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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1. 영화에서의 음악의 의미
영화 음악(映畵音樂, Film Music)은 영화를 위하여 작곡·편곡·선곡(選曲)된 음악을 말한다. 영화 음악은 종합예술인 영화의 한 요소이지만, 영상을 주체로 하고 다시 대사에 의해서 전해지는 이야기나 사상의 경향이 있는 특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되는 제약과 특수성을 지녔다. 그런데 영화와 음악이라는 두 장르를 비교해본다면, 음악은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한 때부터 있어왔던 예술 장르인데 비해서, 영화는 정지된 사진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만들어진, 이제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지닌 장르이다. 어떻게 보면 음악뿐 아니라 미술과 문학, 종교와 철학, 온갖 분야의 문화적 유산들이 영화의 조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영화는 그런 문화적 성취를 자양분 삼아서 형성된, 이른바 ‘움직이는 그림(motion picture)’이라는 이유로 극격하게 각광을 받게 된 신흥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음악은 영화에게 있어서 단연 최고의 채권자였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영화를 상영한 바로 그 순간부터, 영화는 필연적으로 음악과 동고동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무성 영화 시대에는 극장에서 연주되던 음악이 발성 영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사운드 트랙 안으로 들어가 영화와 더욱 긴밀하게 호흡하기 시작하였고,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정착된 1930년대에 뮤지컬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오늘날까지도 뮤지컬은 가장 강력한 영화 장르 가운데 하나이고, 영화음악은 독자적 음악장르로서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말할 때 음악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홀대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초창기부터 영화제작자들이 영화에서 청각을 시각에 종속된 것으로 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음악을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만 취급하거나, 영상의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부수적인 도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음악이 문화 영역 전체에서 갖는 커다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음악의 존재 가치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돼 왔던 것은 이처럼 시각 위주의 영화적 풍토 에서 기인하였다. 그러나 영화의 역사는 영화 음악의 중요성이 진화 발전되어 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영화사를 장식한 수 많은 걸작들은 대부분 그 영화 음악과 더불어 기억되며, 이런 영화에서의 아름다운 음악들은 영화 음악의 새 패러다임을 열었던 작곡자들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이들은 영화 음악이 영화의 가치를 더욱 고양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고, 장면 장면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이리하여 이제 영화와 사운드트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적 관계가 됐다.
한편, 대중음악의 발전도 영화 음악의 중요한 자양분이 돼 왔다. 엘리아 카잔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처음으로 재즈와 블루스를 도입한 이래, 록과 디스코, 전자 음악과 최근의 힙합까지 대중음악 진영의 흐름은 곧바로 영화에 흡수돼 동시대인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호흡해 왔다. 이처럼 TV나 라디오에서 영화 음악 프로그램들을 듣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은 그만큼 영화 음악 애호가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게 됐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음악’으로 자리매김할 때 그 온전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즉 영화에 종속된 부수적 존재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때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를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무성영화 시대에 영화음악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가를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영화에서의 음악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규정한 것은 무성영화, 즉 소리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2.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1895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명가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영화를 상영함으로서 이른바 무성영화 시대가 시작되었다.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 들었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벙어리 화면에 싫증난 관객들이 하나, 둘 극장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무성영화의 한계점을 극장 측도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무성영화를 토키로 바꾸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엄청난 연구비와 투자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 생각해 낸 방법이 반주음악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영화음악의 시초가 된다.
이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각 극장은 경쟁적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관객들도 다시 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피아노만 연주하다가 여기에 트럼펫, 바이올린 등을 추가되었고, 규모가 큰 극장은 자체의 오케스트라를 두게 되었다. 이리하여 극장에 딸린 오케스트라 단원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극장의 규모를 대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반주음악이 영화음악의 주축이 되자 필름 자체의 제작비는 별 것이 아니었고, 대신 다른 부대비용이 필요해졌다. 극장 앞에 악사들의 연주용 무대공간이 필요했고, 또 전속가수 몇 명도 기용해야 하는데 이들을 거느리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었다. 피아니스트가 혼자였을 때는 즉흥연주가 가능했지만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영화관에 등장하면서 즉흥연주가 불가능해 졌다.
