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재투표서 부결-폐기… ‘巨野 강행→尹거부권’ 악순환
野, 양곡법 이어 두번째 재표결 강행
289명중 찬성 178 반대 107 ‘부결’
김진표 의장 “재의→부결 반복 유감”
여야 ‘책임 떠넘기기’ 장외 공방 돌입… 새 간호법 협상 가능성도 열어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의 건 투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간호법 제정안이 이날 부결되자 방청석을 찾았던 간호협회 관계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김재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됐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재투표를 강행한 결과다. 이날 부결로 간호법 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달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 역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거야(巨野)가 재표결을 강행해 결국 폐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
민주당은 “간호사들의 오랜 열망이자 국민의 건강을 위한 간호법이 결국 좌초됐다”고 정부 여당을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숙의 없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 野, 의사일정 변경해 與 반발 무력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299석)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등 일반 법안보다 통과 요건이 더 까다롭다. 이미 국민의힘(114석)이 당론으로 반대했기 때문에 민주당(167석)과 정의당(6석) 등 야권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부결이 사실상 예정됐던 상황.
앞서 ‘30일 재표결’ 방침을 못 박았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재표결에 반대하자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의원 167명 전원 명의로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안은 재석 의원 2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02명, 기권 1명으로 곧장 가결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13일 양곡관리법 재투표 때도 여당이 반대하자 의사일정 변경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올렸다.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표결 결과를 발표한 직후 “여야가 한 걸음씩 양보해 간호법안에 대한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여러 차례 당부했는데도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하다”라고 사과했다.
● 與野, 새 간호법 협상 가능성도
여야는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간호법 재부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장외 여론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늘 본회의에서의 간호법 재의결 부결은 숙의 없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국민 불안을 초래하고 의료계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까지 불러일으키는 간호법은 당연히 재고되어야 마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하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며 민주당을 향해 “이제 그만 입법 폭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법을 통한 갈라치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간호법 재의결 부결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당은 간호법 중재안을 마련해 야당과 계속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각 직역의 목소리를 반영한 중재안을 마련하고 이를 설득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입법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중재안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원내대변인은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기존 법안을 토대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정부 여당의 반대를 고려해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역시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본격 여론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나친 입법 독주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변인은 “법안의 내용과 필요성을 알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법안 처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권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