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15 [Sports 2.0]
LG 트윈스는 6월 5일자로 이순철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고 양승호(46)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전신 MBC 시절 포함, 구단 사상 6번째 감독대행이자 프로야구 사상 31번째 감독대행이다.
LG 트윈스 양승호 감독대행
전망은 밝다. 단, 단순 통계상으로는. 역대 감독대행들의 통산 승률은 4할2푼5리(1,458경기).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나, 전임 감독들의 승률 3할9푼1리(1,546경기)보다는 높다. 전체 27시즌(한 시즌에 대행을 두 명 이상 뒀던 구단도 있다) 동안 대행의 승률이 전임 감독보다 높았던 적이 16차례, 낮았던 적은 11차례다. 2004년 시즌 도중 승률 4할8푼8리 팀을 떠맡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기아 유남호 대행(45경기, 승률 0.591)이나, 2001년 취임 당시 2할6푼5리이던 LG의 승률을 4할6푼4리까지 끌어올린 김성근 대행(98경기, 승률 0.538)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드물다. 감독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해임 사유는 거의 똑같다. 바로 ‘성적 부진’이다. 감독대행이 약팀을 강팀으로 만들기란 올해 롯데가 5연승할 확률과 비슷하다. 프로야구 사상 대행 감독이 30경기 이상 치르며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한 적은 일곱 번. 지금의 LG처럼 승률 3할대 이하 팀이 대행 체제로 5할 이상 승률을 올린 적은 두 번뿐이다.
양 대행은 SK 조범현 감독, 삼성 한대화 코치와 동갑내기다. 한 코치와는 현역 시절 트레이드 맞상대(1986년 2월 19일 황기선과 함께 해태에서 OB로 이적. OB 소속이던 한 코치는 트레이드에 반발해 임의탈퇴 공시를 거쳐 해태 이적)였다는 인연이 있다. 그 한코치가 OB에서 해태로 이적한 뒤 주전 3루수 자리를 빼앗은 상대가 하필 이순철 전 감독이었다는 점은 얄궂다.
LG 김연중 단장은 양 대행 임명에 대해 ‘기존 조직의 틀을 허물지 않는 원칙’을 강조하며 "시즌 전에 짜놓은 밑그림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신임 감독 기용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양 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치른다"고 재확인했다.
양 대행 입장에서는 재량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냉소적으로는 ‘감독 이름만 바뀐 인사’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일부에서는 "양 대행 임명 이유는 단순히 전 보직이 ‘수석코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양 대행이 '적임자'라는 시각도 있다. 양 대행은 1987년 OB에서 현역 은퇴한 뒤 신일중 감독을 거쳐 OB 전력분석요원과 스카우트를 거쳐 1995년부터 코치 수업을 시작했다. 대행 포함 역대 감독 가운데 스카우트 출신은 양 대행이 유일하다. 한 야구계 인사는 “인화력이 뛰어나며, 프로구단 업무에 능통하다”고 양 대행을 평가했다. LG 구단은 ‘순혈주의’ ‘프런트 우월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과정이야 어쨌든, 성적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만만치는 않다. 6월 8일 현재 LG의 팀 방어율은 4.33으로 최하위. 리그 평균 3.47과는 1점 가까이 차이 난다. 투고타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LG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투수로 뽑은 팀이다. 팀 득점 순위는 6위. 재능 있는 타자들은 있지만 1루와 외야 한 자리에 포지션이 편중돼 있다.
양 대행의 앞날에 희망적인 통계도 있다. 1996년 이후 임명된 감독대행 11명 가운데 8명은 시즌 뒤 정식 감독으로 임명됐다. 여기에는 LG의 역대 감독대행 두 명(1996년 천보성, 2001년 김성근)이 모두 포함된다. 물론 김준환 감독 같은 비운의 케이스도 있다. 김감독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마친 뒤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지만,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한 번도 정규시즌 감독 지휘봉을 잡아본 적이 없다.
최민규 기자
첫댓글 유남호의 압박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