이에 따라 영화의 각 장면, 즉 긴장, 클라이막스, 로맨스 씬, 일반적인 서정적 표현 등을 분류해서 여기에 알맞는 음악들이 사용되었다. 이를 위해 극장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들은 기존곡을 편곡, 영화음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곡인 경우, 저작권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차츰 영화관 전용 음악이 새로 작, 편곡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음악들이 실린 악보집들이 판매되었는데 어느 의미에서는 이러한 음악들이 최초의 영화음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다시 노정되었다. 모든 극장이 이들 악보만 활용하자 영화가 바꿔어도 반주음악이 똑같아 관객들의 흥미가 떨어지는 역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영화사들은 새 작품을 개봉할 때 영화의 반주음악용 악보를 만들어 각 극장에 배포해 독자적인 영화의 반주음악을 작곡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드디어 영화음악의 오리지널티 의식이 시작된 것이다.
악기 대신에 가수가 나오는 예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토키 영화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알 존슨으로 그는 극장의 전속가수로서 영화의 장면과 장면 사이에, 막간 사이에 노래를 부르다가 첫 토키영화 <재즈싱어(Jazz Singer)>에 연주를 맡게 된다. 그러나 설령 흥행에 성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수입의 태반은 악사들과 가수의 호주머니로 들어갔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흥행주가 누구보다도 먼저 토키 영화의 개발을 서둘러게 되었다. 다시 말해 영화의 기술적 발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많이 지출되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토키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시대가 변하면서 영화 음악의 예술성·음악성은 점차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미국대로, 프랑스는 프랑스대로 독자적인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순수 음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던 작곡가가 각국의 영화 음악에 진출하여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고, 영화 음악 분야에만 전념하는 작곡가도 배출되었다. 주제가 중에는 대중 가요로서 큰 인기를 얻는 곡도 생겼으며, 한 작품의 영화 음악 앨범, 즉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 (Original Soundtrack Album; OST Album)"이 별도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영화 음악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영화 음악에서 가장 핵심 요소는 바로 음악이 영상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는 '언더스코어(Underscore)'라고 한다. 스코어는 악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화 음악에서는 대부분 악보를 사용해 음악이 연주되므로 스코어라는 말은 보통 음악을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또한 영화 음악에서는 음악이 영상 밑에 있다는 의미로 '언더' 라는 용어도 쓴다. 이 두 개의 단어가 합쳐져 언더스코어가 되고 영화 음악의 다른 말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관에 앉아 있는 관중은 자신들의 시각 요소와 청각 요소가 모두 만족되었을 때 비로소 좋은, 재미있는 영화였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영화는 음악이 아주 훌륭해 영화가 끝나면 음악만 기억이 난다고 하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과 음악이 함께 기억이 난다면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겠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영화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거나, 음악은 너무 좋았는데 영상의 특정 장면들이 별로 생각나지 않거나 하는 일은 영화 전체를 위해서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3. 영화 음악의 기능
음악이 영화라는 매체에서 재생될 때에는 어떤 음악이든 그에 맞는 역할이 주어진다. 이것이 영화 음악의 기능적 요소다. 영화 음악은 크게 세 가지 기능으로 나뉘는데 물리적 기능, 심리적 기능, 기술적 기능이 그것이다. 물리적 기능은 ① 시공간을 확인시키는 기능 ② 동작과 상태를 표현하는 기능으로 나뉜다.
영화 안의 시공간을 잘 나타내기 위해서 음악은 악기마다 가지고 있는 음색을 잘 파악해 사용한다. 이 음색들은 영화의 시간과 공간에 색채를 불어넣어 어느 나라와 어느 곳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인지 설명해 준다. 나라마다 특이한 악기들이 있고 그 악기의 음색만으로도 어느 나라의 어느 시간대인지 짐작이 가능한 것이다. 영화 음악 작곡가들은 작업해야 할 영화를 처음 접할 때부터 시공간과 음악적 색채에 관해 가장 먼저 고민한다.
동작과 상태를 표현하는 기능으로서 음악은 역동감과 템포의 조합이다. 자동차 추격 장면에 비트 있는 음악이 삽입되면 추격 장면의 긴장감은 훨씬 더해진다. 장면의 속도와 음악의 템포가 맞아떨어지면 관객은 손에 땀을 쥐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 기능은 전투 장면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이 장면에서 음악은 비장감과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간혹 치열한 전투 장면에서 아주 서정적이고 느린 음악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전투 장면의 빠른 속도감에 역행하지만 이것 또한 계산된 음악 기능이라 볼 수 있다. 잔인한 전투 장면에서 서정적 음악 테마는 관객에게 전쟁을 더욱 참혹하게 느끼게 하기도 하고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원리에 부합하는 기능적 요소다.
