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더 비싼 비대면 진료… ‘휴일-한밤’ 소아 초진, 약처방 못받아
복지부, 내일부터 시범사업
동네의원-재진환자 중심 허용
소아, 상담만 가능… 약 택배도 안돼
섬 주민-장애인 등만 초진 가능… 환자들 진찰-조제료 부담 늘어
다음 달 1일부터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만 대상으로 한다. ‘소아청소년과 대란’이 심각한데도 소아청소년의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했고, 처방받은 약 역시 대부분의 환자들은 퀵서비스나 택배로 수령할 수 없어 환자들의 불편만 키운 ‘반쪽짜리 시범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휴일·야간 소아 환자, 비대면 처방은 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선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다. 다음 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정부는 이런 입법 공백을 막고자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 의원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보고했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 외 환자는 30일 이내가 기준이다.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및 등록장애인, 감염병예방법상 1, 2급 감염병의 확진자 등은 의료 접근성이 낮다고 보고 이들에게는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기로 예외를 뒀다.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도 재진이 원칙이다. 다만, 휴일과 야간에는 초진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지만 약 처방은 불가능하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뒀다. 예컨대 의사로부터 “아이 상태가 심각하니 응급실에 가라” “해열제를 먹이고 푹 쉬게 하라”고 상담을 받을 순 있지만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의료계는 소아의 경우 고열이나 복통 등 증상 발현 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와 부모들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면서도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하지만 영유아일수록 야간 응급 상황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도 상담만 받고 처방을 받지 못해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면 누가 이용하겠냐는 것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야간·휴일 소아 환자의 비대면 처방 금지는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의 최종 내용은 지난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초안보다 더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 수가 인상에 환자 부담도 늘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의약품을 수령하는 방식은 크게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으로 나뉜다.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서 수령 방식을 결정한다. 퀵서비스나 택배로 집에서 약을 받는 재택 수령이 가능한 대상자는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했다.
병원에 가기 어려워 비대면 진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약을 타기 위해 직접 약국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약사 단체들은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이 파손되거나 변질되는 문제, 약물 오남용 문제 등을 근거로 처방약 배달에 반대해 왔다.
반쪽자리 시범사업에도 환자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수가는 진찰료의 30% 수준으로 추가 지급하고 약국의 경우 약국관리료 및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의 30%를 더해 지급한다. 비대면 진료 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도 이에 비례해 30% 비싸진다. 감기 진료를 받을 때 대면 진료는 3000원(30%)을 내고, 비대면 진료는 3900원(39%)을 내게 된다는 뜻이다.
김소영 기자, 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