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것에 대해 이 장례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뼛가루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내가 거기서 나왔는데 식도에 호스를 꽂지 않아 사람이 죽었는데 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어도 될까.
사람은 껍질이 되었다.
헝겊이 되었다.
연기가 되었다.
비명이 되었다.
다시 사람이 되는 비극. 다시 사람이 되는 것. 다시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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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계속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묻는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나무 문을 두드리는 울음을 모른 척해도 될까.
손미,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피어싱도 아닌 문장이 내 혀끝에 달라붙어 있지만 나는 곧 아무렇지가 않다 아무렇지가 않다
혀끝에 도돌도돌 맴도는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주술처럼 반복되는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내 혀가 되어 가는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최근 나는 산을 오르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꿈을 꿨을 뿐이다
여행 가방을 잃어버리는 꿈을 연거푸 꿨을 뿐이다
해몽을 보고 조금 우울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아무렇지 않게 된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라는 문장이 내 우울을 잡아먹고 공포를 잡아먹고 나는 곧 아무렇지가 않아진다
나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하루하루가 아무렇지가 않아진다
김나영,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를 위한 시퀀스>
사랑은 두 존재를 하나라 믿는 신의 착란이라고
사람을 떠나는 것은 사람의 첫번째 자유라고
나는 말하지 않았어
심보선, <이별 씬>
아버지는 내 손을 허술하게 잡는다
최선을 다해 나는 헐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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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들출수록 설움이 들썩인다
재앙은 은총이었다
새로 태어난 사람이 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었다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김소연, <풍선 사람>
첫댓글 시는 아직 어렵지만 이별 씬 너무 좋다..
아무렇지가 않다 너무 좋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