둘째 기능인 심리적 기능은 ① 직접 심리 ② 간접 심리로 나뉜다. 직접 심리는 음악이 직접적으로 감정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쁨, 환희, 슬픔, 비참함, 상쾌함, 분노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심리적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해 영상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단순한 몇 가지 감정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기쁨이라도 여러 종류로 구분될 정도로 다양하고 민감하다. 음악 또한 세세한 감정을 잘 잡아내어 음악적으로 형상화해야 한다. 간접 심리는 직접 심리보다 조금 복잡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기능인 기술적 기능은 ① 음악의 연속적 기능 ② 음악의 불가청성 기능으로 나뉜다. 음악의 연속적 기능은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는 한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주인공이 총을 맞고 쓰러져 죽고 많은 세월이 흘러 그 자리에서 뼈로 남아 발견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는 수십 년 흐른 뒤 이야기이지만 영화의 편집은 죽은 뒤 발견되는 장면까지 수 초 내에 세월을 뛰어넘어 보여 준다. 이렇게 시간의 공백이 생길 경우 음악은 하나의 테마가 흐르는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세월의 흐름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4. 배경음악 - 영화음악
감독은 영화에 감정과 리듬을 더하기 위해 배경음악(background music - 무성영화 시절에는 피아노나 오르간 연주)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관객이 어떤 종류의 영화나 영화의 어떤 한 부분과 잘 어울리는 특정한 종류의 음악이 흐르고 있음을 항상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은 서부 영화에서부터 진지한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장면의 분위기를 보완해 왔다. 배경 음악은 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보다는 더 분명하고 두드러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항상 특정한 음악을 들으면 이에 동반되었던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을 정도이다.
때때로 어떤 영화 음악 작곡자는 뚜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작곡한 음악이 나왔던 영화를 많이 본 관객은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실제로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라도) 친숙한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어떤 배경 음악은 영화 속의 주요 주제를 드러내는 보이스오버 송을 포함함으로써 영화의 앞부분이나 끝부분에서 강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위해 작곡된 것이든, 이미 작곡된 음악에서 뽑은 것이든 간에 일반적으로 배경 음악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오히려 배경 음악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비교적 영화 이미지를 눈에 띄지 않게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대한 톤과 정서적 태도를 제시하는 식으로, 영화의 의식적인 서사 화법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한편, 배경 음악은 주로 이미지를 리드미컬하게 하기 위한 음조와 분위기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추격 시퀀스에는 생동감 있고 긴장이 감도는 전투 음악이 동반될 것이다. 연애 장면에는 기복이 있는 극적 행위와 조화를 이루어 가슴을 흥분시키는 바이올린 연주가 나올 것이다.또한 배경 음악은 더 특수한 내러티브 기능을 갖기도 한다. 배경 음악은 반복을 통해 쇼트, 장면, 시퀀스와 연계될 수 있다. 배경 음악은 분위기의 변화를 예시하거나 플롯에 극적인 변동이 있을 것임을 전달할 수도 있다.
배경 음악은 영화라는 허구 세계 외부의 것이기 때문에 비가시성은 당연히 배경 음악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음악은 영화의 내용을 강조하고 부연 설명하면서 크레딧과 함께 (또는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스크린 속에서 출처를 갖지 않는 음악에 불과하다. 즉 비동시 음향인 것이다.
5. 전경 음악
그러나 영화에서 믿을 수 있고 극적으로 그럴 듯해 보이는 음악을 사용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 예컨대 등장인물이 라디오나 텔레비전 또는 전축이 있는 방에 있을 때 나오는 음악의 일부는 스크린 외부의 출처에서 나오기 때문에 비동시 음향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스크린에 보이는 몇몇 이미지에서 나오는 동시 음향일 수도 있다. 비교적 현실처럼 보이는 영화, 즉 관습적으로 볼 때 리얼리즘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감독은, 영화를 위해 작곡되고 스크린 밖에서 들려오며 촬영장에서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을 사용하는 대신, 영화의 리얼리즘적인 전제와 어긋나지 않는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인물로 하여금 술집이나 자동차 속이나 방에서 연기하도록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경 음악은 카메라에 담기는 음악가와 가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그런 곡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들은 영화 음악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1940년대에 유행했던 레뷔 영화revue films - 시사 풍자 희극으로, 음악·춤·장치의 화려함 따위를 특색으로 한다 - 에서 플롯 장치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오페라나 발레 공연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영화에서 카메라에 음악을 담는 방식은 많은데, 어떤 것은 분명하고 어떤 것은 우회적이다.
