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추악한 정경유착’일 뿐 아니라, 제재 대상인 북한에 거액을 지급해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킨 중대 국기 문란 범죄다. 검찰은 지난해 이 대표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유창훈 판사)이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기각한 바 있다. 이제 검찰은 다시 한 번 이 대표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이 사건과 관련, 이미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 신명섭(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안부수 등이 구속됐다. 그런데 이 대표를 불구속하면 과연 형평에 맞는가. 중대 범죄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보완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건 당연하다.
10일 문화일보에 실린 서정욱 변호사의 글 한 대목이다. 신명섭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구속 기한 만기로 풀려났다. 지난 3일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나서 검사로부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관련 진술을 바꾸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 신 전 국장 등이 구속됐으니 이 대표도 구속하라고 종지묵을 대고 있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로부터 술자리 회유를 받았다고 폭로했는데 신 전 국장도 그와 맥락이 통하는 얘기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다. '매불쇼' 진행자 최욱은 다음날 신 전 국장의 용기있는 폭로를 비중있게 다루며 "왜 다른 (주류) 언론들은 주목하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신 전 국장이 부들부들 떨고 있더라며 검찰이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그를 석방시켰던 터라 검찰이 보복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짐작했다.
나 역시 신 전 국장에 대해 빚진 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 산악회 회원인 사니사나와 그냥 형의 동기인 우리 학과 76학번 신태섭 선배의 친 남동생이다. 나는 신 선배의 연락을 받고 만나 지난해 10월 신 전 국장의 재판을 두 차례 방청한 뒤 온라인 기사로 아래 기사를 송고했다가 몇 시간 뒤 후배 편집국장의 전화를 받고 기사를 삭제한 일이 있다. 후배 편집국장은 무척 미안해 하면서도 "기사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것 같다"면서 "선배의 뜻은 알겠지만 삭제해야 하는 사정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는 알겠다면서 '혹시 다른 쪽에서 연락받아 그런 것은 아니냐'고 물었고, 후배는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기자들과 언론은 여전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과 관련해 제대로 치밀하게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검찰의 발표에 의존해 판단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촘촘한 그물을 던져 뭣 하나만 걸리면 된다는 식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오늘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서 정리했듯, 이 대표는 무려 10가지 굵직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대북송금 관련해 수원지법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유죄를 인정, 징역 9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는 성균관대 81학번 동기이며 이재명 선거 캠프에서 맺은 인연을 경기도에까지 이어 온 신 전 국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신 전 국장은 이 전 부지사가 상당한 중형을 선고받은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란 점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신 전 국장 재판을 방청하며 응원하는 것, 마음 속으로 이 시련을 굳건히 이겨내라고 응원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결심을 되새기려는 차원에서 삭제한 기사를 여기 박제하려 한다.
이재명 수사의 지류이며 닮은꼴, 신 전 국장 金松 지원사업 재판 지켜보며
2019년 금송(金松)과 주목, 밀가루 등을 북한에 지원하려 했으며(묘목은 중국 단둥에 전달된 것까지 확인, 밀가루는 지원되지 않음), 이 과정에 직권을 남용하고 (기금 지원 심의위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60)의 재판을 두 차례 지켜보고 한 차례는 방청객의 전언을 들었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판사 정승화)은 지난 8월 31일과 9월 12일 신 전 국장의 직권남용 등 혐의에 관한 3차와 4차 공판을 열었는데 기자는 직접 집중심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9월 25일 5차 공판을 열었는데 기자는 개인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대신 방청객으로부터 비교적 상세한 재판 진행 과정을 전해 들었다.
훨씬 중요하고 정치적으로도 큰 논란이 빚어지는 이재명 대표의 여러 재판, 진술 번복 논란 등으로 큰 파장을 빚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보다 비중이 적어서인지 신 전 국장 재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적은 편이다. 신 전 국장은 이 전 부지사와 성균관대 동기로, 이 대표의 선거캠프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던 이력이 있다. 검찰은 신 전 국장이 이 전 부지사의 지시를 받아 이 대표의 북한 방문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실무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송과 주목, 밀가루 등을 북한에 지원하도록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청구됐다가 나중에 기각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에는 2019년 당시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와 아태협이 금송과 주목이 산림 복구에 부적합한 품종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지원하는 것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 전 국장의 구체적인 혐의는 2019년 3월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북한 산림복구’라는 허위의 목적으로 북한 묘목 지원사업을 추진하도록 부당 지시하고,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 허위로 설명해 안건을 의결시킨 다음 아태평화교류협회에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 5억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9월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중단된 10억원 상당의 아태평화교류협회의 북한 밀가루 지원 사업을 재개하도록 부당 지시한 혐의도 함께 제기된다.
