노하는 사람은 싫어하지만 님께서 자주 분노하고 화내는 것은 자신에게도 칼날이 되었군요. 노영재님의 나이가 늦은 거라 하셨는데 그 나이까지 그런 순수함을
가진다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거예요. 아무쪼록... 따스한 명절이 되시기를.
찌르다 찌르다.. 칼날이 무뎌지는건 아닐지~ 자신에 대해 사회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열등감은.. 한순간 자취를.. 감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