스크린 외부 음악이든 비동시 음악이든 그 자체가 주목을 끄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고, 그것은 그 음악을 관객의 의식 속에서 전경화 시킨다. 이것은 거의 내레이션처럼 기능하기 때문에 주요한 전환점마다 리듬과 분위기를 지원할 수 있고 내적 지속성을 결여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구조화하고 결합시켜 줄 수 있다. 또한 관객으로 하여금 동장 인물이나 행위에 대한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대부분의 비동시 전경 음악은 악기뿐만 아니라 목소리로도 연주되는데, 관객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유명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6. 영화 속의 클래식 음악
90년대에 들어와서 만들어지는 영화음악이란 그 구성과 연출에 있어서 매우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저 한 작곡가를 선정해서 등장인물들의 테마곡을 작곡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식의 영화음악 제작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음악을 연출하는 음악감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 작곡가의 음악에만 의존했던 사운드 트랙 음악은 이제 음악감독의 다양한 음악 감각에 의해서 작곡가가 만든 테마곡을 중심으로 팝이나 재즈 같은 음악과 정통 클래식 음악들이 그대로 배경음악이나 주제곡으로 사용된다.
그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아직까지도 현대 영화음악의 단골 메뉴로 영화 속에서 선을 보이고 있는데 무성영화 시대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한다면 영화와 함께한 시간은 백년이나 된다. 무성영화 시대에 반주음악으로 출발했던 영화음악은 처음엔 작곡가가 만든 창작곡보다는 클래식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주류를 이룬 곡들은 베토벤과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슈만, 멘델스존과 바그너 등의 피아노 곡들이었지만 그 당시 저작권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자 잠시 클래식 음악들을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났다.
영화 속에 클래식 음악을 인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미국의 헐리우드보다는 문화적으로 맥을 같이하는 유럽 영화에서 그 양상을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토오키 영화 시대 직후인 1933년 독일에서 제작한 슈베르트 전기 영화 <미완성 교항곡>은 클래식 음악을 사용했던 고적으로 기억된다. 현재까지 클래식 음악이 사용된 영화들은 모두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가 있다.
첫 번째는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의 전기 영화이고 두 번째는 클래식 연주가들의 전기 영화나 그 연주가들을 주인공로 한 극영화인데 여기에는 특정한 형태의 클래식 연주가의 연주 장면 등이 삽입된 영화도 포함된다. 세 번째로는 본격적인 클래식 음악에 의해서 구성된 클래식 음악영화이고 네 번째로는 일반적인 극영화 음악의 모티브로 기존 클래식 음악을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네 가지 형태로 만들어진 클래식 영화음악들은 헐리우드 영화들을 통해서도 많이 발표가 되었다.
7. 좋은 영화음악이란 - 나오면서
그렇다면 가장 좋은 영화 음악은 무엇일까? 음악과 영상이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을 때,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하면 음악도 함께 연상될 때, 영화 내에서 음악이 생각날 때 그 영상도 함께 떠오를 때 우리는 좋은 영화 음악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와 음악의 융합 방식은 나름대로 규칙 같은 요소들이 있었다. 그 규칙들을 많은 영화인들이 숙지해 그것을 반영하며 작곡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규칙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음악이 영화를 철저하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불가청성의 원리'다. 즉 영화 안에서 음악은 들리되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이것은 영화 음악가가 알아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를 볼 때에는 효과음과 음악, 영상을 따로 의식하며 보지 않고 종합적으로 감상하게 되는데 때로는 우리가 음악이 흐르는 영상을 보면서 음악은 인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음악은 실제로 들리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심리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영상을 방해하지 않을 때 관객은 영화 안으로 몰입할 수 있다. 이것이 불가청성의 원리와 상통한다.