그런데 이 대표를 옭아매기 위해 2년 동안 방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집요한 수사를 벌여 온 것처럼 신 전 국장의 혐의를 수사해 온 검찰은 모두 35명의 증인을 내세울 정도로 오래 준비했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때로는 실소를 자아낼 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기자의 성급한 결론이다.
지난 7월 31일 첫 집중심리에는 통일부 소속 공무원으로 경기도에 파견 근무했던 A씨가 증인석에 섰다. A씨는 신 전 국장이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으로 일하던 때 평화협력조성 과장이었다.
같은 날 실무자로 신 전 국장과 A씨의 지휘를 받아 각종 보고서와 서류를 작성한 B 주무관이 증언대에 섰는데 충분한 심문 시간이 확보되지 않아 같은 달 12일 다시 증언대에 섰다.
A 전 과장이나 B 주무관 둘 다 검찰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진술 조서에 서명 날인한 내용과 다르고 뉘앙스가 다르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했다. 신 전 국장이 불법이나 위법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면서 검찰 진술 조서 등이 자신의 발언 취지를 곡해했다고 분명히 증언했다.
검찰은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면서 진술 조서에 서명 날인해놓고 딴소리를 하느냐고 대응했다. 신 전 국장의 변호인이 검찰에 몇 차례나 조사를 받았느냐고 묻자 B 주무관은 “여섯 차례”라고 답해 놀라움을 안겼다. 참고인을 이렇게 집요하게 소환 조사했다는 것은 검찰 측이 그만큼 확보한 물적 증거가 적고, 전언 진술에만 의존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자가 방청하지 않은 지난달 25일 세 번째 집중 심리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기자는 이날 재판을 방청한 이와 다음날 30분 정도 긴 통화를 했다.
B 주무관의 팀장인 C씨가 증인으로 출두했는데 마찬가지 패턴의 심문과 재주심문이 이어졌다. 검찰에서 진술한 취지와 법정에서 진술한 취지가 달라졌는데 검찰은 위증의 벌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들어 윽박지르는 형국이었다. C씨 역시 여덟 차례나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껴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설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세 번째 집중 심문 과정에 검찰은 신 전 국장의 혐의 내용에 이 전 부지사, 이 대표와 공모한 대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방청한 이의 소감이었다. 신 전 국장의 변호인 역시 세 차례 집중 심문 과정에 기회있을 때마다 이 점을 우려하며 사실에 입각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또 주문했지만 검찰은 그런 바람과 반대로만 나아가고 있다.
세 번째 집중 심문 과정에 C씨는 증인 채택 이후 검찰에 다시 불려가 진술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채근을 받았다는 취지로 털어놓았다. 심문 내용을 사전에 재판부에 제출해놓고 참고인을 불러 이런저런 압박을 가한 것은 ‘반칙 중의 반칙’이다. 검찰이 그만큼 쫓기고 다급해 한다는 것을 드러내 솔직히 재판 과정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검찰의 그물은 훨씬 크고 넓다. 신 전 국장은 2021년 1월 경기도 퇴직 당시 업무 관련 문건 240개를 USB에 담아 반출, 퇴직 후 취업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업무에 활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그 해 6월 경기도로부터 1억원 규모의 학술용역을 수주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도 신 전 국장이 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전 국장은 경기도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에는 도청 재직 중 알고 지내던 공무원들에게 경기도가 보관·관리하는 내부자료를 요청, 이들로 하여금 허용된 권한을 넘어 경기도 내부 전산망에 침입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 나름 촘촘해 보이는 그물을 드리우고 ‘뭐하나 걸리기만 하면’ 하는 식으로 검찰이 수사했고, 재판에 임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법조 기술자들이 법 논리를 앞세우며 어르고 윽박질러 자신들이 짜놓은 가공의 그물에 걸려들도록 참고인들을 옥죈다는 느낌마저 강하게 든다.
이렇게 무리하게 검찰이 송무에 임하는 것도 언론과 국민들의 이 재판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 아닌가 짐작한다.
한편 신 전 국장과 관련된 다음 기일은 오는 24일 열린다. 변호인이 보석 심판을 청구해 다음 기일에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 만기 시한은 오는 12월 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