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의 저녁
덕산 장 용 순
아침이면
하늘 가장 맑은 곳을 향해
가느다란 목을 세우고
나팔처럼 환하게 열리던 꽃
햇살 한 줌에도 떨리고
바람 한 줄기에도 웃으며
이슬의 체온으로 하루를 적시던
연분홍 숨결 하나
해가 서산에 기대면
꽃은 서서히
제 몸 안으로 노을을 불러들인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없이
여린 꽃잎 끝을 둥글게 말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심장 하나를
가만히 품는다
비바람이 지붕을 두드리는 밤
꽃은 스스로 벽이 되고
살결은 포근한 이불이 되어
아직 이름 없는 생명을 덮어 준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꿈들이 자라고
가녀린 떨림 하나
씨앗이라는 우주로 깊어진다
꽃은 아무 말 없이
제 빛을 천천히 거두어 간다
붙잡지 않는다
더 피어 있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메꽃은 안다
닫힌다는 것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빛을 접어
어둠 속으로 돌아갈 때
더 깊은 생이 시작된다는 것을
연분홍 하루 하나
흙으로 스며들고
그 자리엔
작디작은 별씨 하나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저물녘 메꽃 한 송이에는
어머니의 품 같은 저녁이 머물고
세상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사랑들에 안겨
조용히 잠든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메꽃의 저녁/장용순시인
서현정정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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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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