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영화음악의 미학적, 심리적 기능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영화음악의 본질이라고 믿어지는 기능이며, 이러한 전제로부터 영화음악의 구체적인 사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 경우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영화음악이 시각적 표현을 주석하는 것이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음악은 행동에 주석을 달거나, 설명적 역할을 맡거나, 시각적 효과를 과장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음악은 이미지에 ‘동반’되어야 한다. 동반되어야 한다는 말은 영화가 시청각적인 예술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음악은 홀로 고고히 존재할 수 없다. 음악은 영화적 이미지의 구성을 위해 미세하고 은밀하게 암시해야 한다. 결국 영화음악은 의식의 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영화음악은 영화의 장면마다 이어지는 여러 장면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것이 음악의 연속적 기능이다. 음악의 불가청성 기능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영화 안에서 음악이 의식적으로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영화에서 튀지 않는 상태에서 영상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음악 백선
1 타이타닉 My Heart Will Go On
2 시네마 천국 Love Theme
3 약속 Good Bye
4 씨클로 Creep
5 바그다드 까페 Calling You
6 컨스피러시 Can't Take My Eyes Off You
7 레옹 Shape Of My Heart
8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
9 8월의 크리스마스 8월의 크리스마스
10 위대한 유산 Life In Mono
11 미션 Gabriel's Oboe
12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Engel Eyes
12 러브 어페어 Piano Solo
14 접속 A Lover's Concerto
15 로미오와 줄리엣 Kissing You
16 디어헌터 Cavatina
16 파리넬리 울게하세요
18 아마겟돈 I Don't Want To Miss A Thing
1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Deborah's Theme
19 러브어페어 I Will
21 모베터 블루스 Mo'better Bules
22 티파니에서 아침을 Moon River
22 슬라이딩 도어즈 Turn Back Time
24 콘 에어 How Do I Live
24 첨밀밀 첨밀밀
26 중경삼림 Calofornia Dreaming
27 시티 오브 엔젤 Angels
28 타락천사 망기타
28 대부 Love Theme
28 여인의 향기, 트루 라이즈 Por Una Cabeza
31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 I Say A Little Prager
32 중경삼림 몽중인
32 시네마 천국 토토와 알프레도
34 트레인 스포팅 Perfect Day
34 아비정전 마리아 엘레나
36 사랑을 위하여 Dying Young
37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타라의 테마
38 이집트의 왕자 When You Believe
38 쇼생크탈출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40 미션 가브리엘의 오브에
41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 Hush
41 업 클로스 앤 퍼스널 Because You Loved Me
43 그대안의 블루 그대안의 블루
44 댓씽 유 투 That Thing You Do
45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
45 어느 멋진날 One Fine Day
45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48 정사, 흑인 올페 축제의 아침
49 친니친니 A Lover's Concerto
49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A Love Idea
51 러브 스토리 Love Story
52 유 라잇 업 마이 라이프 You Light Up My Life
52 아웃 오브 아프리카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
52 파니핑크 Non, Jene Regrette Rien
55 피아노 Sacrifice
55 로미오와 줄리엣 Lovefool
57 라스트 콘서트 St. Michelle
58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My One And Only Love
58 블루 벨벳, 젊은 남자 In Dreams
60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When I Fall In Love
61 영웅본색 당연정
61 오즈의 마법사 Over The Rainbow
61 금지옥엽 추
64 그랑 블루 Overture
65 탑건 Take My Breath Away
65 라붐 2 Your Eyes
65 뮤리엘의 웨딩 Dancing Qoeen
68 스탠 바이 유어 맨 Stand By Your Man
69 야반가성 야반가성
69 제 8요일 Maman, La Plus Belle Du
69 편지 Too Far Away
72 샤인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73 중경삼림 Dreams
73 첨밀밀, 화기소림 월량대표아적심
73 사랑은 비를 타고 Sining In The Rain
76 8월의 크리스마스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77 로미오와 줄리엣 What Is A Youth
77 라붐 1 Reality
79 흐르는 강물처럼 Theme
80 시스터 액트 I Will Follow Him
81 스탠 바이 미 Stand By Me
81 인어 공주 Under The Sea
81 라스트 모히칸 Top Of The World
84 벤허 Love Theme
84 일 포스티노 Theme
86 졸업 Sound Of Silence
87 원 나잇 스탠드 Exactly Like You
87 유 콜 잇 러브 You Call It Love
87 아름다운 시절 고향의 봄
90 사운드 오브 뮤직 Sound Of Music
91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92 올웨스 Smoke Gets In Your Eyes
92 인질 Beyond The Sea
94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의 승리
94 고질라 Come With Me
96 가을의 전설 Ludlows
96 청춘 스케치 My Sharona
96 네트, 뉴욕 스토리 A Whiter Shade Of Pale
99 닥터 지바고 Lara's Theme
100 베티 블루 베티와 조르그
< 다음 주 강의 예고 >
통청아카데미 通 靑 Academy |
205회 |
주제: |
영화와 미술 |
발표자: |
이강화(영화평론가, 계명대교수) | ||||
일시: |
2013. 11 27. (수) pm 7:00~9:00 |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제1 강좌실 |
문의 |
010-3928-286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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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
✑ 2013.11.13일부터 4주간 계명대학교 이강화 교수의 강의가 4주 연속됩니다. ⦾ 2013.11.13.(203주) : 영화와 문학 ⦿ 2013.11.20.(204주) : 영화와 음악 ⦾ 2013.11.20.(204주) : 영화와 미술 ⦾ 2013.11.20.(204주) : 영화와 연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