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강영구신부님
“저 사람이 어떤 지혜를 받았기에 저런 기적들을 행하는 것일까? 그런 모든 것이 어디서 생겨났을까? 저 사람은 그 목수가 아닌가? 그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다 우리와 같이 여기 살고 있지 않은가?”하면서 좀처럼 예수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마르6,2-3)
스승 예수님,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껍데기를 보고 누구를 평가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 권력, 명예, 학식, 출신가문과 성분, 학벌 따위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입니다.
그것들은 참나(眞我)가 아니라 헛나(妄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껍데기가 화려한 사람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말을 믿고 따릅니다.
예수님처럼 별볼일없는 부모 밑에서
별볼일없는 직업을 가지고,
별볼일없는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가진 것 없는 랍비의 말은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빈약한 껍데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존재냐 소유냐’ 라는 책을 통해서
사람의 가치는 존재 자체에 있는 것이지
소유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돈, 권력, 명예, 학식 따위는 소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로 ‘나’를 감싸기 시작하면 하늘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집니다.
두터운 껍데기는 하늘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하늘의 뜻(天命)을 깨닫지 못하게 합니다.
소유에 집착하게 되면 하늘을 외면하게 됩니다.
끝내 껍데기에 둘러싸인 헛나(妄我)가
참나(眞我)를 질식시키고 나는 파멸에 빠지게 됩니다.
예수님, 당신에게서 하늘의 능력이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헛나(妄我)를 벗고 참나(眞我)에 충실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하늘의 소리를 듣고
하늘의 뜻(天命)에 충실하시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포기하셨습니다.
껍데기를 모두 버리고 맨 몸으로 하늘과 대면하시는
당신은 하늘로 충만한 분이되셨습니다.
당신은 지위와 권력과 명예와 재물 따위로
백성들 위에 군림하려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떠돌이 랍비의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 ‘예수’의 모습으로 고향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껍데기에 매달리는 나자렛 사람들은 당신을 배척했습니다.
굴러든 복을 발로 차고 말았습니다.
예수님, 저희들도 참나(眞我)에 충실하여
하늘과 대면하게 하소서.(一明)